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클리닉서 일상 복귀 도와
유전학 분야의 전문가도 합류
발병원인·최적의 치료법 연구
대장암 수술 한해 1800건 넘어
10명 중 9명, 항문 그대로 보존
복강경·로봇 활용 수술이 92%
절개 부위 최소화해 빠른 회복
![서울아산병원 대장암센터는 난도가 높은 재발성 대장암과 타장기 전이 대장암을 동시에 수술하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박인자 서울아산병원 대장암센터소장(오른쪽 두번째)을 비롯한 대장암 간전이팀이 통합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 = 서울아산병원]](https://wimg.mk.co.kr/news/cms/202505/27/news-p.v1.20250522.a3252f9f97e44ed4ac5fb701bc15b0b5_P1.jpg)
“젊은 환자일수록 ‘대장암 치료 이후의 삶’이 중요합니다. 남은 생애 동안 사회생활도 해야 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도 낳아야 하잖아요. 전용 클리닉을 만들어 이런 분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집중 투자할 계획입니다.”
대장암은 흔히 50대 이후에 호발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20~40대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대 메디컬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20~49세 대장암 발병률은 인구 10만명당 12.9명으로, 조사 대상 42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 육류 위주의 식습관과 잦은 배달음식 섭취 등이 젊은 비만 인구 증가와 대장암 발병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이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곳은 서울아산병원이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상반기 중 종양내과와 외과,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등을 중심으로 ‘젊은대장암클리닉’을 개소할 예정이다. 젊은 층에서 대장암이 호발하게 된 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이들의 일상 복귀를 돕겠다는 취지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을 찾은 40세 미만 대장암 환자는 2013년 113명에서 2022년 267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박인자 서울아산병원 대장암센터 소장은 “종양을 없애는 치료는 지금도 잘 이뤄지고 있으나 젊은 환자일수록 복직이나 결혼, 임신 등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을 위한 맞춤케어 표준을 만들고 영양 관련 전문가도 배치해 생활습관까지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젊은대장암클리닉은 치료의 최전선이자 최적의 연구기지로 운영한다. 코호트 연구를 중점적으로 추진해 대장암 환자들이 젊어진 원인과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낼 계획이다. 유전학 분야의 전문가도 합류한다.

박 소장은 “나이가 어린 환자일수록 왜 암이 생겼는지 궁금해하고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진 바가 없는 상황”이라며 “불임 등에 대비하려면 방사선 치료나 항암치료 시 어떻게 해야하는지, 자녀 계획은 얼마간의 시간을 두고 갖는 게 좋을지 등 중차대한 결정을 돕는 데 필요한 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을 찾는 대장암 환자는 매년 7만명 이상, 연평균 수술은 1800건이 넘는다. 세부적으로는 복강경 수술이 1300여 건, 로봇 수술이 350건, 개복 수술이 150건 정도다. 이렇게 수요가 몰리는 것은 빅데이터 기반 자체 가이드라인이 있기 때문이다.
이 병원이 만든 ‘ACCS(아산 클리니컬 케어 스탠더드)’는 연간 100만여 명의 진료 기록과 2만건이 넘는 수술 데이터에 기반해 암종을 분석한 것으로, 환자들이 어느 진료과의 어떤 의료진에게든 일관되면서도 최적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표준 지침이다.
박 소장은 “해외 권고사항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우리 실정에 맞는지 먼저 따지는 편”이라며 “암 예방부터 진단, 치료, 재활, 사후 관리까지 모든 여정을 환자 맞춤형으로 통합 관리한다. 전공의나 신규 간호사를 교육시키는 데도 휼륭한 자료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대장암센터의 치료 성과는 수치로 증명된다. 전체 대장암의 약 45%를 차지하는 직장암은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1기 96.6%, 2기 94.8%에 달한다. 치료 난도가 높은 3기 직장암도 5년 생존율이 10년 전 83%에서 91.3% 수준으로 상승했다. 수술 후 30일 이내 중증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은 약 3%로 매우 낮다.

대장암 환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항문 보존’ 여부다. 10명 중 9명 이상이 수술 이전과 동일하게 장루 없이 배변할 정도로 유지율이 높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장루의 유무는 특히 젊은 환자들의 자존감과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의료진이 각별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최소침습수술 비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게 여긴다. 최소침습수술이란 복강경과 로봇을 활용해 환부를 최대한 덜 절개한 상태에서 암을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대장암의 최소침습수술 비율은 2019년 83.7%에서 2023년 91.5%로 7.8%포인트 상승했다.

박 소장은 “특히 하부 직장암은 골반 안쪽의 방광, 주요 생식기 등과 인접해 있어 수술이 까다로운 편”이라며 “영상기기로 수술 부위를 15배 정도 확대한 다음 로봇팔을 이용해 접근함으로써 주변 장기 손상을 최소화하고 암을 보다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 의료진은 1년에 두 번 ‘성적표’를 받는다. 모든 수술과 그에 관련한 환자들의 예후, 합병증 유무 등을 실시간으로 기록한 결과지다. 박 소장은 “교수들이 각자 행한 치료의 합병증 추이가 어떻게 되는지, 불필요한 입원은 없었는지 등 확인할 수 있다”며 “성적표를 받을 시기가 오면 가슴이 두근거리지만, 더 나은 치료를 위해 겸허히 받아들이고 개선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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