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전 한미협회 주관으로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한국의 선택 : 안미경중, 왜 성립되지 않는가'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최중경 한미협회장 겸 국제투자협력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미·중 갈등 격화 등 (이해관계가) 복잡해진 만큼 안미경중 전략이 여전히 유효한지 점검해야 한다"며 "우리의 외교 전략과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원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은 "안미경중은 더는 작동하지 않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박 원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명확하게 경제와 안보를 연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스티브 미란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작성한 이른바 '미란 보고서'를 소개했다. 이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 경제안보 구상의 이론적 배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란 위원장은 보고서에서 '동맹국에도 차등 관세를 부과해야 하며 그 기준은 미국의 안보 부문 목표에 기여하는 정도가 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실제 미국은 세계 각국을 △통화정책 △양자무역협정 체결 여부 △안보협정 등에 따라 여러 그룹으로 구분하고 서로 다른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원장은 "결국 동맹이 미국의 목표에 따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안보 분담을 증대시키지 않으면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의 방위 공약도 축소 또는 철회하겠다는 경고"라고 분석했다. 한국이 중국에 더 밀착한다면 한미 관계에서 치러야 하는 비용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을 향해 대(對)중국 포위망에 동참하라고 압박할 가능성은 과거보다 더 높아졌다.
지난 3월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입수해 보도한 미군의 '잠정 국방 전략 지침'을 보면 트럼프 정부는 미군의 기준 위협(pacing threat)으로 유일하게 중국을, 기준 시나리오(pacing scenario) 역시 유일하게 대만해협 위기를 상정했다. 미군은 이러한 기준에 맞춰 군사전략과 훈련방식 등을 설정하고 전쟁에 대비한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국이 중국과 관계 개선 대신 한미동맹에 집중했을 때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견해가 이어졌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인수위원회 외교 분과를 이끌었던 제임스 캐러파노 헤리티지재단 선임고문은 "미국은 중국 억제 차원에서 해군력을 강화하고자 하는데, 이를 동맹과의 조선협력 등을 통해 이루려고 한다"며 "한국에 귀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캐러파노 고문은 "지정학적 측면에서 봤을 때 한국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에 제공할 수 있는 이점이 많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하게 상호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으로서는 미국이 '한국과의 안보협력을 통해 분명한 이익을 직접적으로 얻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원장은 세미나를 통해 북한 위협에 맞선 한반도 방어 임무에서 한국군의 역할과 책임을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미국이 공식화 수순을 밟고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지원한다는 차원에서다. 주한미군 운용에 유연성이 생기면 미국은 대만해협에서 유사 상황 발생 시 주한미군을 투입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 확장억제 체계를 더욱 제도화해 북핵 방어는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박 원장은 강조했다.
한편 세미나에 참석한 조셉 윤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한국의 정권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우리 동맹은 양국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동맹 약화 등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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