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려 36년 만에 '역성장' 쇼크를 맞이한 국내 편의점 업계가 최저가 전쟁을 벌이고 있다. 고물가와 겹친 최악의 소비침체를 돌파하기 위해서다.
위기 극복을 위해 한푼이라도 더 싸게 팔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것이지만, 일각에선 지나친 출혈경쟁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아메리카노 2종을 얼음컵을 무료로 증정하는 행사까지 적용해 990원에 판매하거나, 3.3㎏ 대용량 봉지 얼음을 업계 최저가인 3990원에 선보이는 등 초저가 제품 출시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 3월엔 100장당 1990원에 구매할 수 있는 물티슈 등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달엔 990원짜리 삼각김밥·핫바 등 제품군을 대폭 확대했다.
GS25도 초가성비 제품을 전면에 배치했다. 지난 3월 자체 브랜드(PB) 초가성비 라인업을 크게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GS25에 따르면 초가성비 라인업 '1400페트커피'(500㎖)는 기존 페트커피보다 50%가량 저렴한 상품이다. GS25는 소비자들이 '초저가 상품'임을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가격(1400원)을 상품 전면에 크게 표기했다. '천냥숙주나물300g'은 1000원짜리 숙주나물로, 용량 대비 전국 최저가다. '천냥콩나물300g'이 누적 25만개가 팔리는 등 대박을 터트리자 초저가 채소 라인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가격은 유지하되 용량을 늘리는 '역(逆)슈링크플레이션' 제품들도 적극 내세우고 있다. 일례로 중량을 기존 180g에서 무려 250g으로 38% 늘린 '리얼메가통통소시지'는 이전 가격(2500원)을 그대로 유지했다.
GS25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상품 개발, 마케팅, 디자인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마트24도 올해 1월부터 초저가 제품에 더욱 힘을 주고 있다. 일반 한줄김밥보다 45%가량 저렴한 1900원짜리 김밥을 비롯해, 900원짜리 삼각김밥도 올 들어 새롭게 출시했다. 세븐일레븐도 최저 1990원짜리 채소 등 저가 제품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업계 최저가인 800원 아메리카노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초저가 경쟁이 심해지고 있지만 편의점 업계는 역성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편의점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0.6% 줄어들며 2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 점포 수도 4만8480개로 이 기간 0.2% 줄었다. 점포 수 감소는 국내 편의점 역사상 처음이다.
유통업계 일각에선 편의점들의 초저가 경쟁이 매출에 이어 수익성 악화까지 불러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가를 최대한 낮춘 만큼 마진폭이 미미한데다 우유·라면 등 상당수 인기 제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수요 진작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서식품은 지난달 30일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7.7% 올렸고, 빙그레도 소비자가격을 5% 이상 올렸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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