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당구장 하면 가장 먼저 뭐가 떠오를까. 술취한 아저씨들. 자욱한 담배연기와 냄새. 짜장면. 돈내기 등. 그닥 긍정적이지 않은 이런 모습들 아닐까? 그래서 어린 자녀들을 동반한 가족이나 젊은 연인, 나이 지긋하신 노인분들이 당구장을 꺼려한 이유들이기도 하다. 헌데 이런 모습이 비단 우리나라 당구장의 모습만은 아닐 것이다. 폴 뉴먼과 톰 크루즈로 상징되는 대표적인 당구영화인 ‘컬러 오브 머니’에도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은 미국식 아재 당구장 풍경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당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봤거나 최소한 알고는 있으리라. 실제 자신이 포켓볼 고수로 평가받고 있는 폴 뉴먼과 진짜로 저 정도 실력이 있는건가 싶게 화면에서 멋진 포켓볼 실력을 뽐내는 톰 크루즈가 만나 당구를 매개로 펼쳐지는 로드 무비가 ‘컬러 오브 머니’다.
영화 "컬러 오브 머니" 스틸컷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마치 무술의 도장깨기처럼 당구장을 찾아다니며 내기당구로 돈을 벌어들인다. 때로는 정직하게 가끔은 약간의 사기를 섞어가면서. 헌데 들르는 당구장들마다의 풍경은 대동소이하다. 희뿌연 담배연기. 맥주나 양주를 반주삼아. 때론 엑세서리처럼 군데군데 끼어있는 약간은 퇴폐적인 여자들. 그리고 우리네 당구장에서도 흔히 듣곤 했던 훈수와 비아냥의 울림들까지.
연말부터는 우리나라 당구장에서 이런 풍경을 아예 못 보거나 최소한 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지하다시피 ‘당구장 스크린 골프장 등 체육시설에서 전면 금연’이 실시되기 때문이다. 일부 당구장 주인들은 흡연 당구인의 외면을 받아 매출이 급감할까 걱정하기도 하고 별도의 흡연 시설 내지 구역을 마련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전면 금연을 반기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좀더 생각해보면 당구라는 종목이 정식 스포츠로 인식되면서 시장이 커질 수 있는 기회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많은 당구인들의 노력에 힘입어 요즘은 당구TV 뿐만 아니라 여타 스포츠채널을 통해서도 당구 경기가 많이 노출되고 있기에 당구=스포츠라는 등식이 꽤 빠르게 정착되어 가는 느낌이다. 당구를 스포츠로 인식하게 되면 말 그대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당구라는 시장에 진입시킬 수 있게 되고 스포츠로 대접받는 만큼 강습수요도 늘어나게 된다.
결국 학교스포츠로 자리잡게 되고 전국체전은 물론 아시안게임, 나아가서 올림픽에도 시범 혹은 정식 종목으로 편입된다면 바야흐로 당구 전성시대가 열릴 수 있다. 많은 당구인들이 그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리라.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낸다는 말이 있다. 시대와 역사의 흐름은 거역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과거 우리나라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집 안방에서 담배를 피던 할아버지나 아버지들의 모습이 일상이었다. 지금은? 시쳇말로 그랬다가는 쫓겨나기 십상 아닐까. 아마도 5년이나 10년 후면 이런 얘기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컬러 오브 머니’라는 영화를 봐봐. 톰 크루즈의 앳된 얼굴을 볼 수 있어. 그리고 옛날에는 당구장에서 담배를 피기도 했다고.
[현지원 김가영포켓볼아카데미 원장]
■ she is…
△포켓볼 국가대표 선수 △대한당구연맹 소속 포켓볼 코치 △빌리어즈TV 해설위원 △대한당구연맹 이사
영화 "컬러 오브 머니" 스틸컷
영화 "컬러 오브 머니" 스틸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