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소리나는 中‘차이니즈8볼’…세계당구 패권도?
세계대회 상금 5억, 김가영 마크 쉘비 등 톱선수들 모여들어
어마어마한 동호인수, 중국내에서만 6000만명이 즐겨
기업 전폭 후원…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종목 채택 움직임
중국 당구가 막강한 자본력과 신종 당구종목 "차이니즈 8볼"로 세계 당구판 패권을 손에 쥐려고 한다. 이에 세계 당구계가 "차이니즈 8볼"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사진은 "2015 차이니즈 8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경기 중인 한국 여자 포켓볼 선수 임윤미. (출처=유튜브 채널 "Alison Chang" 동영상 캡쳐) 차이니즈 8볼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중국이 개발한 신종 당구종목이다. 경기방식은 포켓8볼 방식을 따르며, 전용 테이블은 스누커 테이블을 포켓 테이블 크기로 축소한 것을 사용한다. 쉽게 말해 스누커와 포켓볼을 융합한 당구경기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처럼 생소한 종목에 세계 당구계가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돈이 되는 당구’이란 인식이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당구도 ‘세계최고’ 노리는 중국
중국정부와 CBSA(중국 당구‧스누커 연맹)는 오래 전부터 세계 당구계 주류종목인 스누커, 포켓볼에 대한 투자와 지원에 힘을 쏟았다. 그리고 10여년 전부터 차츰 그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스누커에선 아시아 최초 ‘스누커세계선수권 우승자’ 딩준후이(31) 등 스타들이 대거 등장했고, 포켓볼에선 ‘중국 포켓여제’ 판샤오팅(36)을 필두로 스타급 여자선수들이 부상했다.
동시에 ‘차이나머니’를 바탕으로 각종 당구대회를 개최하며 세계 당구계 주도권을 점차 손에 쥐어갔다.
이 결과 그동안 세계 포켓볼 최대 흥행카드였던 WPBA(미국여자프로당구협회) 대회 아성은 CBSA 주관 ‘차이나오픈’ 때문에 무너졌다. 우승상금을 기존 WBPA 대회보다 3배 이상 올렸기 때문이다. 중국 오픈대회 우승상금은 3~4만달러(약 3200~4200만원), WPBA 우승상금은 1만달러(약 1060만원) 안팎이다.
그러다보니 세계 당구계는 CBSA의 다음 행보를 예의주시했다. 그때 CBSA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차이니즈 8볼’이다. 중국에서 30년 넘게 인기를 끌어온 종목을 세계 주류 당구종목으로 키우고, 관련 산업의 활성화까지 노린 것이다.
CBSA 통계에 따르면 중국 포켓볼 동호인 수는 6000만명에 육박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차이니즈 8볼을 즐긴다. 어마어마한 선수풀이다.
CBSA(중국 당구‧스누커 연맹)는 차이니즈 8볼 홍보를 위해 2015년부터 총상금 5억원 규모의 세계대회를 열고, 스타 당구선수들을 대회에 출전시키고 있다. 사진은 중국의 "스누커 스타"이자 영국 프로당구리그 "월드스누커" 선수인 딩준후이. (유튜브 채널 `genipool14` 동영상 캡쳐)오는 19일 중국 장시성 옥산시에서 ‘2018 차이니즈 8볼 세계선수권대회’(이하 차이니즈 8볼 선수권)가 개막한다. 올해 네 번째인 이 대회는 스타선수들, 큰 상금 등 흥행요소를 두루 갖춘 대회로 통한다.
CBSA는 2015년 첫 대회부터 딩준후이, 판샤오팅 등 자국선수를 비롯, 한국의 김가영(36), 세 번이나 ‘스누커 세계선수권’ 정상에 선 영국의 마크 쉘비 등 세계적인 당구선수들을 초청했다. 이들에게 총 5억원(우승상금 남자 1억, 여자 6400만원)의 상금을 놓고 차이니즈 8볼로 대결하게 했다. 상금규모로만 보면 세계최고인 영국 ‘월드스누커 투어’에 맞먹는 수준이다.
이는 대회는 메인 후원사인 ‘씽파이’(Xing Pai)의 지원으로 가능했다.
씽파이는 부동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중국의 거대 기업이다. 이를 이끄는 간리안팡 회장은 중국 공산당원이자 CBSA 부회장으로, 중국 당구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다.
최근 몇 년간 그는 자국 내 스누커 보급에 집중했다. 영국 프로당구리그 ‘월드스누커’ 중국투어 유치가 대표적이다.
덕분에 중국 영향권에 놓인 아시아 국가에도 스누커가 전파되기 시작했고, 중국은 아시아의 ‘스누커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간리안팡 회장이 ‘차이니즈 8볼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보급 대상은 중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다.
현지원 김가영포켓볼아카데미 원장은 “중국의 차이니즈 8볼 세계화를 위한 노력은 짧은 기간동안 체계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지난 2015년 ‘차이니즈 8볼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당시 개최지인 옥산시에 경기장과 훈련장 등 각종 당구관련 시설들이 하나둘 들어서고 있었다. (중국당구 관계자가)이 지역을 정부, 연맹, 시가 공조해 거대한 ‘차이니즈 8볼 타운’을 형성할 계획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의 차이니즈 8볼 테이블 제조사 ‘조이 빌리어드’가 2013년부터 개최중인 ‘세계 차이니즈 8볼 마스터즈대회’도 선수들 사이에서 그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그 이유는 역시 ‘억’소리 나는 상금이다. 지난 1월 12일 열린 제6회 대회 우승상금은 1억6000만원에 달했다.
현지원 워장은 “최근 CBSA의 동향을 보면 차이니즈8볼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채택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며 “막강한 자본력으로 차이니즈 8볼을 밀고, 이를 통해 세계 당구계 패권을 쟁취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