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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만든거 맞나요”…미국에서 초대박 행진 ‘K선글라스’ 이번엔 유럽 노린다

밀라노에 유럽 두 번째 매장 중국, 미국 등 14개국 진출 지난해 매출 8000억원 육박 실험적 디자인·독특한 매장 구글·삼성과 스마트안경 개발

  • 김금이
  • 기사입력:2025.06.01 19:11:20
  • 최종수정:2025.06.01 1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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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 유럽 두 번째 매장
중국, 미국 등 14개국 진출
지난해 매출 8000억원 육박
실험적 디자인·독특한 매장
구글·삼성과 스마트안경 개발
지난 3월 이탈리아 밀라노의 편집숍 10꼬르소꼬모 내에 문을 연 젠틀 몬스터 매장. 아이아이컴바인드
지난 3월 이탈리아 밀라노의 편집숍 10꼬르소꼬모 내에 문을 연 젠틀 몬스터 매장. 아이아이컴바인드

국내에서 탄생한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미주와 동남아를 넘어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명 연예인을 활용한 공격적 마케팅과 실험적인 공간 디자인 등으로 MZ세대에게 호응을 얻으며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젠틀몬스터가 지난 3월 이탈리아 밀라노의 유명 편집숍 ‘10꼬르소꼬모(10 Corso Como)’에 문을 연 매장이 이탈리아 MZ세대의 필수 쇼핑 코스로 등극했다.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까지 젠틀몬스터 매장을 찾아 인증샷을 찍는다.

젠틀몬스터 관계자는 “영국 런던점 매출이 최근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유럽 2호 매장인 이탈리아 밀라노점을 열게 됐다”며 “밀라노점 오픈 무렵 프랑스 명품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와의 협업 컬렉션을 공개했는데, 해당 컬렉션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젠틀몬스터와 메종 마르지엘라의 협업 컬렉션은 일부 제품이 전 세계적으로 품절 사태를 빚을 만큼 선풍적 반응을 얻었다.

젠틀몬스터는 지난해 9월 프랑스 파리에 유럽 법인을 설립한 뒤 올해 3월 이탈리아 밀라노점을 열며 본격적인 유럽 공략에 나서고 있다. 2018년 일찌감치 문을 연 유럽 1호 매장인 영국 런던점은 지난해 매출액이 90억원을 기록, 100억원 달성을 목전에 뒀다. 한류의 영향으로 유럽 내 인지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덕이다. 조만간 유럽 3호 매장도 오픈할 계획으로, 입지를 물색 중이다.

2011년 김한국 대표가 창립한 젠틀몬스터는 2014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속 전지현이 착용한 제품으로 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초기엔 한류 붐을 타고 중국에만 20개가 넘는 매장을 내며 중국 사업에 집중했지만, 최근엔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을 중심으로 확장하고 있다. 현재 미국, 중국, 영국, 호주, 동남아 등 해외 14개국에 진출해 있다.

젠틀몬스터의 R7 아이웨어. <사진=젠틀몬스터>
젠틀몬스터의 R7 아이웨어. <사진=젠틀몬스터>

매출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젠틀몬스터의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지난해 매출은 7891억원으로, 전년 대비 29.7% 증가했다. 특히 매출의 38%가량인 3037억원이 해외에서 발생했다. 영업이익은 2339억원, 영업이익률은 29.6%에 달하는 점도 눈에 띈다.

젠틀몬스터의 제품 가격대는 20만~40만원대로 명품 선글라스 대비 합리적인 수준이다. 론칭 초기부터 블랙핑크 제니를 모델로 내세워 인지도를 쌓았고, 혁신적이고 과감한 디자인을 꾸준히 선보여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선글라스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최근엔 ‘2025 포켓 컬렉션(Pocket Collection)’ 출시하며 이를 기념해 서울 성수와 미국 로스앤젤레스, 중국 상하이, 태국 방콕 등 4개 도시에서 미국 인형 브랜드 브랫츠와 팝업 행사를 진행했다. 포켓 컬렉션 중 ‘밀키웨이’ 제품은 별 모양의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입소문을 타 출시 직후 품절되기도 했다.

젠틀몬스터 ‘포켓 컬렉션’ 팝업. [사진=아이아이컴바인드]
젠틀몬스터 ‘포켓 컬렉션’ 팝업. [사진=아이아이컴바인드]

혁신적 디자인의 제품뿐만 아니라 과감한 공간 디자인 전략도 젠틀몬스터 성장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2013년 서울 논현동에 쇼룸을 열며 실제 배 한 척을 전시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매장마다 대형 얼굴 구조물과 디지털 아트 등 실험적인 공간 디자인으로 유명해졌다. 젠틀몬스터 매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사진을 찍어 공유하기 좋은 ‘체험형 전시장’으로, 방문 자체가 소비자에게 콘텐츠가 되는 것을 지향한다.

젠틀몬스터는 신기술 활용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구글과 삼성전자가 함께 개발하는 차세대 확장현실(XR) 기반 스마트안경의 디자인을 젠틀몬스터가 맡기로 하며 화제가 됐다. 젠틀몬스터는 해당 프로젝트에서 디자인 파트너로 선정돼 올해 말 신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스마트 안경은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를 탑재해 휴대전화와 연동되며, 실시간 언어 번역과 메시지 보내기, 사진 촬영 등의 기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출시 직후 품절된 젠틀몬스터 ‘포켓 컬렉션’ 밀키웨이. [사진=아이아이컴바인드]
출시 직후 품절된 젠틀몬스터 ‘포켓 컬렉션’ 밀키웨이. [사진=아이아이컴바인드]

젠틀몬스터는 선글라스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최근에는 주얼리 시장에도 진출했다. 올해 초 첫 주얼리 컬렉션 론칭과 함께 서울, 뉴욕, 도쿄, 파리 등 글로벌 주요 도시 7곳에서 팝업 행사를 열었다. 제품군 확장과 함께 브랜드 세계관을 경험하게 하는 공간 전략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선글라스 외에도 뷰티 브랜드 ‘탬버린즈’,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 등 감각적인 브랜드들을 연이어 성공시켰다. 최근에는 신규 브랜드 ‘어티슈(ATiiSSU)’를 론칭하며 헤드웨어 시장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젠틀몬스터는 패션, 아트, 테크놀로지를 융합한 브랜드 세계관을 통해 해외 명품 브랜드와 정면 승부하고 있다”며 “가격보다 브랜드 경험과 독창성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의 감성을 정확히 파고든 결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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