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11 13:00:00
인수·합병 142건 중 132건 ‘차입인수’ 39건 차입 사모펀드 순자산 50% 초과 “제도 개선 불가피...부작용 줄일 방안 필요”
최근 10년간 주요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체결한 인수합병 계약 142건 중 132건은 차입인수(LBO)인 것으로 드러났다. 무려 93% 수준이다. 100% 이상을 차입한 인수 계약도 11건에 달했다. 정치권에서는 ‘홈플러스 사태’ 원인으로 무리한 LBO가 지목되면서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 22곳이 2015년부터 최근까지 기업 인수 계약 체결 건수는 총 142건이다. 이 중 빚을 내지 않고 인수합병에 성공한 것은 10건에 불과했다. 대부분 금융사 차입을 받아 기업 인수에 나선 것. 심지어 39건은 차입 규모가 펀드 순자산의 50%를 넘었고, 11건은 100% 이상을 빌려 인수를 강행했다. 사실상 ‘빚더미 위에 세운 인수’였던 셈이다.
운용사별로 보면 IMM인베스트먼트의 평균 차입 비율이 84.7%로 가장 높았다. 이들이 체결한 인수 계약 23건 중 14건이 차입 비율 50%를 초과했고 6건은 100%를 넘었다. 이어 ▲유진프라이빗에쿼티 63.2% ▲NH투자증권 62% ▲연합자산관리 59.2% ▲맥쿼리자산운용 52.2%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MBK파트너스의 경우 지난해 9월 인수 계약을 체결한 건의 차입 비율은 151.2%에 달했다.
국내 사모펀드가 LBO에 적극적인 건 규제가 덜해서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금전 차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에선 차입 한도를 4배(400%)까지 허용한다. 부실 기업을 인수해 정상화하고 신산업을 키우는 ‘모험자본’ 육성 때문이다. 국내 토종 사모펀드 규모는 제도가 도입된 2004년 말 4000억원에서 2023년 말 136조4000억원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엔 LBO의 단점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업황이 악화하자 빚 상환을 떠안은 피인수 기업의 재무 상태가 빠르게 악화한 사례가 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3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홈플러스다. 2015년 MBK파트너스는 당시 역대 최고가인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펀드 순자산(2조5000억원)의 160%에 달하는 4조원(승계 대출금 포함)을 부동산 담보로 금융권에서 빌렸다. 그러나 이후 이커머스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소비 패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홈플러스는 고금리 대출 상환 부담에 시달렸고,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홈플러스 사태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자본시장법상 LBO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차입 한도를 현재 순자산 대비 400%에서 200%로 축소하거나, 인수 후 일정 기간 피인수 기업의 자산 유출을 막는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차규근 의원은 “LBO가 사모펀드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여러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LBO 자체를 제한하거나 차입 비율을 낮추는 단편적인 해법보다 비율부터 방식까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열어놓고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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