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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한 물색 없죠” 울진 바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법

  • 여행플러스
  • 기사입력:2025.05.22 19:30:24
  • 최종수정:2025.05.22 19: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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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울진/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경북 울진의 바다는 동해안에서도 손에 꼽히는 청정 해역이다. 바닷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다. 여행하며 만난 주민들은 입을 모아 “이만한 물색 없다”고 말한다. 주변에 큰 강이 없고, 공장이 비교적 적어 오염이 덜 된 덕분이다.

지난해 동해선이 개통되며 울진 곳곳에 기차역이 생겨 접근성도 좋아졌으니, 지금 당장 청정 바다로 떠나고 싶다면 울진이 적격이다. 눈에 담기만 해도 영혼까지 맑아지는 울진 바다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여행지 세 곳을 소개한다.

01. 푸른 바다를 가르며, 요트체험
요트체험/사진=울진요트학교 제공
요트체험/사진=울진요트학교 제공

백문이 불여일견. 바다로 직접 나가보자. 울진요트학교는 울진에서 유일하게 요트 승선 체험이 가능한 곳이다. 선박 조종을 교육하는 이곳에서 일반 관광객도 요트체험을 할 수 있다. 승선신고서 작성 후 후포항 요트경기장으로 이동한다. 요트에 올라타 구명조끼를 입고 있으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가 출항을 알린다. 운항 시간은 총 40~50분 정도.

요트체험을 즐기는 관광객/사진=울진요트학교 제공
요트체험을 즐기는 관광객/사진=울진요트학교 제공

​“포항이나 통영은 큰 바다로 나가는 데에만 30분 걸려요. 여긴 10분이면 충분하죠.” 요트 조종을 맡은 이한림 강사가 직접 밝힌 울진 요트체험의 장점은 조금만 나가도 망망대해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서해나 남해와 달리 부속 섬이 없기 때문에 항구만 벗어나면 눈앞이 온통 바다와 하늘뿐이라 동해 한복판에 위치한 듯한 기분이 든다. 뻥 뚫린 시야에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요트체험/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요트체험/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요트는 등기산 스카이워크 밑 갓바위에서 잠시 멈춘다. 이곳이 요트 체험의 포토 스팟. 관광객들이 편히 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파도가 최대한 적은 장소를 고심한 것이라고. 푸른 바다와 산을 배경으로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보자.

울진요트학교의 요트는 비가 와도 뜬다. 요트에 앉아 비에 젖지 않는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도 운치 있는데, 이 강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빗방울이 바다 위를 구른”다. 단 날씨가 맑더라도 풍랑주의보가 뜰 경우에는 운행을 중단한다. 가격은 1인 3만 원. 예약은 전화로 가능하다.

02. 바닷속으로, 다이빙 체험
프리다이빙 체험/사진=울진해양레포츠센터 제공
프리다이빙 체험/사진=울진해양레포츠센터 제공

울진은 물이 맑아 전국 다이버들이 찾는다. 울진 왕돌초는 국내 3대 스쿠버다이빙 포인트 중 하나다. 울진군이 설립해 한국프리다이빙협회가 운영하는 울진해양레포츠센터에서는 다이빙을 비롯한 다양한 해양 레포츠를 체험할 수 있다. 게다가 수심 5m의 대규모 실내 풀장이 있어 계절이나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다.

프리다이빙 체험/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프리다이빙 체험/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수업은 프리다이빙 1일 체험. 이날 체험 진행을 맡은 강사는 “프리다이빙은 슈트 입을 힘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60대의 고객도 찾아온다고. 맞춤형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수영이나 잠수를 못 하는 사람도 2시간이 지나고 나면 물속으로 다이빙할 수 있게 된다.

체험은 호흡법부터 물에 뜨는 법, 오리발 훈련까지 차근차근 진행한다. 1일 체험이라고 해서 건너뛰는 단계는 없다. 강사는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찾아와주신 분들이 충분히 즐기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기본기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프리다이빙 시범을 보이는 강사/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프리다이빙 시범을 보이는 강사/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한 시간 정도 기초훈련을 받은 후 본격적으로 프리다이빙 수업이 시작된다. 핵심은 코를 잡고 귀에 바람을 부는 압력평형, 흔히 ‘이퀄라이징’으로 잘 알려진 동작이다. 수영장에 설치된 줄을 잡고 내려가며 압력평형을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5m 아래 바닥에 발이 닿는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전문 장비로 사진을 남겨준다.

프리다이빙 체험/사진=울진해양레포츠센터 제공
프리다이빙 체험/사진=울진해양레포츠센터 제공

센터는 바다와 맞닿아 있어 해양 연계 프로그램이 많다. 센터 내 숙박 시설도 갖춰 여름 시즌에는 1박 2일로 찾는 관광객이 다수라고. 첫째 날은 실내에서 교육받은 후 이틀 차에는 직접 바다로 나간다. 물이 맑아 물고기 등 해양 생물을 만날 수도 있다.

수중카페/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수중카페/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센터의 보석은 건물 1층에 위치한 수중카페. 이곳에서는 거대한 관망 창을 통해 5m의 풀장 속을 전부 볼 수 있다. 수중 피구를 하는 체험객의 치열한 물장구를 직관할 수 있고 다이빙하러 내려오는 사람과 손 인사도 가능하다. 특히 수영하는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어 부모들이 좋아한다고.

강사는 “프리다이빙은 어려운 스포츠가 아니다”라며 “물놀이한다고 생각하고 많이 찾아오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03. 바다를 품은 맛, 울진 향토음식 ‘게짜박이’
왕비천 이게대게 게짜박이/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왕비천 이게대게 게짜박이/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여행의 시작과 끝은 ‘음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혀끝으로 바다를 느껴보자. 울진에는 특별한 향토음식이 있다. 이름부터 생경한 게짜박이가 그 주인공. 게짜박이는 냉장고가 없던 시절 대게를 오래 보관해 먹기 위해 짜게 만든 향토음식으로, 오연주 사장이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만든 게 지금의 게짜박이다. 울진, 그중에서도 ‘왕비천 이게대게’가 아니라면 전국 어디서도 먹을 수 없다.

왕비천 이게대게 게짜박이/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왕비천 이게대게 게짜박이/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게짜박이는 게살을 잘게 찢어 넣고 자박자박 끓여 눅진하다. 된장과 고추장 맛이 적절히 섞여 자극적이면서도 달큰한 맛이 특징이다. 게짜박이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따뜻한 밥에 비벼 먹으면 된다. 오 사장은 “그래서 밥맛이 중요하다”며 즉석 솥 밥을 내어준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한 스푼 비벼 먹으면 처음 먹는 맛이 느껴진다. 달리 생각나는 음식도 없다. 굳이 비유를 해보자면 태국의 푸팟퐁커리. 된장 맛과 걸쭉한 것이 꼭 ‘게 카레’를 먹는 기분이다.

왕비천 이게대게 정원/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왕비천 이게대게 정원/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게짜박이는 울진에만 있어 더욱 특별하다. 한번 먹고 간 사람들은 꼭 다시 돌아온다. 그래서 이게대게는 식당이 아닌 하나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건물 뒤편에 포토존, 옹기 등으로 예쁘게 정원을 조성한 이유도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께 조금이라도 더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게짜박이를 두고 울진을 떠나기 아쉬울 사람들을 위해 포장 판매도 하고 있다. 오 사장은 게짜박이로 파스타나 떡볶이를 만들어 먹어도 맛있다고 추천했다.

왕비천 이게대게/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왕비천 이게대게/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오 사장은 “요즘 다들 힘든 시기지 않냐”며 “대게를 먹으려고 하면 몇십만 원씩은 나오는데, 우리 집에 와서 저렴한 가격으로 게 음식을 먹고 행복해 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울진 바다 ‘더’ 만끽하는 법
산포댁/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산포댁/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일정을 마친 후에도 울진 바다를 누리고 싶다면 해안도로에 위치한 숙소를 추천한다. 바다 마을 산포리에 위치한 독채민박 ‘산포댁’에서는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 있어 머리맡에 파도를 두고 자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산포댁/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산포댁/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파도 소리는 프라이빗한 바비큐 파티의 배경음악이 되고, 자다가 눈을 뜨면 창밖으로 붉은 일출이 떠오르고 있다. 망상해수욕장, 왕피천공원, 성류굴 등 관광지와도 가까워 이동이 편리하다. 예약은 에어비앤비에서 가능하다.

▶ 바다가는 달=문화체육관광부와 해양수산부가 다양한 해양관광 자원을 발굴 및 활성화하기 위해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5월 한 달 펼치는 캠페인. 바다를 주제로 진행하는 이번 관광 활성화 캠페인 표어는 ‘파도 파도 끝없는’이다. ‘파도 파도 끝없는’ 다채로운 해양관광의 매력을 소개하기 위해 할인 혜택은 물론 지역별 특화 해양관광 콘텐츠, 특별 행사 등 다방면으로 소개한다.

​울진(경북)=김지은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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