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기력으론 플레이오프 포기” 엄상필 한마디 블루원엔젤스 깨우다
PBA팀리그 전반기 공동5위에 짧고 굵게 한마디
팀 환골탈태…후기1위에 파이널 준우승까지 ‘반전드라마’
“(강)민구가 그말이 터닝포인트였다고 하대요”
팀분위기 ‘화기애애‘…윤재연 대표 등 구단 지원도 각별
서현민 ‘숫자당구’ 매력적, (이)충복이 형과는 ‘호형호제’
최근에는 ‘무명’ 동호인에 부족한 점 배워
올 시즌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엄상필을 만나봤다. MK빌리어드뉴스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엄상필.“이런 경기력으로 플레이오프는 꿈도 못 꾼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는 포기다.”
‘주장’의 이 한 마디는 팀원들의 승부욕을 일깨웠다. 블루원은 이를 계기로 환골탈태, 극적인 반전드라마를 써내려갔다.
블루원은 첫 시즌 6개팀 중 최하위를 기록했고 올 시즌에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두 팀이 새로 생겨 8개팀 체제였지만 전반기를 마쳤을 무렵, 공동5위로 여전히 하위권이었다.
그러나 후기리그서 ‘쓰리톱’(엄상필 강민구 스롱피아비)을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반격, 후기 1위와 함께 포스트시즌행 티켓을 획득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파죽지세였다. NH농협카드그린포스(준PO)-크라운해태라온(PO)을 차례로 격파하며 파이널에 올랐다. 파이널에서는 ‘최강’ 웰컴저축은행웰뱅피닉스와 최종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아쉽게 패했지만 준우승을 차지했다.
첫 시즌 최하위→ 올 시즌 전기 공동5위 →후기 1위 →포스트시즌 준우승으로 수직상승. 이런 대반전의 중심에는 주장 엄상필이 있었다.
엄상필은 이번 시즌 블루원 주장으로 팀을 이끌며 제 역할을 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다. PBA투어에서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원년 시즌 준우승까지 차지했던 그는 올 시즌 6개대회에 출전, 한 차례 16강이 최고성적이다. 상금랭킹도 공동49위(500만원)에 그쳤다. 올 시즌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엄상필을 지난 14일 경기도 성남시 메이저당구클럽에서 만났다.
스트로크 자세를 취하고 있는 엄상필.=팀원 모두 스스로 놀랐을 정도로 기대 이상의 행보였다. 전기리그 까지만 해도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고, 경기할 때 집중력도 떨어졌다. 별 기대를 안했지만 후기리그부터 파이널까지 파죽지세로 나아가며 ‘우리 팀이 정말 강한 팀이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했다.
특히 시즌 중에도 힘들었던 5연승을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달성했다는 점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더구나 상대 전적이 크게 밀리던 크라운해태(라온)에 완승을 거뒀고, 시즌 중에 한 번도 못 이겼던 웰컴저축은행웰뱅피닉스와도 비등한 승부를 이어갔다. 이제는 어떤 팀을 만나도 두렵지 않다.
▲전반기 부진을 극복할 수 있었던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강)민구가 그러더라. 터닝포인트가 있었다고. 전반기 끝나고 팀원이 전부 모인 자리에서 제가 우리 팀 성적에 대해 한마디 한 적 있다. 이 상태로 플레이오프는 꿈도 못 꿀테니 올 시즌 플레이오프는 그냥 포기인 줄 알라고 했다. 당시에는 답답하고 화가 난 마음에 한 말이었다. 첫 시즌 최하위를 했을 때도 이런 생각은 안 해봤는데 당시에는 팀 분위기를 떠나 경기에 너무 집중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중에 들어보니 팀원들은 이 말을 듣고 각성했다고 하더라. 팀원들 말에 따르면 제 한 마디가 이번 시즌 블루원 행보의 터닝포인트가 아니었나 싶다. 하하.
▲그만큼 주장으로서의 역할을 잘해준 것 같다. 팀을 이끄는 본인만의 방식이 있는지.
=소위 말하는 ‘라떼(나때는)’를 최대한 줄이고 팀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풀어주려 노력한다. 단체생활 자체가 다른 팀원들에 부담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팀원들이 가끔 제게 ‘꼰대’라고 농담해도 저는 그걸 결코 가볍게 듣지 않고 보완하려 노력한다. 최대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하면 그것이 팀원들의 좋은 컨디션, 경기력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블루원 `주장` 엄상필이 소속팀 블루원엔젤스의 시그니처 포즈를 취하고 있다.=저희 팀 분위기가 더욱 좋은 이유 중 하나다. 일단 저희 팀원들을 챙겨주시는 윤찬노 부지배인님이 매 경기 팀원들과 한 몸처럼 움직이며 신경써 주신다. 블루원 구단주이신 윤재연 대표님의 우리 팀에 대한 애정 또한 굉장히 각별하다. 선수들의 요구를 참 잘 들어주신다. 윤대표님만큼 선수들에게 신경 써주는 구단주는 없을 거라 자부한다.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았던 팀리그 경기는.
=웰뱅피닉스와의 파이널 첫 경기와 마지막 경기다. 첫 경기(세트스코어 블루원 4:3 웰뱅피닉스)는 아무래도 아슬아슬한 승부치기 끝 승리여서 매우 기뻤다. (승부치기에서) 3:5로 뒤지다 제가 3득점하며 6:5로 이겼는데, 그 순간 팀원 모두가 마치 우승한 것처럼 방방 뛰었다.
반면 마지막 경기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특히 제가 6세트 한지승 선수와 겨뤘을 때 쉬운 공을 치지 못한 게 팀의 패배로 이어진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세트스코어 3:3 상황에서 마지막 승부치기로 끌고 가지 못한 게 아직까지 한으로 남아있다.
엄상필은 블루원의 주장으로서 올시즌 팀의 후반기 상승세를 견인했다. 웰컴저축은행 포스트시즌’ 파이널서 엄상필이 공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본사DB)=역시 웰뱅이 굉장히 강하다고 느꼈다. 시즌 중에도 웰뱅을 상대로 승리가 없었고, 특히 플레이오프 때는 서현민 선수를 저희 팀 전체가 한 번을 못 이겼다. 서현민 선수가 마치 벽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쿠드롱 선수 또한 마찬가지로 어려운 상대였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그렇게 까다로운 팀을 상대로 파이널이라는 큰 무대에서 웰뱅의 1선승 어드밴티지를 제외하고 게임스코어 3:3 결과를 낸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
블루원엔젤스 팀원이 블루원엔젤스 윤재연 대표(왼쪽 끝), 웰컴저축은행 김대웅 대표(오른쪽 끝)와웰컴저축은행 포스트시즌’ 파이널 시상식서 준우승 기념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본사DB)=팀원(스롱피아비, 서한솔, 강민구, 다비드 사파타, 홍진표) 모두 각자 자리에서 역할을 정말 잘해줬다. 다만 그 중에서도 스롱피아비 선수 역할이 상당히 컸다. 피아비는 일단 팀의 분위기메이커다.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면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하고, 팀 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솔선수범한다. 가까이 지내다 보니 뛰어난 당구실력만큼 인성도 좋더라.
피아비는 이미 LPBA 탑클래스 수준이다. 그럼에도 정말 끊임없이 질문하고 배우려 한다. 팀연습을 가면 피아비의 쏟아지는 질문에 연습할 시간이 없을 정도다. 하하. 이런 자세와 당구를 대하는 진심이 너무 좋게 느껴진다.
▲개인 이야기로 돌아가서 언제부터 선수생활을 했는지.
=2007년 서울당구연맹에 등록했으니 올해까지 햇수로는 16년째다.
▲연맹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2009년 대한체육회장배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대회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깁스까지 하고 있었는데 대회에 나가야겠다는 의지 하나로 퇴원과 동시에 강원도 양구로 올라가 대회에 출전했다.
의외로 경기를 치를수록 몸이 풀렸고, 애버리지도 계속 상승했다. 꾸역꾸역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준결승 벽도 넘었다. 그런데 결승 일정만 다음 날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결승에서는 그 전날 꾸준히 올라오던 감각이 초기화 돼버렸고, (김)재근(크라운해태라온)이 형에게 첫 우승을 선사하게 됐다. 하하.
▲아직까지도 우승과는 인연이 없는 게 아쉽겠다.
=그렇다. PBA에 와서도 첫 시즌에 한번 준우승했다. (엄상필은 19-20시즌 ‘메디힐PBA챔피언십’ 결승서 다비드 마르티네스(스페인‧크라운해태라온)에게 세트스코어 4:3로 패해 준우승했다) 예전부터 이상하게 결승에만 가면 애버리지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상대가 잘 쳐서라기보단 제가 못 쳐서 미끄러지는 경우가 대다수라 더욱 아쉽다.
엄상필과 그가 선수생활 초반 큰 영향을 받았다는 `성남철이` 임철(왼쪽)이 다정한 모습으로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꼭 그렇지는 않다. 물론 쿠드롱 선수를 동경하던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제 롤모델은 제가 처한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뀌는 것 같다. 당구 입문 시절에는 당구인들 사이에서 ‘성남 철이’로 잘 알려진 임철 선수를 따랐고, 본격적으로 선수생활할 때는 이충복(시흥시체육회) 선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요즘은 서현민 선수를 눈여겨보고 있다. 일단 공을 쉬워 보이게 잘 치기도 하지만, 공을 감각적으로 치는 편인 저와 달리 숫자로 잘 친다는 데에서 상반된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서)현민이 당구를 보고 있자면, 당구를 시작하는 학생들이 보고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본인 플레이의 장단점을 꼽자면.
=상황에 대한 적응력이 좋은 편이다.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스트로크를 바꿀 수 있다. 이외에도 옆돌리기나 원뱅크샷에는 자신이 있다. 다른 선수들도 제게 많이 물어보는 배치다.
반면 숫자로 쳐야 할 공에는 다소 약점이 있다. 숫자보다는 감각에 의존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같이 연습하는 한 동호인에게도 부족한 부분(파이브앤하프시스템 등)을 배우고 있다. 각자 장점이 있기에 (선수가) 하점자에게 배운다고 해서 창피하지 않다. 또 ‘숫자당구’에 강점이 있는 (강)민구와도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자주 연습하고 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선수는.
=블루원 팀원들과 가까운 것은 당연하고, 그 외에도 (이)충복이 형 하고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또 (서)현민이는 당구입문 시절부터 지금까지 성장해오는 과정을 지켜봐 온 동생이다. 그 밖에도 고상운(SK렌터카위너스) 조건휘(신한금융투자알파스) 주시윤 이종주 등 친한 선수들이 많다.
▲새 시즌 각오와 목표는.
=주장으로서 올해 준우승했으니 내년에는 팀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특히 팬들의 끊임없는 응원에 감사드린다. 팀리그 첫 시즌 꼴찌를 했어도 많은 응원을 받은 게 이번 시즌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 비록 드라마를 끝까지 쓰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스럽지만 그 아쉬움을 다가오는 시즌에는 우승으로 꼭 보답하겠다. 개인적으로는 PBA 첫 시즌 한차례 준우승한 이후 성적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다음 시즌에는 개인 성적에도 더욱 신경을 써 꼭 우승 한 번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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