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쿠션초청대회 불참땐 –100점” UMB ‘황당 갑질’
UMB총회서 ‘시드권자 초청대회 불참 감점규정 신설’
포켓볼 탁구 등 다른 스포츠종목에 없는 “비상식적 처사”
UMB총회 참석 당구연맹 회장 규정 신설 과정 “모른다”
당구계 “국제스포츠단체 갑질”…프로당구 출범 견제 시각도
세계캐롬연맹(UMB)은 최근 "시드권자가 UMB 사전 동의없이 국제초청대회에 불참하면 UMB랭킹포인트 100점을 삭감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사진은 UMB 회장 파룩 엘 바르키.[MK빌리어드뉴스 최대환 기자] “(랭킹 14위 이내)시드권 선수가 UMB주관 3쿠션 초청대회에 불참하면 100점을 감점하겠다.”
세계 3쿠션대회를 총괄하는 세계캐롬연맹(UMB‧회장 파룩 엘 바르키)이 3쿠션 세계 톱랭커에게 적용되는 황당한 ‘감점 규정’을 신설, 당구선수는 물론 국내 당구계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초청대회 불참에 대한 랭킹포인트 ‘감점’은 포켓볼 등 다른 당구종목은 말할 것도 없고 탁구 등 비슷한 아마추어 구기종목에도 찾아볼 수 없는 ‘초유의 일’이다. 더군다나 정규투어 대회도 아닌 이벤트 성격의 초청대회 불참에 대한 벌점부과는 비상식적이라면서 ‘국제스포츠단체의 갑질’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구리시체육관에서 열렸던 국제초청대회 "구리 세계3쿠션챌린지마스터스" 대회장 전경.◆작년 10월 UMB총회서 규정 신설
대한당구연맹은 최근 ‘UMB 국제 초청경기대회 규정 변경’을 공지했다. 이에 따르면 ‘시드권자가 UMB 사전 동의없이 국제초청대회에 불참하면 UMB 랭킹포인트 100점을 삭감한다’고 돼 있다.
UMB 홈페이지 국제초청대회 관련 규정에도 ‘Non-participation of seeded players without previous UMB consent, will be sanctioned by deducting 100 ranking points from their position in the actual World ranking’이라고 올라와 있다.
대한당구연맹에 따르면 해당 규정은 지난해 10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UMB총회에서 결정됐다. 그러나 당시 UMB총회에 참석한 남삼현 당구연맹 회장은 이러한 규정 신설에 어떠한 의견을 밝혔는지 함구하고 있다.
UMB는 올해에만 6차례의 국제초청대회를 열 계획인데, 새로운 규정은 오는 2월 열리는 3CC마스터즈대회부터 적용된다.
◆3쿠션월드컵 우승 포인트는 80점, 벌점은 100점
UMB는 랭킹 14위 선수까지 3쿠션월드컵 등 UMB주관대회 시드권을 부여한다. 현재 1, 2위인 딕 야스퍼스와 프레데릭 쿠드롱부터 14위인 최성원(부산시체육회)까지 해당된다. 한국은 최성원 외에 조재호(서울시청‧6위)와 허정한(경남‧10위)이 시드권이다.
UMB의 입상 포인트는 연간 6~7회 열리는 3쿠션월드컵 우승이 80점, 준우승이 54점이다. 또한 세계3쿠션선수권대회는 우승 120점, 준우승 81점이다.
이에 따라 ‘벌점 100점’은 3쿠션월드컵 우승포인트보다도 무려 20점이나 높은 수치다. 만약 이 정도 벌점이 부과되면 랭킹 5위인 터키의 세미 세이기너(280점)까지도 단번에 시드권 밖으로 떨어지게 된다.
특히 한국의 조재호(244점) 허정한(216점) 최성원(190점) 선수가 국내대회를 이유로 초청대회에 불참하면 즉시 시드권에서 탈락한다. 또한 시드권 밖에 있는 김행직(전남‧15위‧182점), 강동궁(동양기계‧24위‧131점),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28위‧109점) 등도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한당구연맹 남삼현 회장은 규정이 변경된 과정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포켓볼‧탁구 등 다른 종목에 없는 규정…국내 프로당구 출범 견제(?)
국제 초청대회 불참에 따른 징계는 당구내 다른 종목은 물론 다른 개인 구기종목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적인 포켓볼 선수 김가영은 “세계풀당구협회(WPA) 주관 대회 불참에 대한 페널티는 없다. 세계여자프로당구협회(WPBA)는 페널티가 있지만 거기는 프로연맹이라 중계권 등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탁구협회 관계자는 “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면 선수 손해이기 때문에 별도의 징계 규정은 없다. 국제탁구연맹(ITTF) 주관 가장 큰 국제초청대회인 ‘월두투어 그랜드 파이널스’에 톱랭커들이 불참해도 따로 징계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성혁 대한당구연맹 전 전무는 “당구 종목에서 이벤트대회 불참에 따른 벌점 규정 사례는 본적이 없다. 현재 발표된 내용만 보면 국제스포츠단체의 갑질”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처럼 대한당구연맹 주관 전국대회와 이벤트대회 일정이 겹치면 국내 선수들이 불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다. 당구연맹은 선수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식 빌리어즈TV 해설위원도 “랭킹포인트를 100점이나 삭감하는 것은 단체(UMB)의 힘을 과시하려는 의도다. 더욱이 이벤트 대회에는 랭킹포인트도 없는데 불참한다고 감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임정완 대한당구선수협의회 회장은 “이벤트대회에 불참했다고 랭킹포인트를 삭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대회든 참가 여부는 선수의 자유의사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당구계에서는 UMB가 현재 국내에서 일고 있는 프로당구 출범을 견제하기 위해 이러한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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