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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대디] 변호사 아빠가 홍성으로 이사하자, 윤도는 ‘홍성 당구천재’가 됐다

⑦홍성 홍동중3 ‘당구선수’ 윤도와 아빠 송영섭 씨, 2016년 3월 마포구서 홍동으로 이사, 초6에 당구 시작, 3년만에 수지 40점

  • 황국성
  • 기사입력:2025.01.18 09:17:40
  • 최종수정:2025-01-18 23: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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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 아빠 송영섭 씨는 아들이 보다 건강한 환경에서 자라길 원해 서울 마포에서 홍성으로 이사했다. 이를 계기로 윤도는 초등학교 6학년때 당구를 처음 접한 후 짧은 기간에 실력을 키워 ‘홍성의 당구천재’로 성장했다. 아빠와 윤도가 당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윤도 아빠)
윤도 아빠 송영섭 씨는 아들이 보다 건강한 환경에서 자라길 원해 서울 마포에서 홍성으로 이사했다. 이를 계기로 윤도는 초등학교 6학년때 당구를 처음 접한 후 짧은 기간에 실력을 키워 ‘홍성의 당구천재’로 성장했다. 아빠와 윤도가 당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윤도 아빠)
⑦홍성 홍동중3 ‘당구선수’ 윤도와 아빠 송영섭 씨,
2016년 3월 마포구서 홍동으로 이사,
초6에 당구 시작, 3년만에 수지 40점

김행직 조명우 이미래 등 현재 한국당구 정상에 있는 선수들은 일찌감치 신동과 천재 소리를 들으며 성장해왔다.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당구를 배우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모두 뒤에서 든든히 받쳐주는 아버지 열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요즘 어린 선수에겐 성공모델이다. 부모 생각도 다르지않다. 아이가 당구에 소질이 있고 즐긴다면 당구선수로 성장하는 걸 적극 밀어주고 있다. 김건윤(부산동래고부설방통고1) 김도현(부천상동고부설방통고1) 김대현(시흥대흥중2) 양승모(인천예송중3) 이환희(구미금오초6) 김민준(익산부송중1) 편준혁() 등 미래 한국당구 주역을 꿈꾸는 선수들의 뒤에는 이처럼 열성적인 아빠, 즉 ‘당구대디’가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일곱 번째는 충남 홍성의 ‘당구천재’ 송윤도(홍동중 3)와 아빠 송영섭 씨 얘기다.

2016년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송윤도 가족은 서울 마포구에서 충남 홍성(홍동면)으로 이사갔다. 변호사인 아빠 송영섭(52) 씨는 아이가 좀 더 건강한 환경에서 크기를 바라 홍성으로 향했다. 아빠는 처음 2년 동안 매일 서울로 출퇴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윤도가 들판을 뛰어노는 모습을 보며 이사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서울에서 홍성으로 이사는 윤도에게도 또다른 계기가 됐다. 윤도는 어려서부터 좋아하는 분야는 깊게 파고드는 아이였다. 아빠는 “(윤도가) 좋아하는 분야에선 천재, 싫어하는 분야에선 바보”일 정도로 호불호가 확실하다고 했다. 좋아하는 영화는 100번 이상 보며 모든 대사를 다 외웠고, 싫어하는 피아노 레슨 대신 논길을 돌아다니는걸 좋아했다.

윤도는 축구와 배드민턴도 잘 하고 학교밴드에서 보컬로 활동하는 등 다재다능하다. 홍동중 밴드 공연에서 노래하는 윤도(맨 왼쪽). (사진=홍동중학교)
윤도는 축구와 배드민턴도 잘 하고 학교밴드에서 보컬로 활동하는 등 다재다능하다. 홍동중 밴드 공연에서 노래하는 윤도(맨 왼쪽). (사진=홍동중학교)

그러다가 우연찮게 아빠 따라 당구장에 갔다가 당구에 재미를 느꼈다. 3구 21점인 아빠는 대학생때부터 10년 가량 당구를 쳤고, 이후 뜸했다가 10년 전부터 다시 친구들과 취미로 당구를 즐기고 있다.

2021년 3월 어느날. 아빠 송영섭 씨는 친구들과 홍성 시내 당구장에서 당구를 쳤다. “6학년인 윤도를 데리고 갔습니다. 빈 테이블에서 4구를 주고 혼자 놀게 했는데, 무려 서너시간 동안 혼자서 공을 이리저리 굴리며 노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그게 윤도가 당구와 맺은 첫 인연이었다. 서울에서 홍성으로 이사간게 윤도에겐 큰 계기가 된 것이다.

윤도에게 홍성(홍동)생활은 어떨까?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홍동에서 살아 서울과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곳에 있었기 때문에 당구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학원에 안가도 되고, 공부와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고, 무엇보다 좋아하는 걸 충분히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서울에 있었다면 이렇게 못했을 겁니다. 단, 당구장이 너무 멀어서요.”

아빠 따라 당구장 간 첫날 당구와 인연
중2때인 2023년 전국당구대회 3관왕 올라
축구 배드민턴에 밴드서 보컬까지 ‘다재나능’

윤도가 당구에 흥미를 갖자 아빠는 홍성 시내 허리우드당구장 이석만 사장님한테서 7개월(2021년 5~12월) 가량 기본기를 배우게 했다. 4구를 건너뛰고 곧바로 3구를 시작했다. 윤도는 빠르게 기본기를 배워갔다.

올해 중학교를 졸업하는 윤도는 당구에 전념하기 위해 방통고에 진학할 예정이다. 당구연습중인 윤도. (사진=윤도 아빠)
올해 중학교를 졸업하는 윤도는 당구에 전념하기 위해 방통고에 진학할 예정이다. 당구연습중인 윤도. (사진=윤도 아빠)

이후 방학을 이용, 중학교 1학년때는 한상모 선수, 중학교 2학년때는 최종복 선수(이상 PBA)에게서 레슨을 받았다. 중학교 3학년때는 레슨을 받지않고 주로 게임을 하며 실전감각을 키웠다. 아빠는 하루 2시간씩 1주일에 4번 레슨에 빠지지 않고 나가는 걸 보고 ‘윤도에게 당구는 뭔가 다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초등학교 6학년에 당구를 시작했지만 윤도 실력은 빠르게 성장했다. 3년만에 수지를 40점까지 끌어올렸다. ‘홍성 당구천재’의 탄생이다.

아빠가 보기에 윤도는 재주가 많은 편이다. 초등학교 6학년때 축구선수로 도민체전에 출전했고, 얼마전에는 교내 배드민턴대회에 나가 우승했다. 중학교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어 학교축제때는 공연도 다닌다. 윤도는 보컬을 맡는다고.

당구에 흥미를 느낀 윤도는 대회 성적도 금방 눈에 띄었다. 당구선수가 된 후 중1때 처음 출전한 ‘2022년 정읍 전국당구선수권’ 중등부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중학교 2학년때인 2023년에는 3관왕에 올랐다. 남원전국당구선수권(7월) 경남고성군수배(8월) 대한체육회장배(11월) 3개 대회를 석권했다.

2024년에는 일반부에도 출전, 태백산배(7월)와 경남고성군수배(9월)에서 각각 64강, 128강의 성적을 냈다.

전국당구대회에서 경기하는 윤도. (사진=대한당구연맹)
전국당구대회에서 경기하는 윤도. (사진=대한당구연맹)

윤도의 롤모델은 국내 최고 공격수 조재호 선수다. 주저하지 않는 시원시원한 샷이 너무 좋단다. 조재호 선수가 자신의 인터벌이 빠른 이유에 대해 “큐타임이 빠르면 자신이 연습했던 샷을 의심하지 않고 칠 수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고.

올해(2025년) 윤도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는데 당구에 전념하기 위해 방통고로 정했다. 예전처럼 친구들과 시골길을 누비며 놀지못하는게 아쉽지만 대신 당구선수들과 깊은 교우관계를 맺을 생각이다.

진학을 앞둔 만큼 요즘에는 당구연습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시골이다보니 만만치않다. 천안의 당구의정석당구클럽, 홍성 에드가당구클럽, 예산 3949당구클럽을 다니는데, 이동거리가 멀게는 60㎞나 된다. 1주일에 5일은 이렇게 당구연습한다. 클럽이나 기차역까지 바래다주고, 밤늦게 데려오는 것은 아빠의 몫이다.

홍성 예산 천안…60㎞ 먼데까지 가서 당구연습
두꺼운 두께 밀림샷 장점…“당구즐기는 선수되길”
올해부터 당구 전념 위해 방통고 진학 예정

아빠는 최근 주변에서 윤도가 당구실력을 더 쌓기 위해서는 큰 도시로 가는게 좋지않나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아무래도 실력 좋은 선수들이 도시에 많아서다. 이는 현실적으로 아빠에게 고민으로 다가온다.

아빠 송영섭 씨는 윤도가 경기에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동료, 선후배들과 함께 당구를 즐길줄 아는 당구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뱅킹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아빠와 윤도. (사진=윤도 아빠)
아빠 송영섭 씨는 윤도가 경기에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동료, 선후배들과 함께 당구를 즐길줄 아는 당구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뱅킹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아빠와 윤도. (사진=윤도 아빠)
초등학교 6학년에 당구를 처음 시작한 윤도는 3년만에 수지 40점에 달할 정도로 실력이 빠르게 성장했다. 중2때인 2023년에는 3개 전국대회(중등부)에서 우승했다. 사진은 2023년 강원도 양구에서 열린 ‘대한체육회장배 전국당구대회’에서 우승한 윤도. (사진=대한당구연맹)
초등학교 6학년에 당구를 처음 시작한 윤도는 3년만에 수지 40점에 달할 정도로 실력이 빠르게 성장했다. 중2때인 2023년에는 3개 전국대회(중등부)에서 우승했다. 사진은 2023년 강원도 양구에서 열린 ‘대한체육회장배 전국당구대회’에서 우승한 윤도. (사진=대한당구연맹)

그러나 아빠의 선택은 홍성이었다. “윤도가 장차 당구선수가 되더라도 당구만 잘치는 선수가 되길 바라지 않습니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친구들과 오래도록 관계를 맺으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인생의 재미를 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따라서 아빠는 윤도가 당구는 물론 밴드와 축구, 배드민턴까지 고루 즐기길 바란다. 그러기에는 큰 도시보다 지금 사는 곳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당구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빠가 항상 묻는 말은 “재밌게 쳤어?”다.

아빠는 당구선수로서 윤도의 장단점을 잘 안다. 공의 특성을 이해하려고 하고 창의적으로 해법을 찾으려고 하는 것은 장점이고, 어려운 순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보완해야할 점이라는 것.

윤도 생각도 아빠와 비슷하다. “두꺼운 두께에서 적당한 밀림을 이용한 샷에 가장 자신있는데, 공격기회가 왔을 때 가끔 성공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최대한 긍정적 마인드를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동료, 선후배들과 함께 당구를 즐기고,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승리의 순간을 만끽하면서도 주위를 돌아볼 줄 아는 선수가 됐으면 합니다.” 아빠는 윤도가 이러한 당구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윤도 역시 “당구선수가 직업이 되어도 ‘당구를 즐기는 당구선수’가 되는게 꿈”이라고 했다.

‘당구선수’ 윤도의 꿈은 홍성(홍동)에서 영글고 있다. [황국성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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