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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트럼프 관세 협상의 본질

美 최전성기 살았던 트럼프
관세로 과거영광 재현 노려
제조업 중요성 절감한 각국
트럼프 압박에 때론 저항도
한국, 국익 지키는 협상해야

  • 기사입력:2025.05.22 17:14:52
  • 최종수정:2025-05-22 19: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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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46년생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태어나 미국의 최전성기에 청년 시절을 지냈다. 지금 그가 이야기하는 위대한 미국은 그때의 번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미국은 유엔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의 창립을 주도했다. 이들 기구를 중심으로 전쟁 발발 가능성을 억제하면서 쑥대밭이 되어버린 유럽의 재건과 열강의 지배를 벗어난 신생국의 경제 발전을 지원했다. 미국의 자동차, 철강, 무기산업과 농업은 원조 물자를 기반으로 수요처를 확보했고 세계 최고 기업으로 우뚝 섰다. 미국 또한 글로벌 경제의 확장 속에서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고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라는 골든 트라이앵글을 만끽했다. 젊은 트럼프의 눈에 모든 사람이 활기차게 일하면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그때의 미국은 위대함 그 자체였을 것이다.

트럼프 입장에서 미국을 초라하게 만든 주범은 외국이다. 특히 제조업을 가져간 나라들이 제1의 원흉이다. 그런 일자리들이 미국에 남아 있었더라면 평범한 사람들이 열심히 일했을 것이고 국민의 10% 이상인 4000만명이 빈곤에 시달리는 비참한 현실은 없었을 것이다. 상위 10% 가구가 전체 부의 70%를 차지하는 불평등도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20%인 36조달러로 역사상 최고 수준에 달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일본,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동맹의 울타리 속에서 미국에 수출해 돈을 벌고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 유럽 또한 자국의 방위를 미국에 의존하면서 복지 지출에는 돈을 퍼붓는 증오의 대상이다. 이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요즘 유행어가 된 상호관세다. 관세 장벽을 치면 미국의 공장도 경쟁력이 생기고 미국 국민을 위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 믿는 것이다.

트럼프의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오'다. 관세를 높여도 미국 국민이 개도국 사람처럼 저임금으로 장시간 일하려 하지 않는 한 제조업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으로 낮은 품질의 제품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호주가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려 했지만 철저한 실패로 끝났고 미국 또한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약 4개월간 거칠게 상호관세를 밀어붙였다. 그러나 두려움이 커졌다기보다 양치기 소년식 행태로 조롱거리가 되었다. 그의 구상이 미국 경제에 대한 자해극 양상을 보이면서 일단 멈춤 신호를 켰다.

트럼프 관세 협상이 쉽지 않은 것은 테이블에 앉은 모든 나라의 목표가 본질적으로 같기 때문이다. 서비스업 개방에 치중했던 미국조차 제조업 일자리를 가져오려 하면서 주고받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면 그 피해는 생각보다 크고 한번 놓치면 회복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모두가 절감한 탓이다.

우리나라는 계엄으로 인한 대통령 부재 상태 덕분에 트럼프 돌풍에서 한 발짝 비켜 있었다. 다른 나라가 대응하는 것을 학습하는 반사이익도 누렸다. 열흘 후면 들어서는 새 정부는 트럼프와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한다. 미국과의 무역에서 얻는 흑자가 가장 큰 우리로서는 녹록지 않은 협상이다. 그래도 답은 분명하다. 제조업 일자리가 역대 최저 수준을 경신하면서 줄어들고 있는 우리로선 제조업 일자리를 지키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도록 하는 데 명운을 걸어야 한다.

미국에 대해서 늘 협조적이고 속된 말로 고분고분한 일본이 자동차 관세 면제를 받기 위해 미국 국채 매도 카드까지 내밀면서 저항하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최광해 칼럼니스트·전 국제통화기금 대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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