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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연속 어닝 서프라이즈…K재생의학 새 역사 [화제의 기업]

파마리서치

  • 박수호
  • 기사입력:2025.05.23 15:08:24
  • 최종수정:2025.05.23 1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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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리서치

‘브레이크가 고장나버린 리쥬란 트럭’.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발간한 파마리서치 기업분석 보고서 제목이다.

파마리서치가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발표했다. 대표 제품 ‘리쥬란’을 필두로 한 강력한 포트폴리오, 체계적인 경영 효율화가 맞물리면서 5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파마리서치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1169억원, 전년 동기 대비 56.5%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4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7.7%나 급증했다. 고마진 제품 중심 포트폴리오와 효율적인 비용 관리가 시너지 효과를 낸 결과로 풀이된다. 파마리서치의 거침없는 질주에 증권가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다수 증권사가 파마리서치의 기초체력(펀더멘털)과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신민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파마리서치는 단순 미용·재생 기업을 넘어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체질 개선 중인 대표 사례”라면서 “실적 체급이 이미 달라졌으며 그에 걸맞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가도 연일 고공행진이다. 지난해 5월 12만원대였던 주가가 5월 중순 41만원대를 오르내린다.

의료 관광객 급증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는 파마리서치. 사진은 피부 개선 기기 ‘리쥬란’. (파마리서치 제공)
의료 관광객 급증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는 파마리서치. 사진은 피부 개선 기기 ‘리쥬란’. (파마리서치 제공)

파마리서치 어떤 기업?

연어 DNA에서 찾은 재생의학의 길

파마리서치는 2001년 의약품, 의료기기 수입·판매 회사로 출발했다. 이후 단순 유통을 넘어 자체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매진, 이탈리아 제약사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조직 재생에 탁월한 효능을 지닌 PDRN (PolyDeoxyRiboNucleotide), PN(Polynucleotide) 제조 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며 전환점을 맞았다.

특히 파마리서치는 독자 성분 개발에 발군이다. 동해안 회귀 연어의 생식세포에서 추출·정제한 DNA 조각인 PN 성분이 대표적이다. 인체 DNA와 유사해 안전성이 높고 다양한 조직 재생 효과를 나타내는 이 물질을 기반으로 파마리서치는 2013년 강원도 강릉에 국제규격(GMP) 인증 생산공장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이 공장은 원재료 확보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수직계열화된 시스템을 갖춰 품질 관리와 공급 안정성 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자랑한다.

이를 통해 탄생한 대표 제품군이 바로 피부 개선 의료기기 ‘리쥬란’, 관절강 주사 ‘콘쥬란’, 조직재생 의약품 ‘리쥬비넥스주’, 각막 손상 개선 점안액 ‘리안점안액’ 등이다. 특히 리쥬란은 국내 스킨 부스터 시장 대명사로 자리매김하며 회사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사진설명

‘리쥬란’ 파워 뭐길래?

스킨 부스터부터 화장품까지 대박

파마리서치 성공 가도의 핵심에는 단연 독보적인 제품 경쟁력이 자리한다. 주력 제품인 ‘리쥬란’은 연어에서 추출한 PN 성분을 활용해 피부세포 재생 능력을 촉진하는 동시에 손상된 피부를 개선하고 노화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이 같은 효능과 안전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국내는 물론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호주, 미국, 동유럽 등 신규 시장에서도 계절성 없는 꾸준한 매출 성장과 재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의료 관광 선봉장으로도 각광받는다. 엔데믹 이후 지난해부터 의료 관광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리쥬란이 특히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외국인 의료 관광객 수요까지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 관광 환자 수는 117만명으로 2023년 61만명 대비 약 2배(93.2%) 증가했다. 역대 최고치다. DB증권 보고서엔 “피부과 시술 관련 인바운드 외국인의 1인당 지출액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여서 파마리서치의 수혜는 더욱 커질 전망”이란 대목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독보적인 PN 기술에 기반한 고마진 제품군, 그리고 무릎 관절염 치료제 시장에서 수술 외 대안으로 확고한 입지를 다진 ‘콘쥬란’ 같은 꾸준한 캐시카우는 파마리서치만의 강력한 수익 구조를 구축했다.

이런 외형 성장과 수익성 확보는 철저한 내부 관리 시스템이 뒷받침하기에 가능하다. 올해 들어 ‘리쥬란’ ‘리쥬란 코스메틱’에 대한 TV 광고, 온라인 마케팅, 스포츠 마케팅 등 B2C 채널을 대폭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관리비는 안정적으로 통제됐고 오히려 수익성이 향상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2019년 완공된 제2공장을 통한 생산능력 확대로 ‘규모의 경제’가 마련된 것도 이익률 제고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다.

변수는 없나

성장통, 잠재적 위협 요인

승승장구하는 파마리서치 앞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넘어야 할 몇 가지 변수와 도전 과제들이 놓여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시장, 특히 미국 같은 거대 선진 시장에 성공적인 진입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각국의 엄격한 규제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현재 유럽 시장 직판 체제 구축을 진행 중이지만, 구체적인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이를 두고 한송협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 진입이 장기 과제로 남아 있고 최근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점을 감안, 굳이 팔 종목은 아니지만 새로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내부의 경쟁 환경 변화도 주시해야 한다. 현재 PN 기반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향후 특허 만료에 따른 제네릭(복제약) 제품의 출현이나 유사 기술을 가진 경쟁사 등장은 잠재적인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한 차세대 제품 개발과 혁신, 그리고 강력한 브랜드 로열티 구축이 필수적이다.

또한 ‘리쥬란 코스메틱’을 통해 화장품 등 소비재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나 이 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소비자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특성이 있다. 최근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시장 상황 변화나 투자 심리 위축 시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 입장에서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더불어 이 분야는 기본적으로 경기 소비재로 분류되는데 경기 침체 시 소비 위축 소지도 있다. 파마리서치 측도 위기감을 충분히 느끼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용의료 수요 증가로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짐에 따라 시장 환경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오리지널 PDRN, PN 연구와 마케팅 역량을 꾸준히 강화해나갈 계획”이라며 “최근 안면미용, 스킨부스터 시장의 빠른 트렌드 속에서도 단기 성과에 치우치기보다는 내실 있는 성장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마리서치가 보유한 독보적인 기술력, 탄탄한 실적 성장세, 그리고 글로벌 시장을 향한 명확한 비전은 이러한 변수들을 충분히 극복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참고로 글로벌 안티에이징 시장은 2024년 약 730억달러에서 2034년 약 1409억달러로 성장할 것(프리시던스리서치·Precedence Research)이란 전망이다.

파마리서치가 ‘K재생의학’의 역사를 새로 쓰며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1호 (2025.05.28~2025.06.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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