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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매그7’ 헬로우 ‘테리픽10’

글로벌 테크주 지각변동

  • 명순영
  • 기사입력:2025.04.07 21:00:00
  • 최종수정:2025-04-07 10: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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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테크주 지각변동

“Mag(Magnificent)7은 과거 뉴스다. 이젠 T(Terrific)10에 집중할 때가 됐다.”

미국 월가 기술주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예스(그렇다)”라고 답한다.

미국 경제전문지 배런스는 최근 “M7은 잊어라, 2025년은 T10에 베팅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최근 급부상한 중국 기술 기업이 중국 증시를 이끌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얘기다.

지난해 한 해 동안 20% 넘게 오르며 압도적인 수익률을 자랑했던 미국 증시가 주춤하자 떠오른 대안이 중국이다. 중국 대표 기술주인 ‘T10’이 미국 ‘매그니피센트(M7)’를 대체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까지 줄곧 순매도를 보이던 중국 주식형 공모펀드에 뭉칫돈이 몰린다. 3월 31일 기준, 최근 1개월간 중국 주식형 펀드에 3587억원이 순유입됐다(KG제로인 기준). 한 달 순증분으로는 2022년 4월 이후 최대치다. 중국 펀드가 자금 순유입을 기록한 것은 13개월 만의 일이기도 하다.

그간 투자 업계에서는 중국 기술주들을 ‘인터넷주’ 정도로 분류해왔다. 하지만 알리바바·텐센트 등이 AI(인공지능)와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서 성과를 내자 ‘AI주’로서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진행 중이다.

가장 주목받는 기술주는 이른바 ‘T10’이다. T10은 ‘대단한(Terrific) 10개 종목’의 약어다. 미국 자산운용사 위즈프리덤의 주식 전략 책임자인 제프 웨니거(Jeff Weniger)가 미국 M7에 대응해 꼽은 중국 대표 기술 기업 10곳을 의미한다.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메이퇀, 비야디(BYD), SMIC, 지리차, 바이두, 넷이즈, 징둥닷컴 등이 해당된다. 제프 웨니거는 지난 2월 X를 통해 “중국 T10이 미국 M7 성과를 압도하고 있다”며 “미국의 M7이 그랬듯이 대중이 이들 기업의 주도권을 깨닫고 인정하고 수용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 증시 랠리를 이끄는 대장주는 중국 전자상거래·클라우드 서비스 1위 기업 알리바바다. 애플이 중국 아이폰에 알리바바의 AI 기술을 탑재키로 하며 중국 AI 대표주로 부상했고, 알리바바 매수세가 점점 커졌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2802억위안(약 55조원), 순이익은 464억위안(약 9조1000억원)으로 4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AI 관련 매출이 6분기 연속으로 세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AI로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 셈이다.

중국 최대 전기차 회사인 BYD는 딥시크와 손잡고 중국 내 전 차종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한다고 밝히며 회사 가치를 높였다. 자사 저가 모델을 포함한 거의 모든 차종에 첨단 자율주행 시스템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것. BYD는 ‘신의 눈’이라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보유 중이다. 왕촨푸 BYD 회장은 지난 2월 “자율주행 시스템이 더는 가질 수 없는 사치품이 아니며, 안전벨트와 에어백처럼 필수 도구”라고 강조했다.

투자도 이어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대표 ‘밈 주식’ 게임스톱 CEO인 억만장자 라이언 코헨이 중국 알리바바 지분을 10억달러까지 늘렸다고 지난 2월 말 보도했다. 2023년 초부터 투자를 해왔는데, 현재 1조4000억원까지 투자금이 늘어났다. 또 다른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 데이비드 테퍼가 설립한 헤지펀드 애팔로사매니지먼트도 알리바바 지분을 18% 추가 매입했다는 소식이다.

사진설명

테크 때렸던 中 정부 태세 전환

미 증시 흔들릴 때 중 증시 가격 매력도

중국 증시는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지원도 등에 업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테크 기업 때리기를 중단하고 기술 자립을 선언하는 등 관련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자체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좋아졌다는 점 역시 추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지난해 4분기 예상치를 웃도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별 국채 발행 등 소비 진작 정책 실시도 장기 성장률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배당금 상향,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독려하는 중국판 밸류업 정책 강화도 주식 시장에 호재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중국 기술주를 위축시킬 것이라 우려한다. 그러나 노이버거버먼 아시아 책임자인 와이티분은 “중국 기업은 미국 등 다른 나라보다 중국 소비자에게 더 의존하기 때문에 무역 전쟁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애플과 테슬라 자리를 샤오미나 알리바바, BYD가 차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이 지난해 9월 이후 중국 주식 순매수에 나서며 수급 상황도 좋아졌다. 2020년 15%까지 늘렸던 글로벌 펀드 내 중국 비중은 2023년 5%로 바닥을 찍고 지난해 말 6.3%로 높아졌다. 단기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표는 타국가 대비 매력적이다. 12개월 전망 주가수익비율(PER)은 11.4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4배로 역사적 고점 대비는 낮은 수준이다.

개별 테크 기업을 따져봐도 가격 이점은 분명하다. 바이두의 올해 PER은 10배 수준이다. M7 종목 중 가장 밸류에이션이 낮은 알파벳(구글)도 19배에 달한다. M7에 속하는 아마존 PER은 31.5배인데, 비슷한 모델의 알리바바는 15배에 불과하다. 페이스북과 메타(24배) 대비 위챗의 소유 기업인 텐센트 PER은 18배로 상대적으로 낮다. BYD의 PER은 20배로 테슬라(100배)에 훨씬 못 미친다. T10 기업이 M7 대비 전체적으로 싸다는 뜻이다. 피트케언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 릭 피트케언은 “매력적인 가격 덕분에 중국 기업이 더 상승할 가치가 크다”며 “M7에서 나온 자금이 T10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AI 랠리가 AI 인프라 → AI 지원 업체 → AI 도입 기업 순으로 진행됐는데, 중국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HSBC는 “중국 AI 기업과 미국 AI 기업 간의 밸류에이션 차이가 여전히 크며 향후 성장과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그 격차가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T10은 미국 M7에 대응해 꼽은 중국 대표 기술 기업 10곳을 의미한다.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메이퇀, 비야디(BYD), SMIC, 지리차, 바이두, 넷이즈, 징둥닷컴 등이 해당된다. 사진은 알리바바 본사. (연합뉴스)
T10은 미국 M7에 대응해 꼽은 중국 대표 기술 기업 10곳을 의미한다.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메이퇀, 비야디(BYD), SMIC, 지리차, 바이두, 넷이즈, 징둥닷컴 등이 해당된다. 사진은 알리바바 본사. (연합뉴스)

소외됐던 중 펀드도 인기

인도에서 중국으로 자금 쏠릴까

중국 펀드에도 관심이 쏠린다. 설정액 500억원 이상 공모 중국 주식형 펀드를 기준으로 KCGI차이나펀드(설정액 1860억원)가 최근 6개월 수익률 33%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수익률을 냈다. 해당 펀드에는 지난 3월 말 기준, 최근 1개월간 89억원이 순유입됐다. 해당 펀드는 중국 본토뿐 아니라 홍콩, 대만 등 범중국 기업에 투자한다. T10 주요 종목 등 중국 기술주에 투자하면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내수 소비주에 동시에 투자하는 바벨 전략을 활용하는 게 특징이다. 바벨 전략이란 위험과 수익을 균형 있게 관리하기 위해 상반된 전술을 결합하는 투자 전략을 말한다.

글로벌 자금 역시 인도에서 중국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감지된다. 지난 몇 년간 인도는 막대한 인프라 투자와 중국을 대체할 제조 허브로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을 끌어모았으나, 최근 중국 증시에 밀려 매력이 다소 줄었다. 자산운용사 캔드리암의 펀드매니저 비벡 다완은 “딥시크 열풍이 중국 경제와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여러 요소를 종합하면 위험 대비 보상 측면에서 중국이 인도보다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4호 (2025.04.09~2025.04.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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