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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제 해제 땐…잠삼대청 옛 명성 회복?

실효성 논란에도 꿋꿋이 버티더니…

  • 정다운
  • 기사입력:2025.02.03 21:00:00
  • 최종수정:2025-02-03 14: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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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논란에도 꿋꿋이 버티더니…

서울 내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가 5년 만에 해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토허제 지정이 집중돼 있던 강남구 대치동, 삼성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 집값 향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열린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에서 강남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철폐해달라는 시민 토론자의 요청에 “특단의 시기에 선택됐던 토지거래허가제는 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조만간 생각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후 해제 가능성이 거론되는 지역 부동산에 관심이 집중된다. (윤관식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후 해제 가능성이 거론되는 지역 부동산에 관심이 집중된다. (윤관식 기자)

집값도 전셋값도 못 잡은 토허제

토허제는 부동산 투기 거래를 막고자 도입됐다. 토허제 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크기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살 때 관할 시·군·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토허제 구역으로 지정되면 임대를 놓거나 전세 끼고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이 구역에서 아파트를 사면 2년간 실거주해야 하고, 상가·업무용 빌딩은 4년간 입주해야 한다.

서울에는 개발사업 지역을 중심으로 총 64.53㎢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서울시 전체 면적(605.24㎢)의 10.8%에 해당한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부터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까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일대인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14.4㎢는 2020년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고 네 차례 연장을 거쳐 올해 6월 22일까지 규제가 적용된다. 비강남이지만 인기 재건축 단지가 있는 양천구 목동과 성동구 성수동, 신속통합기획·공공재개발·모아타운을 추진하는 사업지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번 토론회에 시민 토론자로 참여한 최 모 씨는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도곡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 5년이 다 돼가지만 부동산 가격이나 폭등 제어 효과가 크게 없었으며, 오히려 주변 다른 지역에서 가격이 폭등하는 등 역효과가 난다고 주장했다.

최 씨 주장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토허제 실효성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2년 실거래 목적으로만 매매가 허가되기 때문에 일부 구축 아파트가 몰린 지역은 사실상 거래가 끊기고, 주거 선호도가 높은 신축 아파트값은 더 크게 뛰는 양극화가 나타났다. 주택 처분이 쉽지 않다 보니 집주인들은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했다. 실거주 의무 조건에 따라 전세 물량이 감소하면서 전셋값도 크게 뛰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지정된 이후 2019년부터 2020년 1년 동안 전세 가격은 ▲잠실 8.42% → 30.97% ▲삼성 2.39% → 15.66% ▲대치 7.17% → 27.21% ▲청담 1.46% → 18.08%로 크게 뛰었다.

애꿎은 임차인 피해가 컸던 반면 집값 억제 효과는 ‘도루묵’이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발표한 ‘서울시 토지거래허가제도 운영 효과 분석’에 따르면 국제교류복합지구 일대 집값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직후 약 9.5% 하락했지만 시행 2년 이후부터는 상승 전환해 약 4%의 상승률을 보였다. 주택 매매 거래량도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량 추이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지정되지 않은 반포·잠원·개포 등 강남권과 마포·용산·성동구 등 강북 인기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이런 분위기 가운데 오세훈 시장은 “재산권 행사를 임시로 막아놓은 것이므로 그동안 풀고 싶었고, 당연히 풀어야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잘못하면 기름 붓는 역기능이 있을 수 있어 과감하게 풀지 못했다”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도 부동산 가격이 지난 2~3개월 하향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었고 오히려 침체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집값 하향 안정세에 접어든 규제를 완화할 시기라는 게 오 시장의 판단이다.

GBC 주변부터 해제 가능성

부동산 시장에서는 2월 중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기준과 해제 범위 등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구체적인 발표가 나와야겠지만 해제 가능성이 유력할 것으로 점쳐지는 곳은 대치동, 청담동, 삼성동과 잠실동이다. 잠실 마이스(MICE) 복합단지와 현대자동차 GBC,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수혜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인근 지역’으로 너무 광범위하게 묶여 있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강남·서초 자연녹지지역(26.62㎢)을 제외하면 면적이 가장 넓다. 완공 예정 시점도 2030년 전후여서 그때까지 유지하는 건 지나친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도 많았다.

단, 전문가들은 재건축 단지가 아니거나 개발 지역에서 거리가 먼 행정동부터 순차적으로 풀릴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예컨대 GBC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진 대치1동에서 재건축 단지가 아닌 곳은 ‘래미안대치팰리스’ ‘대치동부센트레빌’이다. 잠실2·3동 역시 GBC에서 거리가 있는 편인데, 이 지역에서 재건축 대상이 아닌 곳은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레이크팰리스’ 등이다.

이런 단지들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면 집값이 일시적으로 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특히 대치동 같은 학군지의 경우 대출 규제 속에서도 신고가가 이어졌던 곳인 만큼 갭투자 수요가 가세하면 집값 상승의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이들 단지는 이웃 단지인 은마아파트나 잠실주공5단지에 비해 전세 가격이 훨씬 높고 집값도 상승세여서 갭투자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며 “갭투자가 허용되면 상승 여력이 더 생길 수도 있다”고 봤다. 리센츠 전용 98㎡는 지난해 말 32억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지난해 말 27억5000만원(16층)에 팔린 엘스 전용 84㎡는 최근 28억원 후반대에 계약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지정 전인 2020년 5월 30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에는 35억30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행정동 단위로 풀기는 하되 신속통합기획 단지나 재건축 추진 단지는 토허제를 유지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예를 들어 대치1동에서는 ‘개포우성1·2차’ ‘선경1·2차’가, 잠실3동에서는 ‘잠실주공5단지’가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치2동에서는 미도아파트가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반면 그간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상대적으로 토허제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렸던 서초구 반포동의 경우 집값이 다소 주춤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토허제를 피해 갔던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2020년 30억원 수준으로 거래되던 것이 지난해 12월 53억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하며 연일 가파른 상승세(76.7%)를 보여왔다. 같은 기간 토허제로 묶였던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가 35%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반포 아파트가 상승폭이 훨씬 가팔랐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위축된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만으로 집값이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필명 빠숑)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면 그간 입지·가치 대비 눌려 있던 집값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고 그 과정에 일시적인 상승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지정 해제만으로 위축돼 있던 집값이 장기적 상승세로 돌아선다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5호 (2025.02.05~2025.02.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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