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간 900만원의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연금저축계좌는 이제 재테크의 기본이 되었다. 연금저축계좌로는 600만원, IRP 포함해서는 900만원까지 세액공제 대상 납입한도가 되다보니 모두 연말이 되는 세액공제 한도를 채우기 위해 연금계좌에 돈을 넣는다. 총 급여액 5500만원(종합소득금액 4500만원)까지는 공제율이 15%고 그 이상일 경우는 공제율이 12%다. 지방소득세까지 합하면 5500만원 초과 급여생활자라고 하더라도 연금저축으로 79만 2000원(600만원의 13.2%)을 돌려받고 IRP까지 더해면 118만 8000원(900만원의 13.2%)을 돌려받을 수 있으니 연금 불입을 안 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연 900만원 납입(월 75만원)이면 일단 돌려받는 금액만 하더라도 118만8000원이니 한달치가 넘는 납입금액을 돌려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금의 목적은 세액공제를 받기 위한 것은 아니다. 운용수익(배당소득 및 해외펀드의 경우 매매차익)에 대해서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강력한 절세계좌인 연금계좌(연금저축+개인형 퇴직연금 IRP)로 복리효과를 누리며 자금을 굴리다가 은퇴 시점에 연금을 받는 것이 연금계좌의 목표다. 다만 연금저축계좌는 일반 계좌와 달리 돈을 인출할 때 세금을 내야 하는 만큼 최대한 전략적으로 인출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금저축계좌는 가입일로부터 5년 경과하고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때 연령에 따라 3.3~5.5%인 연금소득세로 과세된다. 물론 연금소득세를 안 내는 경우도 있다. 연금계좌에서 세액공제한도는 900만원이지만 1년에 1800만원까지 납부할 수 있다. 즉 세액공제한도를 초과하는 900만원 연금에 대해서는 별 다른 혜택을 받은 게 없기 때문에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으며 인출 때에도 세금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 세제혜택을 받지 않은 금액에 대해서는 가입자가 세액(소득)공제를 받지 않았음을 입증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 국세청 홈택스에서 ‘연금보험료 등 소득·세액공제 확인서’를 발급받아 금융회사에 제출하거나 ‘발급번호’를 금융회사의 온라인상 수령신청 화면에 입력하여야 한다.
만약 세액공제 혜택을 받았다고 하면 55세 이후에 인출이 가능하다.다만 IRP는 한번 납입 후 중도 인출이 아예 안되고 연금저축은 부득이한 사유(의료목적, 천재지변 등)가 있다면 인출은 가능하다. IRP는 한번 납입 후에는 중도 인출이 불가능하고 투자 자산의 제약도 있기 때문에 세액공제한도 9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IRP가 아닌 연금저축에 넣는 편이 유리하다.
55세 이전 부득이한 사유로 인출한다면 연금소득세를 내지만 그 외 사유로는 기타소득세율(16.5%)을 내게 된다. 즉 받았던 세액공제 혜택을 모두 토해낸다고 보면 된다.
55세 이상이 되더라도 연금을 수령할 때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연금소득세는 연금계좌로 납입할 때 혜택으로 받은 세액공제율 13.2~16.5%나 이자·배당에 대한 원천징수세율 15.4%에 비하면 낮은 세금이다.
저율의 연금소득세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연 1500만원 이내로 인출해야 한다. 10년 이상이라는 조건이 붙는 이유는 연금 수령한도 때문이다. 연금수령 10년차가 되어야 연금수령한도가 없어진다.
여기서 또 하나 유의할 점은 연금수령 한도다. 연금수령한도가 있기 때문에 만 55세가 됐을 때 최소 1억 2500만원은 있어야 분리과세 한도인 연 1500만원까지 인출할 수 있다. 연금수령한도는 연금계좌 평가금액을 (11-연금수령 연차)로 나눈 후 120%를 곱한 값이다. 연금 자산을 많이 쌓아놓았다고 하더라도 연금 수령이 1년차라면 첫해연도에 많은 돈을 연금소득세 적용을 받으며 인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55세(가입기간 5년 이상)가 되기만 하면 연금이 개시했는지 안 했는지와 상관없이 연금 수령 연차는 자동으로 올라간다. 그렇기 때문에 50세 이상 연금 저축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나눠서 인출하지 않고 목돈을 인출하는 경우는 16.5%의 기타소득세가 과세된다. 나눠 인출하더라도 연간 1500만원을 초과한다면 기타소득세를 내거나 종합소득세에 합산하되 세금을 낸다. 1500만원 초과 인출 시 한도 초과금액만 아닌 전체 인출액에 대해 기타소득세나 종합소득세 과세가 되기 때문에 절세를 위해서는 1500만원 한도를 잘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인출 순서도 중요하다. 연금 계좌엔 각각 다른 원천의 돈들이 있다. 연말정산 혜택을 받지 않은 돈(추가납입책), 연말정산 혜택을 받은 돈, 운용수익, 퇴직금 등이다. 돈의 원천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세금을 덜 내는 돈부터 먼저 인출해야 한다. 먼저 연금계좌에서 과세제외금액, 이연퇴직소득, 과세대상소득 순으로 인출해야 세금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여러 원천의 돈이 하나의 계좌에 섞여 있으면 인출 순서가 명확하지 않고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급적 계좌는 따로 만드는 게 좋다. 세액공제 한도 초과 금액, 이연퇴직소득, 세액공제 받은 납입금액을 따로 분류해서 각각 다른 계좌에 만들어 놓는 것이다.
매년 납입금액 중 세액공제 한도초과금액은 비과세로 인출 1순위다. 그다음 2순위는 퇴직금을 받은 이연퇴직소득이다.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엔 퇴직소득세의 30%(실제 수령 연차 10년 미만)가 줄어든다. 연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받을 때는 퇴직소득세를 낸다. 3순위는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금과 연금계좌의 운용소득이다.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연 1500만원 이하로 인출할 경우 3.3~5.5%의 연금소득세로 분리과세된다.
세금을 덜 내는 돈부터 먼저 인출해야 한다.
IRP를 비롯한 퇴직연금은 연금저축과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 인출된다. 먼저 IRP는 개인이 따로 납입해 세제 혜택을 받는 개인형 IRP와 퇴직금을 받는 퇴직형 IRP가 있다. 개인형 IRP는 중도인출은 불가능하고 담보 대출도 안된다.
퇴직형 IRP는 퇴직금이라고 할 수 있는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계좌다. 55세 전에 퇴직하는 근로자가 법정퇴직급여를 받는 계좌는 IRP로 받게 되어 있다. 단 퇴직금 담보대출을 상환해야 하거나, 퇴직급여가 300만원이 안되는 경우에는 일시에 현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55세 이후에 퇴직하는 근로자는 퇴직급여를 일시에 현금으로 수령할 수도 있고, 연금계좌(연금저축, IRP)에 이체받을 수도 있다.
퇴직급여를 일시에 현금으로 수령하는 퇴직자는 퇴직소득세를 먼저 납부하고 남은 금액만 수령하게 된다. 하지만 퇴직급여를 연금계좌에 이체하는 경우에는 퇴직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는데, 이렇게 퇴직소득세를 징수하지 않고 연금계좌에 이체한 퇴직급여를 ‘이연 퇴직소득’이라 한다. 세금은 연금계좌에서 이연 퇴직소득을 인출할 때 부과된다. 어떤 경우든지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연금수령 연차 10년차까지 30%, 11년차부터 40% 감면된다.
보통 1억원에 대한 퇴직소득세는 110만원(근속연수 20년 가정) 정도 나오는데 만약 연금으로 연간 1200만원 가량 인출하면 퇴직소득세는 9만 4000원 정도다. 8년 정도에 걸쳐서 받는다고 해도 세금 총액은 75만원 정도로 세금이 크게 줄어든다. 연금으로 받으면서 비과세 계좌에서 운용수익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법정퇴직급여 말고도 법정외 퇴직급여(명예퇴직금, 희망퇴직금 등)를 받는 근로자들이 있는데 명예퇴직금은 법정퇴직급여는 아니기 때문에 퇴직 당시 나이와 무관하게 IRP에 이체해야 할 의무는 없다. 퇴직자의 선택에 따라 일시에 현금으로 수령할 수도 있고, 연금계좌에 이체할 수도 있다. 법정퇴직금은 연금계좌에 이체하고, 명예퇴직금은 일시금으로 일반 계좌로 수령할 수도 있다. 일찍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을 했지만 55세까지 연금계좌에서 굴려 운용수익을 만들고 싶으면 연금계좌로 인출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일반 계좌로 받으면 된다.

다만 퇴직급여를 수령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연금계좌에 이체를 완료해야 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퇴직급여를 일시에 현금으로 수령할 때 퇴직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데, 일시 수령한 퇴직급여를 다시 연금계좌로 이체하면 원천징수한 퇴직급여를 해당 연금계좌로 돌려받을 수 있다. 정년 퇴직 후 재취업을 하면서 55세 이후 IRP 퇴직연금 수령을 미루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퇴직소득세 감면을 위한 연금 수령 연차를 쌓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55세가 되면 자동으로 연금수령연차가 쌓이게 되는 개인연금과 달리 퇴직연금은 실제로 수령을 해서 연금수령연차를 쌓아야 한다. 그래야지 연간 연금 수령한도를 늘리고 퇴직소득세 감면을 받을 수 있다. 연금수령 한도가 1년차라면 실제 연금계좌평가금액에 12%가 연금수령한도가 되고 그 이상 수령하게 되면 퇴직소득세 감면을 못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 없더라도 1만원이라도 인출하면 된다. 1만원 이상 10년간 인출하면 연금수령한도가 사실상 없어지니 퇴직금에 해당하는 이연퇴직소득 전부를 한꺼번에 인출해도 퇴직소득세 감면을 받는다.
퇴직연금에서 인출할 때 가입자가 매도 순서를 정하지 않았다면 잔고에 비례해 일률적으로 매도되거나, 금융회사가 미리 정한 순서에 따라 금융 상품을 자동 매도한다. 단, 금융회사마다 매도 순서나 방식이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통상 현금성자산, 원리금 보장 상품, 디폴트 옵션 상품(초저위험), 원리금 비보장상품 순서를 따른다.
가입자가 매도 순서를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금융회사는 현금성 자산부터 연금으로 지급한다. 현금성자산이 없으면 원리금 보장 상품을 매도해 연금을 지급한다. 원리금 보장 상품이 여러 개 있는 경우에는 금리가 낮은 것부터 순차적으로 매도한다. 투자 금액과 만기를 고려하지 않고 금리가 낮은 상품을 먼저 매도하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미리 매도 순서를 정해 두는 것이 좋다. 원리금 비보장인 실적배당형 상품의 경우에도 위험도에 따라 매도 순서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다만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는 가입자가 직접 매도를 해야 한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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