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커 에이스’ 이대규 “韓최초 스누커 프로선수가 꿈”
전국체전서 한국 첫 ‘센츄리 브레이크’ “알고 있었고, 떨렸다”
지난 달 "2017 전국체전"에 이어 "2017 스누커&잉글리시빌리어드 그랑프리 3차" 스누커 부문까지 연달아 우승을 차지한 이대규를 MK빌리어드뉴스가 만났다. 그는 "한국 최초로 영국 프로 스누커 선수가 될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번 전국체전에서 스누커 은메달, 잉글리시빌리아드(스누커 테이블에서 하는 당구경기‧이하 잉빌) 금메달 등 인천지역의 메달 두 개를 홀로 따내는 저력을 보였다. 이어 지난 달 25일 열린 ‘스누커&잉빌 그랑프리 3차’에선 7월 ‘스누커&잉빌 그랑프리 2차’대회에 이어 스누커 부문 2연승을 달성했다.
이처럼 한국의 ‘차세대 스누커 에이스’로 쑥쑥 성정하고 있는 이대규를 MK빌리어드뉴스가 만났다. 그는 서울 강동구 ‘김가영포켓볼아카데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국 최초로 세계 최고의 당구리그 영국 ‘월드스누커’에 진출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전국체전서 ‘센츄리 브레이크’를 기록했다. 한국 최초란 걸 알고 있었나.
=물론이다. 90점에서 붉은 공을 다 넣고, 컬러볼을 넣는 일만 남았을 때 ‘센츄리 브레이크’생각이 들어 많이 떨렸다. 특히 노란볼 포팅 때 더욱 그랬다. 수구와 멀었고, 끌어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편집자 주=스누커는 큐볼(수구)로 15개의 빨간공, 6개의 컬러볼을 6개의 포켓(구멍)에 넣는 당구경기다. 빨간공을 포팅(볼을 포켓에 넣는 것)하면 1점을 획득하고, 컬러볼 중 하나를 포팅할 기회가 주어진다. 빨간공은 포팅되면 테이블 위에 꺼내지 않고, 컬러볼은 포팅 후 테이블 위에 다시 놓여진다. 컬러볼은 각각 노란색 2점, 녹색 3점, 갈색 4점, 파란색 5점, 분홍색 6점, 검정색 7점이다. 빨간공을 다 포팅하면 컬러볼을 차례로 포팅하면 된다. ‘센츄리 브레이크’는 단 한번의 공격 기회에서 이런 과정을 통해 100점 이상 득점하는 걸 말한다.)
▲이어 열린 ‘스누커&잉빌 그랑프리 3차’ 스누커 결승에서 최경림을 꺾어 더욱 기뻤다고.
=경림이 형(최경림 선수)은 8월 ‘춘천 대한당구연맹회장배’ 스누커 결승, 지난 전국체전 스누커 결승에서 연달아 패했던 상대였다. 그래서 더욱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 전까진 전국대회에서 세 번 만나 모두 이겼었다.
▲9월 ‘인도어아시안게임’도 비록 16강 탈락했지만, 지난해 ‘IBSF(세계빌리아드스누커연맹) 아마추어 스누커 월드 챔피언십’ 우승자 소헤일 바헤디(이란)와 접전을 펼쳤다.
=(프레임스코어)3:4로 졌지만 이길 수 있었다. 3:2로 이기던 상황에서 컬러볼 4개만 남았는데 긴장을 심하게 해 포팅에 실패했고, 이어 두 프레임을 바헤디에게 뺏겼다. 아쉬웠지만 제가 세계적인 선수를 상대로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전국대회 우승행진이 시작됐다.
=2011년에 스누커를 시작하면서 ‘스무살에 전국대회 우승’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소심한 성격인 탓에 경기 중 멘탈관리가 정말 힘들더라. 연습 때 하던걸 경기에서 제대로 보여준 적이 손에 꼽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쯤 저만의 경기운영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니 (지난해 10월)‘스누커 오픈’에서 전국대회 첫 번째 우승컵을 들었고, 한 달 뒤엔 ‘대한체육회장배’ 스누커 부문 우승도 차지했다.
서울 강동구 김가영포켓볼아카데미에서 연습하던 이대규가 기자의 요청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친한 사람이 아니면 말수가 확 줄어든다. 대신 다른 사람 성격에 웬만하면 맞추는 편이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극복했다(웃음). 지금도 경기 중 멘탈관리는 완벽하지 않다. 실수가 줄어든 이유는 경기 중 ‘실패’ 등 잡생각을 버리고 샷에 대한 두께, 당점, 힘만을 머릿속에 넣으려고 한 덕분이다.
▲당구 첫 시작이 스누커였나.
=아니다. 중3때 3쿠션으로 선수등록했다. 이후 캐롬 선수로 6개월, 포켓 선수로 1년 반 보내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스누커를 시작했다. 포켓 배울 때 황철호(경기연맹) 선생님을 만난 게 계기가 됐다.
▲부모님이 당구선수를 적극 권했다고.
=중3때부터 운동선수를 시작하려 했는데, 그 나이때에 출발해 전국 랭커가 될 종목이 당구라고 판단해 제게 권하셨다. 다행스럽게 고등학생 때부터 ‘2013 스누커 주니어 선수권대회’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등 나름 좋은 쪽으로 풀렸다.
▲한국에서 스누커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다.
=스누커 칠 수 있는 곳이 드물다. 전국적으로 경기연맹 훈련장(경기도 수원)과 부산, 충남 등 세 곳에 불과하다. 테이블 수를 다 합쳐도 10대가 안 된다. 경기연맹 훈련장은 11월 중순을 기해 없어진다고 들었다. 안타깝다. 다행히 저는 부모님이 집 근처에 스누커 테이블을 놓아줘 그곳에서 개인 연습을 한다.
▲연습을 위해 해외도 자주 나간다고.
=중국 스누커 아카데미, 태국 스누커 훈련장에 나가 실력 좋은 외국 선수들과 게임을 한다. 특히 아시아는 물론 세계 스누커 톱클래스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는 중국은 2013년 말, 올해초 각각 6개월씩 다녀왔다. 태국은 수시로 가 친분있는 프로 스누커 선수들과 대결하곤 한다.
▲한국 스누커 수준은.
=아시아권만 해도 중국, 태국 등에 많이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중국은 세계 톱 플레이어들이 참가하는 영국 ‘월드스누커’ 프로당구 투어에 꽤 많은 선수들이 진출했다. 리그 랭킹 톱10에 항상 이름 올리는 딩 준 후이를 비롯, 14세에 ‘세계 스누커 주니어 선수권대회’(아마추어대회) 챔피언이 된 얀 빙 타오(17) 등이 대표적이다.
▲영국 ‘월드스누커’ 인기가 어마어마하다고.
=우선 상금 규모가 거대하다. 올해 열린 ‘2017 OPPO 인터내셔널 챔피언십’ 우승상금 2억2,000만원, 총상금이 11억1,000만원이나 된다. 프로 스누커 선수들 중 50위권 선수들만 해도 1억 안팎의 후원을 받을 정도다.
2013년 중국 스누커 아카데미 방문 당시 세계적인 스누커 선수 로니 오셜리번(왼쪽)을 만난 이대규. 그는 이 순간을 "생애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라고 했다. =2013년 중국 아카데미에 있을 때, 그가 그곳을 방문해 5분 가량 저를 코치해줬다. 로니 오셜리번은 우승도 우승이지만 센츄리 브레이크를 890번 이상, 맥시멈 브레이크(스누커에서 낼 수 있는 가장 큰 점수 147점을 기록한 것)도 14번이나 해낸 대단한 선수이지 않은가.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 인생 통틀어 인상적이었던 기억 중 하나로 꼽는다.
▲스누커 선수라면 프로 스누커 선수를 꿈꿀텐데.
=물론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스누커 세계 선수권, 아시아 스누커선수권 우승자에게 영국 프로 스누커 자격이 주어졌는데, 그게 올해부터 없어졌다. 현재로서는 연 2회씩 영국에서 열리는 ‘큐스쿨’ 대회 4강안에 드는 길 밖에 없다. 체계적으로 스누커를 배운 선수 300여명이 출전한다.
하지만 대회 입상이 영원히 불가능하진 않다고 본다. 자기전 머릿속에 그 무대에 선 제 자신을 그려보기도 한다. 스누커 큐를 잡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가까울지도 멀지도 모르는 이야기지만 언젠간 당당히 한국 최초로 프로 스누커 선수가 돼 세계를 호령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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