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연예 활동 계획 無

“제가 잘했기보다 주변 도움, 운이 따랐습니다.”
“제 발언으로 불편함 느끼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 책임입니다. 반성하겠습니다.”
‘데블스플랜2’ 우승자인 인플루언서 정현규(27)의 얼굴엔 어둠이 드리웠다. 방송 직후 그를 둘러싼 경솔 발언과 행동에 따른 이유에서다. 우승자로서 겸손함을 다시 찾은 모습이었다.
27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예능 ‘데블스플랜 : 데스룸(약칭 데블스플랜2) 종영 기념 프로그램 연출자인 정종연 PD(49)와 최종 우승자 정현규의 공동 인터뷰가 진행됐다.
‘데블스플랜2’는 지난 2023년 공개된 ‘데블스플랜’의 후속 시즌으로 다양한 직업군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지난 20일 공개된 12회(최종회)에서 정현규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정현규는 “방송 이후 반응들을 봤는데 스스로 되물어보게 됐다. 저는 우승을 위해서 정말 진심으로 임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과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드린 것 같다. 제 책임이고 죄송하다”고 입을 뗐다.
정현규는 최종 우승을 차지했으나, 다른 출연자를 향해 “산수 할 줄 알아?”, “너랑 안 할 거야” 등의 다소 직설적인 발언을 내뱉으며 상대를 낮잡는 듯한 태도로 논란이 됐다.
시청자들은 해당 발언이 무례하다고 지적했고, 정현규는 별도 입장문 없이 프로필 메시지를 통해 ‘죄송합니다’라는 사과의 뜻을 간접적으로 전할 뿐이었다.
이와 함께 정현규의 우승에 출연자인 윤소희의 조력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윤소희는 정현규와의 결승전에서 승리가 유력했으나 포기하는 선택을 했다. 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연자답지 않은 행동이라며 시청자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결국 정현규, 윤소희 SNS에는 두 사람의 플레이를 지적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특히 두 사람을 두고 연애 프로그램인 줄 알았다는 비아냥조의 반응들도 꽤나 등장했다.
정현규는 “우승을 양보받은 게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치열하게 싸웠다고 생각한다. 7일의 여정이 있다보니 체력전이 심했던 거 같다. 둘 다 최선을 다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부정적) 반응들 보면서 반성했고 시청자들이 느낄 불편한 감정들 또한 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의식했다. 우승 비결 질문에 대해선 “제가 잘했다기 보다, 상황에 최선을 다하면서 주변 도움도 있었고 운이 많이 따랐다”면서 “사람들에게 내 진심이 어떻게 전해지느냐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게임하는 과정에서 열애처럼 보일줄은 상상도 못했다. 지금은 좋은 동생 누나 사이”라고 덧붙였다.

정현규는 회가 거듭될수록 윤소희를 포함, 규현과 유독 돈독한 사이를 보여주며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특히 10화 ‘균형의 만칼라’ 메인매치 당시 장면이 재조명됐다. 해당 회차에서 윤소희와 규현은 모두의 견제를 받던 정현규를 도와 연합을 이뤘고 이를 두고 ‘정치 플레이’, ‘감정 개입’이라는 지적이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정현규는 “게임을 같이 하면서 최종까지 셋이 가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로 실력으로 대결을 펼쳤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 생활동 안에서 그게 목표였다”라며 “세사람간 끈끈한 동료애가 있었다. 제가 부탁을 해서 두 사람이 욕을 먹은 거 같아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번 시즌에서는 신설된 감옥동이 생활동에 대항하는 계급적 의미가 부여돼 흥미로운 두뇌 게임을 지향했다. 감옥동 플레이어들이 생활동 플레이어들을 이기기 위해 협력하지만 감옥동 탈출이라는 신분 상승과 생존을 위해 서로 경쟁, 마치 칼날 위에서 춤을 추듯 협력적 경쟁 관계를 이뤄가는 것이 새로운 시청 포인트였다.
플레이어로는 알파고와 대결에서 승리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둑의 전설 이세돌, 넷플릭스 ‘엄브렐러 아카데미’, ‘성난 사람들’의 배우 저스틴 H. 민, 슈퍼주니어 멤버 규현, 아나운서이자 미국공인회계사 자격증 시험을 패스한 강지영, 과학고를 조기 졸업한 카이스트 출신 배우 윤소희, 프로 포커 플레이어이자 음악프로듀서 세븐하이, 미스코리아 진 출신 대학생 이승현, 멘사 코리아 아이큐 측정 최대치 156을 받은 서울대 출신 인플루언서 정현규, 카이스트 출신 모델 최현준, 8년차 가수 츄 등이 출연했다.

인터뷰 내내 정현규의 표정은 어두웠다. 우승자였지만 미소는커녕 죄 지은 사람마냥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방송 내 일부 출연자들이 탈락할 때 다수가 한 명을 공개적으로 배제하는 플레이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지점이었다. 이 가운데에 정현규가 있었으니. 이날 인터뷰 주제의 핵심이 됐다.
앞서 정현규는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이던 티빙 오리지널 예능 ‘환승연애’ 시즌2를 통해 ‘서울대 송강’으로 화제를 모았던 바. 여기에 이번 ‘데블스플랜2’으로도 큰 화제를 몰고 있다.
방송인으로 전향 계획에 묻는 질문에 대해 “이번 일로 나를 돌아보게 됐고 미숙하고 불완전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혼자 스스로 치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구체적으로 방송, 연예 활동 할 생각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모든 과정을 기획하고 연출한 정 PD도 입을 열었다. 그는 “내 시스템 안에서 일어난 일이라 비판, 비난은 저한테 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라며 안타까운 반응을 내비쳤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정 PD를 두고 ‘감이 죽었다’라며 비판을 쏟았다. 이에 정 PD는 “감이 죽어가는 나이이긴 하다. 매 프로그램을 할 때마다 성장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고 이번 시즌이 공부가 많이 된 건 사실”이라며 “피드백에 잘 귀기울여 듣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규는 우승 상금 3억 8천만원에 대해 일부 기부한다고 밝혔다. 이에 정 PD는 “제작진 입장에서는 기부하는 걸 추천하지 않지만 개인 결정에 맡길 것”이라고 했다.
[지승훈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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