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키움·미래에셋 등 오류 반복 양상

최근 국내 증권사들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전산 장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투자자 불편이 커지고 있다. 국내외 주식 거래에서 전산 장애로 투자자 피해가 늘자 증권사들은 전산운용비를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시스템 보완 노력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토스증권에서 지난 5월 12일 오후 11시 56분부터 약 8분간 MTS에서 시스템 에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이 접속하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토스증권 전산 오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9일엔 미국 프리장에서 MTS 접속이 14분간 막혔으며, 3월 19일에는 해외주식 시세 조회 오류가 발생하는 등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메리츠증권도 잦은 전산 장애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5월 6일 미국 정규장 초반인 오후 10시 30분부터 11시 42분까지 1시간가량 HTS와 MTS 모두에서 주문 매매 오류가 일어났다. 이에 지난 5월 8일까지 보상 신청을 접수하고 현재 보상을 진행 중이다.
키움증권 역시 넥스트레이드(NXT)가 출범한 지난 3월 4일 실시간 시세 조회 서비스에 오류가 발생했고 4월 3일과 4일 이틀 동안 국내 주식 매매가 세 차례 지연됐다.
미래에셋증권에서도 지난 3월 이후 주문 체결 조회가 지연되거나 체결이 지연되는 오류가 두 차례 발생했다.
증권사 전산 장애는 해마다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이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전산 장애 건수는 2020년 60건에서 2024년 94건으로 늘어났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산 장애에 따른 피해액은 총 210억원 수준이다.
증권사들은 HTS·MTS 등 서비스 운영을 위한 전산 시스템 관리, 유지보수 등을 위한 전산운용비를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개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메리츠·키움·신한·하나·대신·토스) 전산운용비는 2023년 5463억원에서 2024년 6329억원으로 15.9% 늘었다.
다만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28.4% 늘어난 것에 비하면 전산운용비 증가율은 낮은 편이다. 특히 메리츠증권의 전산운용비 증가율은 3.5%에 그쳤다.
금융당국은 잦은 전산 사고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3년 ‘금융 IT 안전성 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기업공개(IPO) 등 대형 이벤트 사전 대비, 비상대응 훈련범위 확대, 프로그램 테스트·검증·배포 통제 강화 등 기준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산 장애 발생에 따른 투자자 피해, 평판 저하, 투자 심리 위축 등은 모두 증권사 실적과도 직결된다”며 “특히 전산 오류가 발생한 증권사들은 떨어진 신뢰도 제고를 위해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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