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Mind Note] ‘중꺾마’ 대신 ‘중하상’(중요한 건 하기 쉬운 상황)을 주목하라

‘중꺾마’라는 말이 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줄임말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 축구 대표팀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유명세를 탄 말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중하상’이다.

  • 변시영(상담심리전문가(Ph.D), 외부기고자)
  • 기사입력:2025.06.02 19:36:54
  • 최종수정:2025.06.02 19:36:54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중꺾마’라는 말이 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줄임말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 축구 대표팀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유명세를 탄 말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중하상’이다.

지금도 이 말의 인기는 여전하다. 뉴스 제목이 되기도 하고(예: ‘OOO, 중꺾마로 위기 극복’), 최근에는 훈훈한 외모에 실력도 출중한 모 펜싱 선수가 ‘중꺾마’라는 이름의 트로트 신곡도 발매했다고 하니, 과장 좀 보태자면 전 국민이 이해하고 사용하는, 일종의 ‘추상명사’와 같은 위상을 가지게 됐다고 봐도 무방하지 아닐까 싶다.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이처럼 뜻도 좋고 인기도 좋은 말에 필자는 왜 갑자기 딴지를 걸까? 다른 건 차치하고, 이 ‘중꺾마’ 정신을 ‘습관’에 적용하면서, 번번이 꺾이곤 하는 자기 자신을 ‘의지가 약하다’, 내지는 ‘노력이 부족하다’ 탓하며 들들 볶는 우리들(필자를 포함한)이 안타까워서다.

습관과학 연구의 권위자인 웬디 우드 교수는 그의 책 『HABIT(해빗)』을 통해 좋은 습관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중꺾마’가 아닌 ‘상황’, 즉 습관에 유리한 상황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조성하고 유지하느냐의 재배열에 있다고 주장한다. 왜? 우리는 생각보다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고, 의지력이란 건 나약한 데다,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서비스나 패스트푸드점의 세트 메뉴처럼 현대 사회의 수많은 재화들은 나날이 우리가 더 많이 먹고, 보고, 쓰게끔 조종하고 있으니까.

그리하여 우드 교수는 충동에 휘둘리지 않고 일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사람들, 즉 좋은 습관을 가진 성공한 이들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오늘날 우리는 이를 새겨들을 만하다. “그들은 (자신의 의지력과 끈기를 과신하는 대신) 무너질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았다.”

그러니 우리도 해보자. 먼저 상황 재배열부터. 과자를 사놓고 ‘먹지 말아야지! 내가 저걸 먹으면 인간이 아니다’라며 비장하게 인간론까지 들먹이며 참고 참다가, 어느 한순간에 무너져 와구와구 먹는 대참사를 겪는 대신, 아예 과자를 사지 않기 혹은 비슷한 맛과 식감의 건강한 간식을 준비해둔다. 또한 스마트폰을 바로 옆에 둔 채 ‘스마트폰 줄이고 책 좀 보자’며 자신의 인내심을 시험하다가, 결국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나는 이래서 안 돼’ 하며 좌절하지 말자. 대신 아예 저녁 시간 이후에는 스마트폰을 침실에 두고, 거실 소파에서 책을 옆에 두고 시간을 보내자.

어떤가, 한번 해봄직 하지 않은가? 그러니 좋은 습관을 들이고자 한다면 ‘중꺾마’ 대신 ‘중하상’부터 해보자. 이게 뭐냐고? ‘중요한 것은 하기 쉬운 상황’이란 뜻이다. 즉, 습관 형성에 유리하게끔 나의 상황과 주변을 먼저 세팅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이 말이다. ‘중하상’! 어떤가? 필자가 방금 만든 말인데, ‘중꺾마’ 못잖은 유행어 될 만하겠는가? 하하.

[ 변시영(상담심리전문가(Ph.D). 『마흔, 너무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게』 저자)]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82호(25.06.03)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