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1만1045건으로 전월(1만4261건) 대비 22.6% 감소했다. 지난해 11월(1만929건) 이후 최저치로 전세 거래는 2개월 연속 하락세다. 2023년만 해도 서울 아파트 월평균 전세 거래량은 1만3000~1만4000건을 유지했다. 2023년 2월과 3월에는 각각 1만6225건, 1만6518건을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새 학기 시즌을 맞이하면 전세 거래량이 급증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2023년 월간 기준으로 전세 거래량이 가장 적었던 9월에도 1만2498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들어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급감했다. 전세 시즌인 2월과 3월에도 1만2276건, 1만3690건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지난해 9월에는 전세 거래량이 처음으로 1만건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전세 거래량이 더욱 감소하는 모습이다. 올해 1월 전세 거래량은 1만153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17% 줄었다. 올해 2월과 3월에는 전월 대비 전세 거래량이 늘어나는 듯했지만 4월 들어 다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아직 통계가 마무리되진 않았지만 5월 역시 현 추세대로라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전세 거래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월세 확산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서울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주택 임차 계약은 23만3958건이고 이 가운데 월세 계약은 15만1095건이었다. 전체의 64.6%를 차지하는 수치다. 대법원에 확정일자 정보가 취합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월세 비중이 가장 높은 분기로 기록됐다.
# 요즘 서울 서초구 반포동과 잠원동 일대는 ‘전세 세입자 구하기’에 한창이다. 6월 입주하는 잠원동 ‘메이플자이’ 때문이다. 3307가구 대단지인 메이플자이 ‘입주장 효과’로 전세 매물이 쌓이고 있다. 입주장 효과란 대단지 아파트 입주 시점에 전세 매물이 늘면서 주변 지역 전셋값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메이플자이 전세 시세는 전용 59㎡가 12억~16억원, 84㎡가 16억~19억원 선에 형성됐다. 다만 워낙 많은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아직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 사이에서 보증금을 내리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메이플자이 입주 영향으로 인근 반포동이나 잠원동 일대 아파트 전셋값 역시 출렁이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초구 일대 전세 매물은 6개월 전과 비교해 60% 이상 증가했다.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은 다른 지역과 달리 오히려 하락 추세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5월 3주(19일 기준) 서초구 전셋값은 0.05% 하락했다. 3월 4주(-0.01%) 이후 8주 연속 내림세다.
구체적으로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올해 5월 16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3개월 전과 비교하면 1억5000만원 감소했다. 잠원동 반포센트럴자이 전용 84㎡ 역시 지난 4월 16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3월과 비교해 1억~2억원 감소했다. 잠원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메이플자이 입주를 앞두고 인근 거주자들이 기존에 살던 집을 전세로 주고 옮겨가려는 움직임이 있어 매물은 쌓이고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서울 전체 전셋값은 오르고 있지만 서울에서 입지가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 서초구 일대 전셋값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일대에는 방배동 재건축이나 반포주공1단지 등 상당한 물량이 추가로 공급될 예정이어서 향후 전셋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서울 전셋값 급등한다는데
서초·동대문·광명 입주 폭탄 ‘몸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주택 전세 시장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두 사례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불안정성’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분명 감소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1년까지만 해도 서울 주택 월세 비중은 연평균 40%대였다. 하지만 2022년 53%로 크게 늘었고, 2023년 56%까지 높아졌다. 지난해는 평균 60%에 이르며 10가구 중 6가구는 월세살이를 하고 있다. 신규 입주 물량 감소에 더해 고금리, 전세사기 등 여파로 임대차 거래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집주인 역시 완전 전세보다는 ‘반전세’ 혹은 ‘월세’로 공급하는 경우가 늘면서 전반적인 전세 거래량은 감소 추세다.
전세 매물이 줄면서 전셋값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5월 4주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은 전주 대비 0.25%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서울(0.3%)과 경기도(0.27%)를 중심으로 대전광역시, 세종특별시 등도 일주일 만에 0.2% 이상 상승했다.
전세보증금을 올려주고 기존 계약을 갱신하는 사례 역시 급증했다. 특히 아파트의 전세 갱신 계약 비중이 2배가량 늘었다. 부동산 중개 업체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전월세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전국 전세 갱신 계약 6만8932건 중 69%(4만7852건)가 증액 갱신 계약으로 집계됐다. 증액 갱신 계약은 직전 분기(3만3903건)와 비교하면 41%, 전년 동기(2만7569건)와 대비해선 73% 폭증한 수치다.
전체 갱신 계약 건수도 전년 같은 기간(6만2093건) 대비 11% 증가한 6만8932건으로 나타났다. 전세금을 올리더라도 갱신 계약을 택하는 세입자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인 지표만 놓고 보면 전세 매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대단지 아파트 입주장과 맞물려 ‘전세 세입자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서초구와 동대문구, 경기도 광명시다. 대규모 신축 아파트 단지가 입주하면서 유독 이들 지역만큼은 전세 매물이 쌓이고 전셋값은 하락하고 있다. 동대문구는 올해 1월 이문동 ‘래미안라그란데(3069가구)’에 이어 휘경동 ‘휘경자이디센시아(1806가구)’, 4000가구가 넘는 이문아이파크자이 등이 입주를 했거나 대기 중이다. 이미 동대문구 전셋값은 올해 5월까지 0.5%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으로 눈을 돌려보면 경기도 광명은 전셋값이 급락한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광명은 지난해 말부터 2027년까지 2만가구 이상 물량이 쏟아진다. 지금도 3804가구 대단지인 철산자이더헤리티지가 입주 중이다. 올해 광명시 전셋값은 무려 5.56% 하락했다.
따로 움직이는 전세 시장
지역마다 다른 공급량 영향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다분히 복합적이다.
우선 주택 공급량 문제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14만가구로 전년(17만1809가구) 대비 약 18% 감소할 전망이다. 신축 아파트 입주는 전세 공급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신축 아파트 단지가 많은 지역일수록 전세 매물이 쌓이고 전셋값은 안정화된다. 하지만 최근 1~2년 새 서울을 중심으로 새 아파트 대규모 공급이 크게 줄었다.
간혹 등장하는 입주 물량은 대부분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다.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하는 물량은 그 특성상 해당 지역에 국한돼 큰 영향을 미친다. 메이플자이나 철산자이더헤리티지 등은 모두 재건축 사업을 통해 탄생한 단지다. 결국 전체 공급량은 적고 간혹 나오는 물량도 대부분 정비사업으로 진행되면서 특정 지역 전세 수급에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대차2법 영향으로 기존 아파트 전세 물건이 시장에 거의 나오지 않고 있던 영향도 있다. 기존 전세 계약이 대부분 그대로 유지되면서 전세 매물 회전율이 크게 떨어졌다. 즉, 신축은 물론 구축 전세 물량이 크게 감소했다. 서초구와 같이 대규모 공급이 이뤄지는 곳은 영향을 덜 받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전세 매물이 크게 줄고 있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대출 규제 강화, 높은 전셋값 등으로 인해 선택지가 제한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3.26~4.82% 수준이다. 게다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4281만원으로 매년 오르는 추세다. 높은 전셋값, 고금리 기조 등 영향으로 전세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이나 월세는 큰 차이가 없어졌다. 여러 요인으로 상당수 세입자들은 구하기 힘든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를 찾는 경우가 늘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전세 시장이 앞으로도 지역별로 상반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내다본다. 3기 신도시가 본격적으로 입주할 때까진 이렇다 할 대규모 주택 공급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전체적으로는 전세 물량이 줄겠지만 입주 물량이 늘어나는 지역은 단기적으로 세입자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이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어들면 장기적으로 전세 물량이 감소하고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2호 (2025.06.04~2025.06.10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