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마치 난파와도 같으며 타고 가던 배가 단 한 번도 침몰하지 않은 사람은 바다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스위스 여행가 니콜라 부비에는 자신의 저서 ‘세상의 용도’에서 여행에 대한 독특한 정의를 내렸습니다. 자기 스스로 변화를 주지 않으면 여행을 떠나도 얻는 게 없을 것이란 뜻인데요. 파괴 또는 난파라는 센 단어의 속뜻은 결국 자신을 내려놓고 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여책저책이 소개할 두 권의 책은 부비에가 말하는 여행과 비슷한 점을 보입니다. ‘여행의 위로’란 책에서는 ‘당신 스스로에게 대접을 해준 적이 있냐’고 묻고, ‘여행의 밀도’란 책은 ‘꾸준히 자신에게 질문하는 연습을 하라’고 주문합니다. 실제 책에서는 어떤 여행 얘기를 풀어냈을지 살펴볼까요.
이해솔 | 이타북스

여행이 위로를 줄까라 묻는다면 무조건 ‘맞다’고 할 수 있다. 거창하게 여행이라 부르지 않아도, 마음이 심란할 때 잠시 일상을 벗어나기만 해도 우리는 안정감을 찾기도 한다. 책 ‘여행의 위로’의 저자 이해솔은 대학교 졸업 직전 큰 도전에 나선다. 누군가에게는 ‘버킷리스트’로 꼽히는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에 나선 것이다.
저자는 부르고스부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500km를 걷고 돌아온 뒤 두 번째 순례를 떠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퇴사하고 무작정 걷기를 결심한 끝에 이번에는 생장 피에 드포르부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800km를 걸었다.

하지만 그에게 수백 km를 걷는 고행은 익숙했다. 이미 훨씬 더 힘겨운 일상의 길들을 걸어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세상이 원하는 기준에 맞춰진 꿈, 그리고 그 꿈을 찾는 과정이야말로 그에게는 평생 그를 옥죄어 온 부담이었다. 어쩌면 어렸을 적 수없이 들었던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란 질문이 그 시작이었을지 모른다. 그는 어느새 자신이 원하는 꿈이 아니라 세상이 원하는 꿈을 꾸는 사람이 돼버린 것이다.
저자에게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된 사건도 책에 실렸다. 공인 노무사 시험공부에 매진하던 어느 날, 세 번째 2차 시험을 앞둔 그의 눈앞에서 한 학원생이 뛰어내린 것. 큰 충격에 빠진 저자는 ‘나를 죽일 수도 있는 것이 꿈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무작정 북유럽으로 떠난다.

어린 시절부터 그저 글쓰기를 좋아하고 빙하와 오로라를 보고 싶어 하던 아이였던 저자는 빙하와 오로라가 있는 북유럽은 충분히 자신의 꿈과 스스로를 돌아보고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꿈보다 더 소중한 것을 찾았다.
저자는 이런 경험을 담은 자신의 책이 소중한 것을 잊은 채 살고 있는 이에게 잠시 쉬며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선물 같은 시간이 되길 소망했다.
제임스 리 | 도서출판 등

저자 제임스 리(JAMES RHEE)는 무려 36년 동안 100여 개국의 해외여행을 다닌 여행 베테랑이다. 그가 누빈 거리만 해도 지구 23바퀴에 달한다. 저자는 여행 시기마다 해당 지역의 역사, 정치, 지리, 문화에 관해 꼼꼼하게 연구하고 탐색하는 특징이 있다. 그런 점을 십분 살려 2004년 ‘법을 알면 호주가 보인다’, 2018년 ‘소소하지만 확실한 세계사 상식’, 2019년 ‘여행을 쓰다’, 2024년 ‘Density of Travel’이란 영어 여행에세이까지 수권의 책을 집필했다.
‘여행의 밀도’는 저자 개인의 인생이야기를 ‘여행’이라는 그릇에 오롯이 담아 책으로 엮은 결과물이다. 100 개국 이상을 여행하면서 내면에 숨겨진 자신을 찾기 위해 무수히 경험했던 크고 작은 감정의 변화와 여러 생각들 그리고 간단한 여행노트를 책으로 탄생시킨 것.

그래서일까. 저자는 넓은 세상을 보면 인생도 달라진다고 말한다. 떠났을 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여행을 통해 서로 판이하게 다른,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것 같은 각 나라 사람들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게 좋은 예다. 지구 반대쪽 사람들의 문화, 생활방식 등을 이해하고 서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앉아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나라로 가야 한다는 뜻이다.
여행을 통해 남는 것이 있다면 지난한 여행을 통해 층층이 쌓여있던 생각의 지층을 다 털어내고 정리하면서 남은 인생에 대한 방향을 제대로 설정할 수 있었다는 점이라면서 여행은 돈과 환희를 서로 바꾸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물질적인 것보다는 돈으로 여행 경험을 사면서 행복감에 빠지는 것이다. 신이 주신 자연에 대한 외경심, 하루하루 무사하게 살아낼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 그리고 침잠해 있던 마음에 힐링이라는 선물을 선사할 수 있게 된 것은 여행이 주는 행운이라면서 말이다. 저자는 여행의 속살을 좇는 이 책을 읽으면서 희망의 바다 속으로 풍덩 빠져보라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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