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비대면 주담대 상품인 '하나원큐 주택담보대출'의 대출 한도를 기존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했다. 이번 한도 조정에 따라 비규제지역에서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는 고객이라면 15억원짜리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를 거의 꽉 채워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 부동산 침체에도 계속 집값이 오르고 있는 서울 마포구와 성동구 등에서 주택을 구매하려고 계획 중인 가계에서는 매력을 느낄 조건이다.
NH농협은행은 전일 공무원 전용 상품인 'NH공무원대출'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했다. 이 상품은 3개월 이상 근무한 공무원이 비대면으로 받을 수 있는 대출로,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46~4.76% 수준이다.
금리 인하를 통해 주담대 고객을 잡으려는 은행도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5년 주기형 주담대에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0.08%포인트 내렸다. 신한은행은 이달 중순부터 비대면 주담대와 전세대출에 우대금리 0.1%포인트를 적용하고 있다. 5대 은행 외에도 주요 은행이 대출 금리를 내리거나 대출 한도를 늘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주요 은행이 대출 영업을 강화하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연 0.15%포인트 내리며 5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특히 주담대 금리는 작년 9월 이후 7개월 만에 연간 3%대로 떨어졌다.
주요 은행이 대출 영업을 강화하는 건 올해 7월 시행을 앞둔 3단계 스트레스 DSR 영향으로 해석된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은 일반 차주의 주담대 한도를 수천만 원이나 줄이는 효과가 있다. 자신의 대출 한도를 끝까지 채워 주택을 구매할 계획이라면 7월 이후엔 차질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또 3단계 DSR 실행 후 풍선 효과를 우려한 보험사와 카드사들이 각각 보험계약대출과 카드론 한도를 선제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7월 이후 대출 자체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시중은행 대출 창구는 붐비는 모양새다. 농협은행은 6월에 실행할 모집인대출 접수를 29일부터 중단한다고 전했다. 근래 들어 농협은행 금리가 타행보다 경쟁력 있게 책정되자 6월분 접수가 한 달 먼저 종료된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 달 먼저 소진되는 건 이례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5대 은행에 따르면 이달 들어 27일까지 주택 관련 대출 잔액은 3조1936억원 증가했다. 지난 3월 증가폭이 2조3198억원을 기록하며 잠시 꺾이는 듯했으나 4·5월 연속 3조원 넘게 늘어난 것이다. 현재 5대 은행의 주택 관련 대출 잔액은 592조6236억원인데 현재 속도라면 수개월 내 6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한동안 감소세였던 신용대출 잔액도 증가세로 반전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3월까지 매달 줄어들었는데 4월 8868억원 늘어난 데 이어 이달에도 9631억원이나 불었다.
주요 은행은 연간 실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가계대출 영업에 속도를 내야 하는 입장이다. 올해 들어 4월까지 5대 은행의 주택 관련 대출은 총 8조원가량 순증했으나, 디딤돌과 버팀목 등 정책대출 상품(12조원)을 제외한 은행 자체 대출은 약 4조원 줄었다.
또한 6월 새 대통령이 선출된 이후 정부가 집값과 관련해 어떤 고강도 대책을 내놓을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달에 최대한 가계대출 판매를 늘리는 것이 안전하다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다.
[박창영 기자 / 김혜란 기자 /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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