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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2조 넘보는 ‘프리미엄의 마법사’ [CEO LOUNGE]

‘승무원 미스트’ 신화 쓴 반성연 달바글로벌 대표

  • 문지민
  • 기사입력:2025.05.30 13:28:38
  • 최종수정:2025.05.30 13: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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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미스트’ 신화 쓴 반성연 달바글로벌 대표

화이트 트러플 퍼스트 스프레이 세럼.

건조한 비행기 안에서 오랜 시간 일해야 하는 승무원에게 미스트는 필수품이다. 미스트가 승무원에게 인정받았다는 건 그만큼 품질이 우수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달바글로벌의 이 대표 제품은 승무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승무원 미스트’라는 별명을 얻었다. 기존 미스트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오일과 고급 원료인 화이트 트러플을 사용해 프리미엄 브랜드로 포지셔닝을 확고히 한 덕분이다. 달바는 이제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에서 인정받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화이트 트러플 퍼스트 스프레이 세럼은 글로벌 시장에서 누적 5000만병 이상 판매됐다. 선크림, 세럼 등 제품 라인업도 점차 확대 중이다. 반성연 달바글로벌 대표는 요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비거너리 성장에 특히 공을 들인다. 이를 통해 K뷰티 인기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글로벌 대표 뷰티 브랜드로 인정받겠다는 목표다.

1981년생/ 서울대 산업공학과/ 2004년 NHN(현 네이버)/ 2010년 ADL/ 2015년 AT커니/ 2016년 달바글로벌 대표(현) [일러스트 : 강유나]
1981년생/ 서울대 산업공학과/ 2004년 NHN(현 네이버)/ 2010년 ADL/ 2015년 AT커니/ 2016년 달바글로벌 대표(현) [일러스트 : 강유나]

IT·컨설팅 거치며 시장 이해

프리미엄 브랜드 입지 확고

반성연 대표(44)는 정보기술(IT) 업계와 컨설팅 회사를 거치며 경력을 쌓았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네이버에 취직해 모바일 서비스 개발자로 활동했다. 입사 후 4~5년이 지나면서 기획 업무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 검색 서비스 전략실로 자리를 옮긴다. 이때 배운 업무가 달바글로벌 창업의 기반이 된다.

반 대표는 네이버 검색 서비스 전략실에서 근무하며 온라인 커머스와 마케팅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갖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더 큰 산업 생태계를 궁금해하기 시작했고, 입사 7년 만에 네이버를 떠나 글로벌 컨설팅 회사 ADL로 이직한다. 이후 또 다른 글로벌 컨설팅 회사 AT커니까지 거치며 여러 화장품 기업의 사업 전략 컨설팅을 맡아 산업에 대한 이해를 키웠다.

컨설팅 회사에서 약 7년간 경험을 쌓은 반 대표는 2016년 본격적인 창업의 길을 걷는다. 네이버와 컨설팅 회사에서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 기반 화장품 사업에 도전한다. 창업 당시 사명은 지금과 다르다. ‘코스메틱 시장에서 기념비적(monument)인 기업이 되자(be)’는 뜻을 담아 비모뉴먼트라고 이름 지었다. 반 대표는 “15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온라인과 화장품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며 “특히 고객에 대한 이해도를 기반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시작하면 후발 주자지만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지금의 사명으로 바뀐 건 지난해다. 회사의 핵심 브랜드 달바를 중심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확대되는 시기였다. 회사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21년까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2년 처음으로 10%를 돌파한 뒤 2023년 22.2%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45.6%까지 껑충 뛰었다. 향후 글로벌 코스메틱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반영해 ‘달바글로벌’이라는 이름으로 고쳐 달고 새롭게 출발했다.

달바라는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확장한 데는 확고한 프리미엄 포지셔닝이 주효했다. 반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혁신적인 성분과 효능을 지닌 제품을 통해 새로운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이때 반 대표가 주목한 것이 이탈리아산 화이트 트러플 원료다. 당시 화장품 소재로는 잘 활용되지 않았지만 항산화 효과가 강력한 트러플을 원료로 활용하면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겠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달바’라는 브랜드 이름도 화이트 트러플 최고 산지인 이탈리아 알바(Alba) 지역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트러플과 탄력 효능이 탁월한 토코페롤을 배합한 독자 특허 원료(Trufferol)를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미스트 세럼을 2016년 8월 선보였다. 이후 3년 이상 수백 번 이상의 펌프 개선과 성분 테스트를 통해 제품 질을 점차 개선했다. 반 대표는 “2016년 제품을 내놓은 후 만족할 만큼 완성도를 갖추는 데 3년 정도 걸렸다”며 “2019년 제품력을 갖추자 판매량과 구매 후기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소개했다.

반 대표의 온라인 마케팅 역량도 달바글로벌 성장에 한몫했다. 국내와 해외 모두 시작 단계에서는 온라인을 위주로 마케팅하면서 제품을 직접 관리하는 전략이 들어맞았다. 박은정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달바는 대표 제품인 화이트 트러플 퍼스트 스프레이 세럼을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했다”며 “이 제품은 소셜미디어(SNS), 온라인 커머스 등 디지털 채널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을 통해 폭발적인 입소문 효과를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이어 “세련되면서도 효과적인 비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이미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설명

시총 1조원 넘어 2조원 눈앞에

포트폴리오 다각화 나선다

달바글로벌은 올 들어 침체된 기업공개(IPO) 시장 한파를 뚫고 최근 성공적으로 코스피에 상장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부터 1141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는 회사 측 희망범위 최상단으로 결정됐다. 이어진 일반 청약에서도 111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5월 22일 상장 당일에만 주가가 공모가 대비 66% 올랐고, 이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지며 5월 28일 종가는 13만6100원으로 공모가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

달바글로벌이 시장 한파를 뚫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높은 실적 성장세가 자리한다. 달바글로벌은 지난해 매출 3091억원, 영업이익 59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54%, 85%씩 늘어난 수치다. 올해도 고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달바글로벌 실적 추정치는 매출 4923억원, 영업이익 1108억원이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59%, 영업이익은 85%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증권가는 벌써부터 몸값이 2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하나증권은 최근 달바글로벌의 목표주가를 17만원으로 제시했다. 주가가 17만원에 도달하면 달바글로벌 시가총액은 2조원을 훌쩍 넘어간다.

증권가에서 잇따른 호평이 나오지만 회사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성장을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해외 입지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달바글로벌이 보유 중인 건강기능식품 자회사 비거너리에 거는 기대가 크다. 반 대표는 “비거너리는 상대적으로 초기 단계 브랜드”라며 “아직 매출 비중은 작지만 신사업 영역 가운데 하나로 점진적인 육성을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400억원가량 공모 자금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추진한다. 새로운 브랜드 투자나 인수·합병(M&D)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게 반 대표 설명이다.

반 대표의 경영 목표는 뚜렷하다. 글로벌 사업, 인접 신사업,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 등 3가지 부문을 강화해 성장에 집중한다는 것. 반 대표는 “기존 주력 국가 외 인도·중동·중남미 등 잠재력이 높은 국가를 전략적으로 선정해 선제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라며 “색조나 뷰티 디바이스 등 신규 아이템 개발도 성장의 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럼, 앰플, 크림 등 고부가가치 제품 육성에 더욱 집중해 브랜딩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며 “디바이스를 포함한 스페셜 고기능성 제품으로 구성된 달바의 상위 브랜드 ‘달바 시그니처’를 육성해볼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2호 (2025.06.04~2025.06.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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