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4월 20일자 동아일보 6면에는 ‘미니 스커트’라는 제목의 수필이랄까, 짧은 칼럼이 실려 있다. 이 칼럼에서 필자는 별 생각없이 미니스커트를 입는 여자를 가리켜 ‘민족반역자’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미니스커트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헌데 이런 반감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었다. 정작 미니스커트를 만들어낸 영국에서조차 처음에는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반발이 대단했다. 하지만 그런 비판에도 아랑곳 않고 미니스커트는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갔으며 베트남 전쟁에 대한 저항으로 자유를 갈망하던 히피문화 확산과 맞물려 미니스커트는 젊음과 자유의 아이콘으로 확고히 자리잡게 됐다.
요즘 당구 종합대회에 가보면 포켓볼 선수들이 복장에 대해 불만 내지 의견을 토로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 내용의 핵심은 정복이나 유니폼 착용의 정당성과 효용성에 있다. 현재 당구시합 복장 규정은 크게 ‘드레스 코드 A’와 ‘드레스 코드 B’로 나뉜다. ‘드레스 코드 A’는 흔히 말하는 정복 착용을 뜻하고 ‘드레스 코드 B’는 아래는 정장바지, 위는 카라티셔츠(유니폼) 착용을 뜻한다.
2017 춘천 대한당구연맹회장배 대회, 김보건 선수
사실 정복을 입는 게 대회 품격을 높여주기도 하고, 당구의 정통성에 부합하기도 한다. 하지만 더운 날 에어컨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시합장에서 신축성 떨어지는 긴 팔 정복을 입으면 옷이 땀에 젖어 스트로크가 원활하지 않아서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포켓볼의 경우 국제대회에서 복장이 비교적 자유로워진지가 꽤 오래 됐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유추해볼 수 있다. 첫째, 포켓볼도 신체활동이 필요한 운동이고 그렇기에 경기할 때 활동성이 좋은 옷을 입는 게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둘째, 옷을 통한 개성 발산의 기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팀이 아닌 개인 스포츠인 포켓볼의 특성상 선수 각자의 패션을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대표적 개인 스포츠인 골프나 테니스를 보면 패션쇼를 방불케 할 정도로 선수들이 각양각색의 옷을 입고 나와 각 스포츠 메이커들의 패션 경연장이 된지 오래다. 셋째, 이런 이유로 선수들은 옷을 통해 후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당구 시장의 점진적 발전과정 중에 옷이 중요한 스폰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각각의 당구 대회마다 규모와 특색이 다르므로 그에 맞게 복장도 달리하는 게 좋을 수도 있겠다. 큰 규모의 종합대회로 치러지는 시합이 있는가 하면 어느 한 종목만을 개최하거나 이벤트성으로 열리는 대회가 있기도 하다. 140년 역사의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는 흰 옷만 허용되는 것처럼 어떤 시합은 정복을 입는 거로, 또 다른 시합은 자유롭게 입는 거로.
그나저나 요즘 포켓볼 종목에서는 예상치 않게 초중등 어린 학생선수들이 늘어가고 있는데 그 학생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정복을 입고 있는 꼬마 신사·숙녀들이 또래 아이들과는 좀 다른 자신의 모습을 대견해하고 으쓱해하지 않을까 싶은….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구세대인가 싶기도 하다. ^^
[현지원 김가영포켓볼아카데미 원장]
■ she is…
△포켓볼 국가대표 선수 △대한당구연맹 소속 포켓볼 코치 △빌리어즈TV 해설위원 △대한당구연맹 이사
2017 춘천 대한당구연맹회장배 대회, 김보건 선수
2017 춘천 대한당구연맹회장배 대회, 김보건 선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