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중 당구심판위원장 “오심때문에 재경기 한 적도”
“심판 권위 내세워 판정 번복불가만 주장할 수 없어”
“아직 부족한 점 많아…신뢰받기 위해 노력하겠다”
권익중 대한당구연맹 심판위원회 위원장은 MK빌리어드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심판들의 신뢰도 향상을 도모하려면 질적인 성장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한 당구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2018년도 심판위원회 운영 지침 등을 설명하고 있는 권익중 위원장. 권익중 대한당구연맹 심판위원회 위원장의 지난해 소회이자, 2018년 각오가 담긴 말이었다.
대한당구연맹(이하 당구연맹)은 2016년 10월, 통합 대한체육회 출범에 따라 산하 위원회를 조직했다. 심판위원회는 이 과정 중 탄생했다. 2011년, 당구연맹 공인 심판이 등장했지만, 심판 운영을 실질적으로 관장하는 조직체계가 생긴 건 지난해가 처음인 것이다.
심판위원회는 국내 당구대회의 증가 추세를 감안, ‘정기강습회’(연간 2회)를 통한 심판 육성에 집중했다. 그 결과 지난해 초만 해도 100여명이던 등록심판 수가 지난해 말엔 두 배가 넘는 250여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양적 성장의 치중은 여러 문제들을 야기했다. 심판의 경험부족으로 인한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당구인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지난해 1월부터 심판위원회를 총괄하게 된 권익중 위원장은 “심판위원회 구성 첫해인 만큼 부족한 점도 많았고, 개선할 점도 발견했다”면서 “지난해를 반면교사 삼아 올해부턴 저희 심판들의 역량강화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심판위원회의 역할과 구성은.
=당구대회에 투입되는 심판들의 일정조율, 배정, 경기 중 발생하는 판정관련 문제에 대한 중재 등을 총괄한다. 심판위원회 임원으로는 위원장인 저를 비롯 부위원장, 위원 5명 등이 있다. 현재 대한당구연맹 등록 심판 수는 250여명 가량이다. 지난해 1월 100여명에서 출발해 크게 늘었다. 한국당구 저변이 확대되고 있고, 미디어를 통해 당구가 알려지면서 심판이란 직업에 매력을 느껴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동원가능 심판이 50명 이상. 올해는 60명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 (연맹 공인심판은 연맹 직원이 아닌, 심판위원회를 통해 선발된 인원들이 대회마다 고용돼 투입되는 방식이다.)
▲심판들의 등급은 어떻게 나뉘나.
=2년 미만 D등급, 2년 이상 C등급, 3년 이상 B등급, 5년 이상 A등급 순이다. 등급은 지난해 처음 정해졌고, 올해엔 수행가능 종목에 따른 수당체계를 세분화하려고 한다. 예컨대, 5년 이상 경력자라도 모든 종목을 다 볼 수 있는 경우와 투입 가능한 종목이 특정 종목에만 국한되는 경우엔 수당이 차등지급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국대회에서 판정시비 논란이 종종 발생했다. 여러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많았는데.
=인정한다. 특히 캐롬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문인력이 부족한 포켓, 스누커 종목 심판 교육 및 실습이 시급하다고 느꼈다. 지난해에 포켓 2회, 스누커 3회 등 종목별 보충교육을 실시했지만 이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제대로 활동하는 심판 중 전종목 투입 가능 인원이 10여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올해엔 종목별로 위원을 배정해 해당 종목 심판들의 역량 강화를 전담시킬 계획이다.
▲연맹 공인심판 자격증 취득 과정에 대한 난이도도 올릴 계획이라고.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심판이 되려면 연간 2회 열리는 ‘정기강습회’에 참가해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서류심사를 거쳐 선발된 인원이 이틀동안 16시간(이론 8시간, 실기 8시간)의 교육 후 최종평가를 통과해야 자격증이 발급됐다. 문제가 됐던 부분은 이론시험인데, 지난해까지 오픈북 테스트로 진행되던 시험을 올해엔 일반적인 시험 형태로 바꿀 것이다. 서류 통과자들에겐 정기강습회 일주일 전, 교재를 배송할 방침이다.
▲심판 행동지침 등이 담김 매뉴얼 제작한다고.
=그렇다. 심판 판정에 관련한 부분들을 규격화할 목적으로, 심판들의 행동지침 등이 담긴 매뉴얼을 제작할 계획이다. 대한체육회 심판 매뉴얼을 기초로 당구종목 실정에 맞는 내용을 추가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내달 말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엔 심판들의 목소리, 동선, 판정에 대한 액션, 복장 등이 담긴다. 또한 보수교육 등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할 것이다. 1년간의 경험결과 꼭 필요했던 부분이다. 이는 현재뿐만 아니라 차기 심판위원회가 조직되더라도 수정 및 개정 하면서 운영할 수 있는 일종의 틀을 만들어 놓는 작업이 될 것이다.
▲지난해 6월 ‘양구 국토정중앙배’를 기점으로 128강부터 심판이 배정되는 성과도 있었다.
=최소한 전국대회에선 128강(전국대회는 512강부터 시작)부터라도 심판이 투입돼야 한다는 데에 저희 심판위원회와 당구연맹의 뜻이 맞았다. 이전까진 경기 패자가 다음 라운드 심판을 보는 경우가 허다했다. 지난해 열린 특정 대회에선 이런 문제로 인해 일부 선수들과 주최측(대한당구연맹)이 대립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한당구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대한당구연맹 규정 상, 심판배정에 관한 부분은 명시돼있지 않다)대한체육회 정가맹 단체 종목 대회에서 이런 모습들이 재차 연출되지 않길 바란다. 또 중앙연맹과 상의해 ‘전게임 공인심판 투입’이란 중장기적인 목표를 이루어내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지난해 10월 충북 청주시에서 열린 "청주직지 3쿠션월드컵" 대회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권익중 대한당구연맹 심판위원회 위원장.(권익중 위원장 제공)=오심이 의심되는 판정이 나왔을 경우, 부심이 있다면 주심과 부심간의 오심 여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고, 그렇지 않으면 심판위원회 위원장인 제가 오심 여부를 결정한다. 판정이 번복되는 경우도 물론 존재한다. 지난해 한 대회에선, 재경기를 한 적도 있다. 경기 중 승패를 좌우하는 오심이 발생했는데 그대로 경기가 끝나자 패한 선수로부터 어필이 들어왔다. 양 선수와 대회위원장 등과 상의했고 결국 두 선수가 합의해 오심이 발생한 그 점수때부터 경기를 재개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번복불가만을 주장하는 게 심판의 권위가 아니라고 본다.
▲심판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1997년 서울당구연맹 선수로 등록 후 20년 넘게 활동중인 현역 선수(3쿠션)이기도 하다. 선수들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당연하다. 대회 시작 전, 심판들과의 미팅 때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 ‘경기의 주인공은 선수들, 우리 심판들은 엑스트라’라는 것이다. 또한 선수에게 존경까지는 힘들더라도 ‘신뢰받는 심판’이 되라고 한다. 가끔 심판들에게, 특히 청주월드컵 등과 같은 큰 대회에서 실수가 나오면 더욱 호되게 쓴소리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선수들이 당신들을 우습게 볼 때 (심판의)권위는 떨어진다”고 질책한다. 월드컵과 같은 국제대회는 정말 엄선된 심판들을 배정해 투입하는데, 그런 심판이 선수에게 (능력을)존중받지 못한다면 그건 치욕아닌가.
▲심판위원장으로서 대한당구연맹에 제시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포켓볼과 스누커는 국제심판이 존재한다. 현재 국내 심판중에도 10여명이 포켓 국제심판 자격증을 취득했고, 스누커는 국제심판 취득 과정이 어렵지만 도전을 계속 할 것이다. 하지만 캐롬은 UMB(세계캐롬연맹) 산하 심판위원회란 조직이 없어 국제심판이 육성되기 힘들다. 이에 아시아 캐롬연맹 회장국(남삼현 대한당구연맹은 아시아캐롬연맹 회장)인 우리나라가 주도해 심판위원회를 조직하자는 중장기적인 플랜을 제안하고 싶다.
▲끝으로 선수들에게 바라는 점, 당부할 말이 있다면.
=올해로 심판위원회 조직 2년째다. 부족한 게 사실이다. 선수출신인 제게 기대하는 바도 클 것이라고 예상된다. 그 기대만큼 올해는 지난해보다 나아진 상황으로 가도록 노력할 것이니 지켜봐 달라. 만약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간의 신뢰가 생긴다면 그 마음이 담긴 진심어린 인사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가벼운 목례 정도라도 괜찮다. 그러면 저희 심판들은 지금보다 더 뜨거운 열정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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