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 앞다퉈 AI 무기 개발
“병력 감소 시대 맞춰가야”

“지금은 콕핏(cockpit·운항석)에 9명이 근무하는데, 앞으로는 인공지능(AI) 발전으로 근무 인원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현수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기본설계팀 책임은 한화 방산 3사가 꾸린 통합 전시장에서 콕핏형 통합함교체계(Cockpit-style IBS)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 참석한 방위산업체 관계자들과 군 관계자들은 AI와 무인체계의 발달에 특히 주목하는 모습이었다. 전시회 마지막날인 지난달 31일에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도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는데, 관람객들은 현재 전장을 누비고 있고 앞으로 전투와 전쟁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는 AI·무인 무기체계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전투·기관제어 시스템 등을 단일 공간에서 통합 운용할 수 있게 설계한 차세대 스마트 브리지 시스템인 콕핏형 통합함교체계는 기존 일자형의 분산된 함교 형태를 항공기 조종석 형태로 통합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증강현실(AR) 기반의 해상 상황 정보 가시화 기술도 적용했다.
HD현대중공업은 AI 기반의 유·무인 복합전력의 최첨단 무인 전투함과 전력모함, 전투용 무인 수상정(USV) 등을 미래 함정으로 내놨다.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상무는 “군인이 줄어드는 만큼 무인 체계가 중요해졌다”며 “미래에는 우리 군도 줄어드는 병력에 맞춘 시스템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업체들도 그에 맞는 무기체계를 양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래 K방산의 발전을 위해선 수출도 중요하다”며 “필리핀, 페루,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수출국이 많아지면서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에도 유리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HD현대중공업은 포르투갈 해군과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형성하며 함정 건조와 MRO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를 포함해 총 5건의 MOU를 결성했다.
LIG넥스원은 자폭용·정찰용·전투용 무인 수상정 차세대 모델을 선보였다. 박철준 LIG넥스원 해양사업부장은 “대함전, 대공전, 대잠전, 대기뢰전, 대드론전을 포함한 미래 무인체계는 군이 그 구성을 선택해 기업에 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나갈 전망”이라며 “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의 핵심 정책으로 높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국방무인체계 계열화·모듈화(K-MOSA)’를 구현한다면, 함정이라는 플랫폼만 있으면 인공모듈을 갈아끼우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함정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 참석한 해외 선진 방산업체들도 무인 무기체계에서 한 걸음 더 앞서 나갔다. 이스라엘은 1980년대부터 무인기를 전력화했다. 이스라엘 국영 항공우주방산업체 IAI는 자동화 운영 시스템을 탑재한 무인 수상정 모델 카타나(Katana)를 선보였다. 카타나는 이미 다양한 전투 현장에 배치돼 있다.
미국의 AI 기반 자율임무수행 분야 대표 기업인 실드AI는 우크라이나전에서 크게 활약 중인 다목적 수직이착륙(VTOL) 무인 항공기(UAV) ‘V-BAT’을 대표 모델로 내놨다. V-BAT은 정보 수집·감시·정찰(ISR)과 표적 획득 기능을 제공하는 기동성 중심의 운용 플랫폼이다. 성인 남성 두 명이 30분이면 설치 가능하고, AI로 작동해 파일럿이 필요 없다. 박성민 퀀텀에어로 국내사업개발팀장은 “우크라이나전에서 130회 이상 출격했고, 전자전에 대한 회복력과 가장 혹독한 조건에서 자율성을 보여줬다”며 “GPS와 통신이 방해받는 동안 최초의 성공적 장거리 ISR·표적 임무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부산 권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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