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최초로 다관절 복강경 수술 기구를 개발한 의료기기 업체 리브스메드가 기업공개(IPO) 시동을 걸었다. 연초 프리 IPO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9000억원에 육박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시장은 또 하나의 유니콘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가파른 매출 성장세에도 아직까지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얼마나 시장 분위기가 개선되고 회사가 투자자에게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느냐가 IPO 흥행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다관절 수술 기구 ‘아티센셜’
편의성에 저렴한 비용까지
리브스메드는 카이스트 전자공학과 출신 이정주 대표가 2011년 설립한 회사다. 이 대표는 카이스트 졸업 후 서울대 의공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고려대 의대 연구교수도 지냈다. 그만큼 의공학 분야에서 축적한 지식과 노하우가 많다. 이 대표의 의료기기 연구와 인공심장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리브스메드 대표 제품이 바로 복강경 수술 기구 ‘아티센셜’이다. 다자유도 원천기술이 최초 적용된 제품으로, 복강경 수술 시 환부 개복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360도 회전하며 수술 자유도를 높일 수 있게 했다.
기존 복강경 수술 기구는 한계점이 뚜렷했다. 집게 끝이 일자형으로 설계돼 움직임이 제한적이고 수술 부위에 따라 접근이나 정밀한 조작이 어려웠다.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ISRG)의 로봇형 복강경 수술 기구 ‘다빈치’는 집게 끝에 관절이 있어 수술의 자유도는 높였다. 다만 비용이 문제였다. 병원에서는 시스템 1대를 설치하는 비용이 수십억원에 달하고, 환자 역시 수천만원에 달하는 수술비가 들었다. 이에 대중화가 어렵고 일부 상류층만 이용하는 전유물에 가까웠다.
아티센셜은 이 같은 한계를 보완했다. 사람 손목과 유사한 다관절 구조를 갖추고 있어 상하좌우 360도로 회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의사가 손으로 직접 조작하는 ‘핸드헬드’ 방식이라는 점에서 더욱 정밀하고 직관적인 수술이 가능하다. 신체 내부로 들어가는 봉의 직경이 다빈치는 8㎜인 반면, 2023년 4분기 출시한 아티센셜5는 5㎜에 불과하다. 환자 입장에서 최소 절개로 인해 출혈과 통증이 줄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입원 기간과 합병증 발생 위험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아티센셜은 일회용 기기인 데다 의료보험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다빈치에 비해 비용 측면에서 저렴하다. 다빈치를 사용해 수술할 경우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이미 기반이 탄탄하다는 평가다. 대한외과학회 인증을 받아 대학교 공식 술기로 지정된 덕분이다. 레지던트가 외과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아티센셜 사용법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전국 50여개 의과대학에 아티센셜 키트가 공급된다. 국내 250개 이상의 병원과 450명 이상의 의료진이 실제 수술에서 아티센셜을 사용한다.
해외 공급처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18년 4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최초 인증을 시작으로 같은 해 8월 미 식품의약국(FDA) 인증, 2019년 11월 유럽연합 의료기기지침(CE MDD) 인증을 획득했다. 유럽 의료기기규정(MDR) 인증도 2024년 2월에 완료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유럽·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 70여개국에 진출했다.
특히 세계 최대 의료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입지 확장이 예상된다. 미국 최대 의료기기 구매대행그룹(GPO) 헬스트러스트퍼포먼스그룹과 공급 계약을 지난 4월 말 체결하면서다. 헬스트러스트는 미국 내 5000여개 병원 중 약 1800개 병원에 의료기기를 공급한다. 두 회사는 임상 실사를 수개월 동안 진행하면서 리브스메드 주요 제품의 임상적 유효성을 검증했다. 모든 절차를 통과한 리브스메드는 헬스트러스트의 광범위한 유통망을 활용해 미국 전역에 주요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경쟁자의 시장 진입이 어렵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요인이다. 리브스메드의 90도 다관절 기술은 자체 특허로 보호받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와 기술 우위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적자 회사인 리브스메드가 유수의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고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다. 리브스메드는 연초 프리 IPO 투자 유치에서 8800억원 수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약 38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FI 면면도 화려하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브레인자산운용·NH투자증권·산은캐피탈·수성에셋인베스트먼트 등이 프리 IPO에 참여했다. 스톤브릿지벤처스, NHN인베스트먼트 등 기존 투자자 라인업도 탄탄하다.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는 “리브스메드는 보유 기술 특허를 통해 글로벌 진입장벽을 확보한 상태”라며 “다빈치에 의해 독점화된 고비용의 로봇수술을 저비용의 수동형 관절 수술 도구로 구현한 기술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 GPO 계약으로 공급 확대
라인업 강화해 외과 수술 전 분야 도전
최근 맺은 헬스트러스트와 계약의 의미가 특히 크다. 회사 대표 제품 아티센셜뿐 아니라 혈관 봉합기 ‘아티씰’까지 공급 품목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아티씰은 다관절 다자유도 혈관 봉합기로 리브스메드가 준비 중인 신제품이다. 기존 아티센셜만으로도 매출 성장폭이 커지는 상황에서 아티씰까지 가세할 경우 흑자전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사장은 “아티씰이 미국 FDA에서 승인을 받으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측면이 긍정적”이라면서 “아티센셜만으로는 상장이 어려울 수 있었지만 아티씰을 비롯한 다양한 제품군을 갖춘다면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 9000억원에 육박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회사와 FI들은 IPO를 통해 1조원 몸값을 기대하는 눈치다. 회사는 지난 5월 7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아직까지 적자 상태인 만큼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한다. 앞선 기술성 평가에서는 AA등급, A등급을 받았다. 기술력을 앞세워 회사 성장성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실적 성장세는 뚜렷하다. 지난 2022년 97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23년 173억원, 지난해 271억원으로 매년 5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수출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수출액은 2022년 약 14억원에서 지난해 37억원으로 2.6배가량 늘었다. 수출 수량도 2022년 4196대에서 지난해 1만2997대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공모 구조도 시장 친화적이라는 평가다. 공모 물량 247만주 100%를 신주로 발행할 예정이다. 구주 매출은 자금이 회사로 들어가지 않고 기존 주주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투자자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되지만, 신주 발행의 경우 회사가 조달한 자금으로 신규 투자가 가능해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된다. 또한 공모 물량을 전체 상장 주식의 10%로 최소화하고 기존 주주들이 자발적 보호예수(록업)를 걸어둔 점도 인상적이다. 리브스메드의 최대주주인 이 대표는 보유 지분 44% 전량에 대해 3년 록업을 설정할 계획이며, 회사 주요 주주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과 브레인자산운용 등도 프리 IPO에서 확보한 신주 물량을 1년간 시장에 팔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기존 제품의 시장점유율 확대와 신제품 출시로 인한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외과 수술 모든 분야에 적용 가능한 라인업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2호 (2025.06.04~2025.06.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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