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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롱 피아비 “당구 쳐서 캄보디아에 학교 지을래요”

[춘천 대한당구연맹회장배] 여자 3쿠션 우승…데뷔 8개월만 전국대회 2승

  • 기사입력:2017.08.21 09:36:15
  • 최종수정:2017.08.21 09: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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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2017 대한당구연맹회장배 전국당구대회" 여자 3쿠션 우승자 스롱 피아비.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당구철학을 밝혔다.
“또 스롱 피아비야?”

올해 혜성처럼 데뷔한 캄보디아 출신 스롱 피아비. 그가 ‘2017 대한당구연맹회장배 전국당구대회’ 3쿠션 여자부 우승을 차지하자 나온 말이다. 벌써 올해 전국대회 2승째, 불과 데뷔 8개월만에 이룬 성과다. 시상식 후 메달을 만지며 활짝 웃던 그를 기자석에서 만났다. 조금 서툰 한국말로 “고맙습니다”며 먼저 악수를 청한 그와 일문일답을 나눴다.

▲올해 초 데뷔 후 벌써 전국대회 두 번째 우승이다.

=춘천에 올 때부터 우승을 내심 기대했고 욕심도 났다. 그런데 그게 실제로 이뤄져 정말 기쁘다. 지난 6월 양구 국토정중앙배 우승할 땐 얼떨떨했다면, 이번 우승은 행복하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결승에서 승리를 예감한 순간은.

=(단호하게)단 한 순간도 없었다. 보미(김보미 선수)는 같은 서울연맹 소속으로 자주 상대해봐서 아는데, 점수가 크게 벌어져도 금세 쫓아올 수 있는 실력을 가졌다. 최근 서울당구연맹배 준결승과 결승에서 만나 두 번다 진 경험도 있다. 그래서 19이닝에 23:9로 점수가 크게 벌어졌을 때도 일부러 점수판을 쳐다보지 않았다.

▲결승전에서 ‘쓰리 뱅크샷’이 4번 성공했다.

=연습할 때 자주 성공하는 샷이긴 한데 결승에서는 그 길밖에 보이지 않아 여러차례 시도했고, 다행히 치는 족족 들어갔다. 사실 자신있는 샷은 ‘긴각 빗겨치기’다.

▲8강(1.111)과 결승(1.086)에서 애버리지 1점을 넘겼다.

=(놀라며)그런가?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하느라 전혀 몰랐다. 이번 대회에서 제 경기력이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는데, 그런 결과까지 따라왔다니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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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시상식 후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는 스롱 피아비.
▲우승 후 가장먼저 떠오른 사람은.

=뻔한 대답이지만 우리 남편(김만식씨)이 생각났다. 대회 때마다 항상 운전해 저를 데려다주고, 입상하면 저보다 더 기뻐해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큰 꿈을 꾸고 있는 저를 곁에서 격려해주며 힘을 불어넣어준다.

▲큰 꿈이라면.

=고국 캄보디아에 학교를 짓고 싶다. 가난 때문에 못 배우는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물론 재능이 보이는 아이들에겐 큐도 쥐어줄 생각이다. 아직 꿈 같은 이야기지만, 당구로 번 돈을 통장에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남편은 이런 제 꿈에 아무 조건 없이 동의해줬다.

▲‘캄보디아 당구스타’가 큐를 잡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0년 남편과 결혼하고 1년 가량 지났을 때다. 남편 따라 우연히 당구장에 갔는데, 친구분들이 한 번 쳐보라고 했다. 그런데 내가 처음 알려준 길을 척척 쳐냈다. 이후 당구에 재미를 붙였고, 나중엔 지금 가족처럼 지내는 재석 오빠(이재석 선수), 유주 언니(이유주 선수), 애린이(전애린 동호인)까지 만났다.

사실 이날 인터뷰는 스롱 피아비 선수가 “제 한국 친오빠”라고 부르는 이재석 선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스롱 피아비가 한 단어만 꺼내도 기자에게 그 뜻을 정확하게 전달했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티가 강하게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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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스롱 피아비가 이재석 선수(왼쪽)와 함께 본인의 경기력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선수로 데뷔한 계기는.

=2013년부터 동료들과 수많은 동호인대회에 나가 정상에 올랐다. 문체부장관기대회는 2014년부터 3년간 쭉 우승을 했다. 선배님들이 “너희는 아마추어 수준이 아니다”고 수차례 말할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전문선수에 도전하게 됐다. 재석오빠와 유주언니는 작년에 등록했고, 저는 올해 1월에 선수로 등록했다. 애린이도 내년에 등록할 계획이란다.

▲연습은 어디서 얼마나 하나.

=지금 충북 청주에 남편과 살고 있어 청주 지역 여러 클럽에 나가서 한다. 오후 1시부터 11시까지 클럽에 쭉 있는데, 실제로 큐를 드는 시간은 6시간 정도다. 서울의 연습장은 따로 있다.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던데.

=경기장에 오면 많은 사람들이 사진 찍자고 한다. 저라는 선수를 인정해 주시고 또 응원해 주시는 분들 아닌가.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당장의 목표는 남자 선수들처럼 1점 중반대 애버리지의 선수로 발전하는 것이다. 길게는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더 훌륭한 선수가 돼 모두에게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선수를 떠나선 고마운 우리 남편과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다. 당구뿐만 아니라 내 삶도 충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춘천=MK빌리어드뉴스 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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