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본사에서 개최한 연례 개발자 행사 'I/O 2025'에서 현재 개발 중인 스마트 안경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구글의 AI 제미나이가 탑재되고 소형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증강현실(AR) 안경이다.
이날 구글은 확장현실(XR) 헤드셋에서 삼성과 맺고 있는 파트너십을 스마트 안경으로까지 확장해 함께 스마트 안경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에 내놓을 예정인 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이 XR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XR에서 작동되는 대표 하드웨어인 것처럼 삼성 스마트 안경도 함께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구글의 유일한 스마트 안경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날 중국 엑스리얼도 안드로이드 XR 기반 스마트 안경으로 함께 발표됐다.
구글은 스마트 안경 디자인 파트너로 한국의 젠틀몬스터와 미국의 와비파커가 참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협력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장사인 와비파커 주가는 15%나 급등했다.
구글이 젠틀몬스터와 와비파커를 디자인 파트너로 선택한 것은 일상 제품인 스마트 안경에서는 브랜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마트 안경을 먼저 출시한 메타는 레이밴과 손을 잡으면서 지난해 스마트 안경을 100만대나 판매했다.
구글은 이날 I/O에서 프로토타입 스마트 안경을 시연했다. 스마트 안경으로 AI와 대화를 하거나 사진 촬영을 요청하고 실시간 통역을 하는 기능을 선보였다. 이날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 안경 체험도 이뤄졌다. 먼저 기자는 안경 렌즈의 도수 측정 후 시제품에 도수가 있는 렌즈를 부착해 착용해봤다. 렌즈가 이중으로 부착됐음에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무게는 부담스럽지 않았다.
디자인은 크게 튀지 않는 검은색 뿔테 안경으로 선글라스보다는 일반 안경의 느낌이 더 강했다. 카메라와 디스플레이가 없었다면 스마트 안경으로 보이지 않았을 정도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디스플레이다. 오른쪽 렌즈 가운데에 정사각형의 반투명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있다. 자동차 앞 유리창에 표시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유사하다. 카메라는 왼쪽 상단에 하나만 위치해 있다. 스피커와 마이크가 있어 AI와 음성으로 소통이 가능하다. AI 제미나이는 오른쪽 테를 건드리는 것으로 작동된다. 디스플레이에 제미나이가 움직이고 있다는 애니메이션이 나타나고 이때 제미나이에 말을 걸 수 있다. 벽에 걸려 있는 미술 작품을 보고 한국어로 "내가 보고 있는 그림은 무엇이지?"라고 묻자 한국어로 상세하게 설명해줬다. 디스플레이에는 제미나이가 말하는 내용이 그대로 텍스트로 표시됐다.
현재 제미나이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작동되는 '제미나이 라이브'도 구현됐다. AI가 마치 앞을 보는 것처럼 실시간으로 영상을 인식해 사람과 대화하고 질문에도 답했다. 스마트폰 사용 시 스마트폰을 꺼내서 카메라로 비춰야 했지만, 스마트 안경을 사용하는 동안에는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됐다. 길 찾기도 가능했다. 구글 지도로 목적지를 찾고 안내 버튼을 누르자 화면 디스플레이에 몇 m를 움직인 후 좌회전해야 하는지 표시됐다.
구글이 만드는 스마트 안경은 '범용 AI 비서'라는 구글의 비전을 달성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에서 "범용 AI 비서는 매일 우리의 업무를 수행해줄 것"이라며 "제미나이 라이브나 스마트 안경 같은 최신 기술을 계속 개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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