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은 분명 좋았는데 경로를 이탈했다. 우승자 탄생에도 뒷맛이 씁쓸한 두뇌 서바이벌 ‘데블스 플랜2’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6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 데스룸’(이하 데블스 플랜2)는 강지영, 규현, 김하린, 박상연, 세븐하이, 손은유, 윤소희, 이세돌, 이승현, 저스틴 H.민, 정현규, 최현준, 츄, 티노까지 14인의 플레이어들이 출연했다. 이전 시즌보다 2명의 플레이어가 추가된 데 이어 감옥동과 생활동으로 나뉘게 되고 플레이어들 간의 계급이 생기며 또 다른 관전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3주에 걸쳐 공개를 확정한 ‘데블스 플랜2’의 시작은 좋았다. 화려한 스케일의 무대로 볼거리를 챙겼고, 출연진에 대한 호평도 쏟아졌다. 시즌1을 학습하고 온 플레이어들은 히든 스테이지를 찾아내는 등 적극적인 모습으로 다음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넷플릭스 TOP 10 웹사이트에 따르면 공개 1주 만에 170만 시청수(시청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9위에 이름을 올렸다. 공개 직후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홍콩, 싱가포르, 대만, 태국, 모로코 등 전 세계 6개국 TOP 10 리스트에도 랭크됐다.
화제성도 폭발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에서 발표한 5월 2주차 TV-OTT 통합 비드라마 화제성 부문에서 2위에 올랐고, 알파고를 이긴 전 바둑기사 이세돌은 비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6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13일 공개된 5~9회부터 반응이 엇갈렸다. 생활동과 감옥동의 히든 스테이지 비밀이 풀린 가운데, 예측 불가 탈락자가 연이어 발생해 충격을 안겼다. 특히 9:2로 갈리는 등 다수가 소수 출연자를 배제하거나 몰아붙이는 듯한 플레이에 시청자들의 호불호도 극명하게 나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게임일 뿐”이라며 옹호하는 반응과 “보기 불편했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정현규가 게임 중 카이스트 출신 모델 최현준에게 “너 산수 할 줄 알아?”라고 말해 논란이 되자, 사과하기도 했다.
20일 공개된 10회~12회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제작진이 10회, 11회에 넣은 쿠키 영상을 보아도 정현규의 생활동 히든 스테이지 보상을 알고 있는 윤소희와 규현의 행동은 설득력이 부족했다. 여기에 우승을 양보하는 듯한 모양새처럼 보이자, 일각에서는 “연프(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였나요?”라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는 것.
이렇다 보니 강지영이 “왜 이제 와서?”라고 말하는 순간이나 세븐하이는 “우승은 현규로 정해져 있는 거냐”라는 발언에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물론 게임은 게임일 뿐이다. 연합과 경쟁이 가득한 환경 속에서 출연자들도 감정적으로 크게 동요할 수밖에 없고, 결승전까지 가기 위해 연합과 배신 등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특정 출연자들에게 비판이 쏠리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분명 시작은 두뇌 서바이벌이었다. 플레이어들의 적극적인 모습이나 한층 커진 스케일 덕에 짜릿한 두뇌 플레이를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했으나, 중반부터는 시청자의 기대와 달리 은따 논란, 게임 구성이나 생활동과 감옥동의 히든 스테이지 격차 등 설득과 몰입이 힘든 전개가 이어지며 재미는 사라진 채 허무하고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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