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트럼프는 왜 ‘스테이블코인’에 꽂혔나 [US Report]

실물자산 담보로 하는 디지털 화폐

  • 뉴욕 = 홍장원 특파원
  • 기사입력:2025.06.04 09:00:00
  • 최종수정:2025-06-02 15:18:34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실물자산 담보로 하는 디지털 화폐

월스트리트를 강타한 핵심 화두로 ‘스테이블코인’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미국 행정부가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압박을 완화할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같이 실체가 명백한 실물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다. 담보가 아예 없어 기초자산 가치를 특정할 수 없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과 달리, 1대1 가치 연동을 통해 빠른 이동성과 낮은 거래비용에 더해 안정성까지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암호화폐의 장점과 법정화폐의 신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자산으로 실물 기반 ‘디지털 달러’라고 볼 수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5월 2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5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5월 2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5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시도

트럼프 행정부는 일찍부터 스테이블코인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특히 최근 미국 상원에서 입법 주요 관문을 넘은 ‘지니어스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는 결정적 시도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반드시 미국 달러나 단기 국채(T-Bills)와 같은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100% 준비금으로 보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이 이 법안에 주목하는 핵심 배경에는 미국 국채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금융 시장 압박을 완화할 목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10년물 국채 금리에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장기물 금리를 낮춰 금융 시장에 완화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증시 상승과 시중 유동성 공급 효과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우려와 감세 기조가 맞물리며 미국 장기물 금리는 큰 폭으로 상승한 상태다.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연 5%를 넘나들며 2023년 10월 이후 1년 7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에서 자리 잡으면 국채 수요는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담보자산으로 국채 매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스테이블코인 기초자산으로 직접 장기물 국채가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니어스 법안에서도 단기물 국채만을 담보로 허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간접 효과는 주목할 만하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증가로 단기물 국채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면 미국 재무부는 국채 발행 시 단기물 비중을 대폭 확대하고 장기물 비중을 줄일 수 있다. 실제 바이든정부 시절 장기물 금리가 급등하자 재닛 옐런 당시 재무장관은 단기물 중심 국채 발행 전략을 통해 장단기 금리에 개입한 바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미국 정부가 금리 구조를 재설계하고 부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 되는 셈이다.

트럼프 최측근인 데이비드 삭스 백악관 암호화폐 자문가(크립토 차르)는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미 2억달러 이상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고 있고 제도 틀만 갖춰지면 수조달러 규모 국채 수요가 하룻밤 만에 창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을 미국의 디지털 경제 패권을 유지하면서 국채 수요까지 대폭 늘릴 수 있는 전략 자산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스테이블코인을 미는 데 숨은 배경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 가족이 설립한 암호화폐 플랫폼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은 최근 자체 스테이블코인 USD1을 내놓았다. 여기에 아부다비 기반 투자 펀드가 20억달러를 투자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암호화폐는 미국이 주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이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뉴욕 = 홍장원 특파원 hong.j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2호 (2025.06.04~2025.06.10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