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로로티로 행사명 변경…300만 송이 만발
증강현실·미러룸 등 즐길거리 풍부…6월 15일까지

최근 고소영·주지훈·김선호 등 유명 배우가 앞다퉈 인증사진을 찍고 간 축제가 있다. 그 주인공은 ‘에버랜드 로로티’ 장미축제다. 늘 해오던 에버랜드의 그 장미축제인데 뭔가 좀 다른 느낌이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가 장미축제 40주년을 맞아 올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축제를 연다. ‘로즈가든 로열 하이티(Rose Garden Royal High Tea, 이하 에버랜드 로로티)’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300만 송이 장미가 만발한 로즈가든에서 한 달간 티 파티를 연다는 콘셉트의 축제를 선보인다.
에버랜드에 따르면 지난 16일 개막한 에버랜드 로로티 장미축제는 불과 십여 일 사이에 약 25만 명이 다녀갔다. 축제는 오는 6월 15일까지 30일간 짧고 굵게 펼쳐진다.

장미축제는 연예인들의 사랑을 넘어 정장(?)을 갖춰 입은 이들에게도 관심이 집중된다. 이들의 정체는 ‘지자체 공무원’이다.
전국 각지에서 매년 꽃 축제를 하는 지역의 축제 담당 공무원들이 이곳을 찾는다. 자신들이 맡은 지역 꽃 축제를 개선하고자 우리나라 꽃 축제의 대표 격인 에버랜드의 축제를 샅샅이 훑고 가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에버랜드 장미축제는 우리나라 최초의 꽃 축제로 1985년 개막했다. 지난 40년간 이어져 온 이 장미축제에 약 6000만 명이 다녀갔다.

올해 에버랜드에서 마주할 수 있는 장미의 수는 백송이, 천 송이가 아니다. 무려 720품종 300만 송이다. 그야말로 대단한 장미 사랑이다. 에버랜드가 현재까지 자체 개발한 장미 품종인 일명 ‘에버로즈’도 40품종에 이른다. 올해 장미축제에서는 이 중에서도 11개의 품종을 엄선해 식재했다.

올해 열린 에버랜드 로로티의 주인공은 ‘도나 D. 로지’다. 목에 열쇠를 걸고 다니는 신비롭고 약간은 도도한 느낌의 사막여우 캐릭터다.
꽃이 없다시피 한 사막에 사는 여우가 ‘장미 축제’의 주인공이라니. 놀랍다. 이 캐릭터는 ‘척박한 사막에 사는 사막여우가 장미라는 꽃을 봤을 때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상상에서 출발했다.

도나 D. 로지 캐릭터를 잘 뜯어보면 목에 ‘열쇠’를 걸고 있다. 이는 로즈가든으로 들어갈 수 있는 하나 뿐인 열쇠다. 이 캐릭터는 이른 아침부터 장미를 가꾸는 정원사이자, 목에 열쇠를 꼭 걸고 소중한 장미가 있는 로즈가든을 지키는 수호자다. 취미는 홍학이나 나비와 같은 동물 친구를 불러 티파티를 즐기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장미 집착, 광(?) 사막여우다.

눈썰미 좋은 에버랜드 마니아라면 이 캐릭터가 꽤나 눈에 익을 수 있다. 사실 이 캐릭터는 에버랜드 마스코트인 레니 & 프렌즈에 등장하는 여우 캐릭터 ‘도나’의 부캐다. 에버랜드 고유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마스코트의 부캐’라는 콘셉트로 새로운 마스코트를 만든 참신한 시도다.
“세계 꽃 콘테스트에서 수상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거냐면요. 심사 기간에만 3년이 걸려요. 출품할 품종의 장미 뿌리를 소독해서 5개씩 보내죠. 주최 측에서 전 세계에서 온 이 장미 품종을 같은 조건으로 심고 3년간 키워서 심사하는 거예요.”

에버랜드 유튜브 채널 ‘꽃바람 이박사’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이준규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장의 말이다.

에버로즈 중 퍼퓸 에버스케이프·가든 에버스케이프·카니발 에버스케이프 등 3개 품종은 2022년 ‘일본 기후 국제 장미 콘테스트’에서 수상까지 했다. 그중 퍼퓸 에버스케이프 장미 품종은 전 세계에서 출품한 41개 품종을 제치고 총 4개 부문에서 최고상인 금상과 특별상을 받으며 상을 싹쓸이 했다. 최근 국내 최초로 일본으로 진출해 판매를 시작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2024년에는 퍼퓸에버스케이프가 광노화 방지 및 항산화 효과가 있다는 연구 논문이 세계적 권위의 SCIE급 학술지 ‘케미컬 앤드 바이올로지컬 테크놀로지스 인 애그리컬쳐(Chemical and Biological Technologies in Agriculture)’에 오르는 영광을 차지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에버로즈를 식재한 에버랜드 내 ‘장미원’ 역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달리 말해 한국 안에서 평가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시선에서 봐도 에버랜드 장미원은 수준 높은 장미 정원이라는 것이다.
장미원은 지난 2022년 세계장미컨벤션에서 제19회 ‘세계장미회 최고정원상’을 받았다. 에버랜드는 독일 츠바이브뤼켄 장미원, 룩셈부르크 문스바흐성 장미원 등 9곳의 세계 장미 정원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축제가 열리는 공간인 장미원은 100m 전부터 알아볼 수 있다. 300만 송이의 장미가 화려한 분위기를 물씬 낸다.

이준규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장에 따르면 에버랜드 로로티는 ‘장미’가 빠지면 아예 말이 안 된다. 장미라는 콘셉트가 굉장히 확실해서 장미 대신 해바라기를 넣을 수도, 라일락을 넣을 수도 없다. 어떤 꽃을 집어넣어도 말이 되는 그런 축제가 아닌 장미만을 위한 축제다.

장미원은 크게 4개 구역으로 나뉜다. 먼저 장미꽃 향기에 취해서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미로원’이다. 이곳에서는 향기가 서로 다른 7가지 종류의 장미를 만나볼 수 있다. 레몬·설탕·차향 등을 내뿜는 여러 장미의 향을 직접 맡아볼 수 있다.

아름다운 장미 품종을 모아놓은 ‘비너스원’이다. 예쁘지 않은 장미가 어디에 있겠냐만은 이곳의 장미는 외관이 평균 이상으로 빼어나다. 세계대회에서 수상한 장미 품종 등 객관적으로 아름다움을 인정받은 장미가 심겨진 곳이다. 미(美)의 상징인 비너스 동상과 아름다운 장미가 어우러져 낭만적인 분위기가 배다.

에버랜드 자체 개발 장미인 에버로즈를 특별히 식재한 구역인 ‘빅토리아원’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서 역시 에버로즈 중 아름다운 품종만을 선별해 전시했다.

활짝 핀 장미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미의 방’, 커다란 열기구를 배경으로 증강현실(AR)을 체험할 수 있는 ‘AR체험 방’, 사방에 거울을 둬 특별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미러룸’ 등 구역도 즐길 수 있다.
‘큐피드원’에는 사랑스러운 분위기의 분홍빛과 붉은빛 장미를 모아 놨다. 이곳에서 연인의 얼굴을 마주보면 왠지 더 사랑스러워 보일 수도.
장미원 곳곳에서 사막여우 캐릭터 도나 D. 로지를 발견하는 맛도 있다. 비너스원에서는 곤히 잠든 듯한 거대한 사막여우 조형물을, 큐피드원에서는 낚시하는 사막여우 조형물을, 미로원에서는 사막여우와 홍학이 숨바꼭질하고 있는 듯한 조형물을 찾을 수 있다.

에버랜드 장미축제는 올해 단순히 이름만 갈아입지 않았다. 볼거리, 먹거리, 놀 거리, 살 것까지 전부 새롭게 내놨다.
기존 에버랜드 장미축제가 단순한 ‘관람’에서 끝이어서 아쉬웠다면 올해는 다르다. ‘에버랜드 로로티’는 정원 문화, 차(茶)문화, 예술을 결합한 다양한 체험을 선보인다.

에버랜드 로로티 기간 장미원은 ‘미술관’으로 변한다. 디올과 현대백화점 등과 협업한 유명 그림 작가인 ‘다리아 송’을 비롯해 조각가 ‘갑빠오’와 ‘부원’ 등과 함께한 그림과 조형물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20년간 일반에 공개하지 않던 장미성 내부 공간도 새롭게 단장해 문을 연다. 장미성은 다리아 송 작가의 그림을 입혀 웅장한 ‘로로티 캐슬’로 다시 태어났다. 갑빠오 작가와 협업한 초대형 사막여우 조형물도 성 위로 불쑥 솟아있다. 성 앞은 벌써 관람객들의 기념사진 명소로 자리 잡았다.

그간 일반에 공개하지 않던 캐슬 내부 공간은 ‘도나 D.의 아틀리에’라는 이름의 이번 장미축제 기획 상품 판매점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에서 드리머(Dreamer)·로자리안(Rosarian)·가디언(Guardian) 등 3가지 콘셉트의 에버랜드 로로티 기획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상품은 총 78종에 이른다. 그중 어린아이들의 꿈나라 친구 콘셉트로 기획한 슬리핑 사막여우 인형이 특히 반응이 좋다.

보는 것도 좋지만 테마파크에서는 군것질이 빠질 수 없다. 장미원을 지나는 이들이 하트 모양 추로스를 하나둘 들고 있다. 그것도 분홍빛 설탕을 입은 채 말이다.
축제 기간 장미원 입구 추로스 부스에서 하트 추로스·로로티 추로스·롱 추로스 등 3종 메뉴를 판매한다. 그밖에 장미꽃 모양 얼음과 식용 장미를 더한 로즈베리 아이스티 등도 꼭 맛봐야 할 특별 메뉴다.
장미원 코앞에 있는 쿠치나마리오 식당에서는 축제 기간 애프터눈 티 세트를 판매한다. 차를 담아주는 도기가 250년 전통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의 제품이라 더 특별하다.

낮에는 여우 탈을 쓴 에버랜드 캐스트들도 축제장을 돌아다니는데 이들과 기념사진도 놓치지 말고 찍어보시길. 이번 장미축제를 제대로 즐기려면 ‘해’가 질 때까지 있어 줘야 한다. 사막여우 캐릭터를 흉내 낸 연기자들이 장미원 시작점부터 로로티캐슬까지 이어진 길의 불을 밝히는 특별 공연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에버랜드가 이다지도 장미에 진심을 다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가진 ‘꽃이 우리의 즐길 거리이고 이것이 곧 우리의 문화’라는 정신을 이어받은 영향이다. 이 창업주는 1976년 용인에 자연농원을 조성하며 현재 에버랜드 장미원에 122개 장미품종, 3500그루를 심었다. 당시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 장미라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에버랜드의 진심이 통했는지 에버랜드 로로티를 찾는 방문객 행렬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놀이기구를 즐기지 않는 50·60세대 연령대가 에버랜드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그간 놀이기구를 즐기는 10~30세대나, 어린 아이와 함께 테마파크를 찾는 40대 방문객이 에버랜드의 주 고객이었다. 올해는 50대 이상의 중년들이 유독 에버랜드를 많이 찾았다. 이들의 발길은 ‘에버랜드 로로티’로 향했다. 꽃 관람 문화가 발달한 중년 사이에서도 에버랜드의 장미원이 인정받고 있다.

과거 에버랜드가 놀이기구를 즐기러 오는 곳이었다면, 요즘 에버랜드는 놀이기구는 물론이고 꽃과 식물 등 다양한 자연 콘텐츠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50·60세대와 그 이상의 장년층 고객이 에버랜드를 찾을 명분을 제공한다.
실제로 에버랜드 로로티를 찾은 방문객 연령대는 종잡을 수 없이 다채로웠다. 유모차에 탄 아기, 교복을 입은 학생들, 테마파크에서도 업무 얘기를 나누는 직장인 무리, 희끗하게 샌 머리칼을 곱게 넘긴 여사님들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한국인의 장미꽃 사랑이 느껴진다.

배택영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부사장은 “저도 50대인데 사실 50대 이상부터 국내서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 장미축제가 이 연령대의 고객들에게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배 부사장은 “이번 장미축제는 한 해로 끝나지 않는다. 단순한 기간 한정 축제가 아닌 장미원이라는 에버랜드의 공간 자체가 지닌 가치를 고객이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에버랜드는 앞으로도 ‘공간’ 자체를 콘텐츠로 내세울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테마파크의 입지를 다져 승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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