
앞서 정책공약집을 발표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 완화와 법인세 인하 등 친기업 공약을 내놨지만 구체적인 대안과 세수 감소 보완책은 제시하지 않아 정책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발표한 정책공약집 '노동존중 및 권리보장' 파트에서 노동조합법을 개정해 하도급 노동자들이 원청 사업자와 교섭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고 했다. 이들 노동자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상대가 결국 원청 사업자라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공약이 현실화하면 원청 업체가 이들 하도급 근로자와 임금협상 등을 벌여야 한다는 얘기다.
또 원청 업체가 동일 업무 용역업체를 변경할 경우 하도급 노동자(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 승계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하도급 근로자 사용에 대한 원청 업체의 책임과 부담을 크게 늘린 것이다.
아울러 이 후보는 사업장 내 노사자율 협의를 주도할 '근로자(노동자)대표위원회' 상설을 제도화하고 계약직, 파견직, 사내하도급 노동자들도 인원 비례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노조 성격의 사내 조직에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참여할 길을 터준 것으로 사측 입장에서는 정규직 근로자 외 다양한 직군의 근로자들 목소리를 반영해 노사협상을 벌여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는 내용이다. 아울러 상시 5인 미만 영세기업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밖에 이 후보는 공기업·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에 노동이사제를 전면 도입하고 일정 규모 이상인 민간회사도 경영진에 예속되지 않은 독립이사를 일정 비율 이상 선임하는 것을 의무화하겠다고 했다. 또 노동 분쟁을 전담할 노동법원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전 국민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방안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약속했다.
반면 김 후보는 기업의 경영활동을 보장하는 내용의 친기업 공약을 내놨다.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최고경영자가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처벌 위주가 아닌 예방 위주의 법으로 개편하고, 주 52시간제를 특정 분야 고임금 근로자에 한해 완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만 김 후보도 주 4.5일 근무제를 추진하고, 퇴직연금제도 의무화를 약속하는 등 이 후보 측과 동일한 공약도 내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으로 근로시간을 감축하고,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 아닌 노후에 연금으로 수령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 후보는 이날 개인투자자 투자 수익 증대를 목표로 하는 자본시장 공약도 여럿 내놨다. 우선 이 후보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내용의 법 개정 방침을 재확인했다. 기업 인수 시 기존 소액주주들도 지배주주와 마찬가지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매수자 측의 공개매수를 의무화하겠다고도 했다. 또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한 관련 규정을 개정해 집중투표제를 활성화하고 자사주는 소각을 원칙으로 하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 후보는 상장법인 임직원·주요 주주 등이 회사 주식으로 단기매매차익을 본 경우 회사가 매매차익을 반환 청구하도록 의무화하겠다고 했다. 내부정보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 후보는 이날 출연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 주식시장이 확실히 좋아진다"며 "오늘 상장지수펀드(ETF)에 합계 4100만원을 투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후보가 공개한 본인 주식계좌에는 코스피200 ETF에 2000만원, 코스닥150 ETF에 2000만원, 코스피200 ETF(적립식)에 100만원 등 총 4100만원을 투자한 내용이 담겼다.
반면 김 후보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공약으로 내세우지는 않았다. 관련 상법 개정을 놓고 경영진이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정적인 의사결정을 할 경우 소송이 남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추진한다. 그간 대주주는 배당소득이 분리과세 되지 않으면서 배당을 높일 유인을 갖지 못한다는 비판을 고려한 조치다. 또 불공정거래행위나 회계부정이 발각되면 징벌적 수준으로 과징금 폭탄을 부과한다고 약속했다.
두 후보 모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약속했고,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일반 주주에게 신주 물량 배정을 제도화하는 공약도 함께 내놨다.
가계부채·부동산과 관련해서도 양당은 차이를 보였다. 민주당은 가산금리 체계를 바꿔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경감한다고 약속했고, 추가로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활성화해 모기지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또 공실폭탄을 방지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업무용지나 상업용지를 과감하게 주택용지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민의힘은 도심 내 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주택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또 주택연금 수급자의 실거주제한을 폐지하기로 했다. 공공주택 공급이나 리츠를 활용한 주택 공급 활성화 측면에서는 양당이 비슷한 공약을 제시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나 공약 실현을 위한 재정 확보 방안을 묻는 말에 "지난 3년간 엉터리 국정 때문에 경제 상황이 너무 나쁘고, 부자 감세를 너무 많이 해 재정이 나쁘게 표현하면 거덜 나다시피 바닥을 보이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그런 상태에서 재정지출을 과도하게 수반하는 공약을 하기 어려워서 재정이 많이 소요되는 공약은 아쉽지만 많이 뺐다"며 "그래도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정은 210조원 정도로 추산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용예산을 마련해야 하는데, 5년간이니깐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 않다"고 부연했다.
[오수현 기자 / 최희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