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07 09:07:36
# 서울 강동구에 때 아닌 ‘신선식품 전쟁’이 펼쳐졌다. 올해 1월 롯데마트가 식료품 특화점 ‘롯데마트 천호점’을 오픈한 지 3개월 만인 올해 4월 이마트 역시 신석식품 특화매장인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을 인근 명일동에 새로 개장했기 때문이다. 두 점포는 차로 달리면 10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위치했다.
4월 22일 늦은 6시,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을 찾았다. 이마트가 5년 만에 처음 내놓는 서울 매장이자 신선식품‘만’ 판매하는 독특한 점포다.
입구부터 ‘신선’을 강조한 배치에 시선이 절로 간다. 색감이 튀고 향기가 강한 파인애플과 오렌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보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고덕점 하이라이트인 ‘수산·축산 코너’가 나온다. 인기 상품을 따로 구성해 초저가에 판매하는 ‘상품 특화존’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이날은 축산엔 ‘K-흑돼지존’, 수산엔 ‘연어의 모든 것’이라는 이름으로 특화존이 구성돼 있다. 매장서 만난 60대 남성 장대현 씨(가명)는 “모르긴 몰라도 쿠팡이 더 쌀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이곳 가격도 합리적인 데다 직접 보고 사니까 훨씬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어느덧 늦은 7시. 자동차로 10분을 달려 롯데마트 천호점을 방문했다. 이마트와 가장 큰 차이점은 상품 구성이다. 전체 매장 상품 중 80% 이상이 식료품이고 나머지 20%는 펫용품이나 주방용품 등이 차지한다. 롯데마트 천호점에서 사람이 가장 많았던 곳은 ‘오늘 뭐 먹지’ 코너다. 부대찌개·된장찌개·샤브샤브·야채곱창 등 테마형 밀키트를 진열해 파는 곳이다. 이곳에 진열된 냉동 간편식 판매 품목은 500여개로 일반 롯데마트 매장 대비 70% 많다. 천호동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김종일 씨는 “신선식품이 잘돼 있고, 주방용품 살 때도 편리해 자주 방문한다. 대량으로 구매하면 온라인과 가격 차이도 나지 않아 만족한다”고 귀띔했다.
‘신선식품’이 한국 유통 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신선식품 강화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오프라인은 신선식품 특화매장을 잇달아 열고 있고 이커머스 기업 역시 제품군 강화에 여념이 없다.
‘신선식품 전쟁’의 도화선이 된 건 역시 쿠팡이다. 쿠팡은 신세계·롯데 등 전통의 유통 강호를 누르고 국내 매출 1위 유통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쿠팡 약진에 힘입어 국내 온라인 쇼핑 매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오프라인을 넘어섰다. 대형마트·백화점 등 오프라인 채널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지만 쿠팡을 넘어설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가격 경쟁력은 물론 취급 상품 수, 배송 속도, 멤버십 혜택까지. 뭐 하나 쿠팡을 이길 만한 구석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프라인 유통이 주목한 영역이 바로 ‘신선식품’이다. 제품 상태를 꼼꼼히 따지지 않는 공산품과 달리, 식료품은 신선도를 매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구입하길 원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 때문에 국내 유통을 평정한 쿠팡도 유독 신선식품 카테고리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한다.
쿠팡, 그리고 다른 유통 기업과 경쟁하는 이커머스 기업도 생존을 위해 신선식품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양상이다. 네이버는 신선식품·새벽배송 강자 컬리와 협업을 확정하며 신선 경쟁에 뛰어들었다. 컬리 지분 인수도 검토 중일 정도로 적극적이다. 오아시스마켓은 티몬 인수로 새 판을 짜겠다는 계획이다.
[나건웅·반진욱 기자 정혜승·정수민·지유진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7호 (2025.04.30~2025.05.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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