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코스피 5000’보다 더 중요한 것 [취재수첩]

  • 명순영
  • 기사입력:2025.05.30 13:08:02
  • 최종수정:2025-06-04 09:37:13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우리나라가 태국만큼만 PBR(주가순자산비율)을 끌어올려도 코스피 5000 금방 갑니다.”

이재명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뛰던 경제 전문가가 사석에서 한 말이다. 이 후보가 주창한 코스피 5000이 전례 없긴 해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의미였다. 그의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한국 PBR은 0.8~0.9배다. PBR이 1보다 낮으면 상장사를 청산하고 남은 돈이 시가총액보다 많다. 쉽게 말해 주가가 싸다는 뜻이다. 태국은 1.6배다. 경제 규모를 봤을 때 한국이 태국보다 못할 이유는 없다. 태국만큼만 PBR을 인정받는다면 코스피는 얼추 5000까지 오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는 고질적인 단계를 넘어 바뀌지 않는 ‘상수’가 됐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대통령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공약이 증시 살리기였다. 역시나 선거를 앞둔 증시 반응은 뜨거웠다. 새 정부가 파격적인 부양책을 내놓으리라는 기대감이 녹아들며 금융주는 가파르게 치솟았다.

코스피 5000은 꿈의 목표치다. 이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장기적인 국내 증시 체질 개선이다. 국장은 ‘단기 투자의 성지’가 된 지 오래다. ‘미장은 장투, 국장은 단타’ ‘국장은 합법적인 도박처’라는 웃픈 말이 개미 투자자 사이에서 횡행한다. 개인은 기업 내재가치를 분석하기보다 정보성 단타에 의존한다. 상장사 장난질(?)도 심했다. 상승 테마에 올라타 주가가 뛴다 싶으면 대주주가 냉큼 팔아버린다. 심지어 ‘물들어 올 때 노 젓듯’ 유상증자에 나선 기업이 적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라면 코스피 5000을 달성한들 오래 이어질 리 없다. 코로나19 국면에서 3000을 찍었지만 이내 무너진 전례가 이를 말해준다.

새 정부가 들어선다. ‘코스피 5000’을 향한 여정을 응원한다. 또한 깊이 고민한 증시 체질 개선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그래야 60년간 연평균 20% 수익을 낸 워런 버핏의 전설이 한국에서도 탄생할 수 있다.

사진설명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2호 (2025.06.04~2025.06.10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