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칠순’인 배동천 강원당구연맹 회장의 포부다. 그리고 그 꿈을 향한 과정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강원도는 최근 3~4년간 전국대회가 많이 열리고, 선수에 대한 지원이 좋은 한국의 ‘당구메카’로 급부상했다.
배동천 강원당구연맹 회장이 "2017 인제 오미자배" 대회가 열린 강원도 인제군 인제실내체육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중영 대한당구연맹 대회위원회 부위원장 제공)
강원당구연맹은 2015년부터 연간 1회 개최도 힘든 전국대회를 해마다 3~4개씩 열고 있다. 올해에도 5월 인제군 ‘오미자배’, 6월 양구군 ‘국토정중앙배’에 이어 14일 춘천에서 ‘2017 대한당구연맹회장배 전국당구대회’가 개막한다. 이어 11월에는 대한체육회장배 전국 당구대회가 양구에서 열린다. 국내 4대 메이저당구대회(국토정중앙배, 대한당구연맹회장배, 대한체육회장배, 전국체육대회) 중 3개가 강원도에서 열리는 것이다.
선수들에 대한 지원도 팍팍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강원도체육회는 연간 8000만원에 달하는 수당을 선수들에게 지원해주고 있다. 강원당구연맹의 강력한 요청으로 성사됐다.
김형곤(캐롬) 이준호‧박혜란(포켓볼), 최진혁(잉글리시빌리아드)이 그 수혜자들. 게다가 강원당구연맹 선수들은 다른 지역에서 대회가 열리면 연맹으로부터 숙박비‧교통비 까지 지원받는다.
이는 2014년 2월, 배동천 강원당구연맹 회장의 부임과 함께 추진된 것들이다. 배 회장은 그 중에서도 “우리 강원도에서 많은 전국당구대회가 열린 부분이 가장 뿌듯하다”고 밝혔다.
▲전국대회 다수 유치…시작은 춘천 ‘3쿠션 오픈’
“강원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뭘까요? 아마 ‘시골’이란 답이 많을 겁니다. 지역 브랜드가 잘 구축되지 못한거죠. 연맹회장 취임 후, 도내 지자체를 돌았어요. 그러면서 체육대회, 특히 한창 뜨고 있는 당구를 통해 전국에 지역을 알리고, 이미지 제고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죠. 그 무렵 강원도에 스포츠를 통한 지역 마케팅 바람이 불면서 당구대회 유치가 탄력받기 시작했습니다.”
배 회장이 처음 유치한 전국대회는 2014년 9월 춘천국제레저경기대회와 함께 치러진 ‘전국 3쿠션 오픈’이다. 만약 이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면, 당구팬들은 진귀한 장면을 놓칠 수도 있었다. 최성원이 국내 하이런 신기록(26점)을 바로 이 대회에서 달성했기 때문이다.
당시 배 회장은 9월에 춘천국제레저경기대회가 개막한다는 걸 알고 춘천시와 강원도에 당구대회 개최 필요성을 설파했다. “레저스포츠 대회를 여는데, 한참 떠오르고 있는 당구가 빠진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 결과, 시비(4000만원) 도비(2000만원) 지원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본인이 사비 1800만원을 보탰다.
예산 확보에 성공한 그는 다음 문제에 봉착했다. 대회장 섭외가 쉽지 않았던 것. 춘천국제레저경기대회 여파로 춘천지역 체육관은 이미 예약이 꽉 찬 상태였다. 장소문제로 고민하던 그에게 송곡대학교(춘천시 소재) 관계자가 솔깃한 제안을 했다. “저희학교에 새로 지은 강의실 건물이 있는데, 어떠세요?”
곧바로 달려간 그는 무릎을 탁 쳤다. 국제식 테이블 15대 가량이 들어가기에 충분했다. 로비는 방송중계용 스튜디오를 꾸미기에 적당했다. 이렇게 배 회장은 부임 7개월만에 전국규모 당구대회를 개최하기에 이른다.
양구군 국토정중앙배가 연례행사로 자리잡게 된 배경에도 그의 노력이 담겨있다. 배 회장은 춘천 ‘3쿠션 오픈’을 준비하는 동안 양구군 문도 두드렸다. 그리고 당시 제2회 대회가 치러지고 있던 국토정중앙배를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간 정례화할 것을 확답 받았다.
이런 배 회장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가장 최근 성과는 지난 5월 열린 인제군 ‘오미자배’대회. 지난해 10월 초, 부군수를 만나 담판지은 결과물이다. 그는 “올해는 대회 첫 해이니 캐롬 종목만 치렀지만, 내년부터는 포켓볼‧스누커를 포함한 종합대회로 승격할 것을 인제군과 협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2017 인제 오미자배" 대회가 열리고 있는 경기장에서 인제군 관계자와 함께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배동천 회장(왼쪽). (안중영 대한당구연맹 대회위원회 부위원장 제공)
▲“선수들에게 대회 필요”…‘형님’ 리더십
배 회장은 대회 유치에 힘쏟는 이유를 “선수들에게 기량을 펼칠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고 싶어서요”라고 답했다.
“국내 톱랭커를 제외한 선수들에겐 대회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선수가 시합이 없으면 어떻게 먹고 살겠습니까. 대회가 많아야 선수들이 출전해 명성을 올리는 등 돌파구를 찾지 않겠어요?”
그의 ‘선수 사랑’은 유명하다. 안중영 대한당구연맹 대회 부위원장은 “배동천 회장님은 선수들의 복지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며 “그래서 그런지 배 회장님은 많은 당구인들, 특히 선수들 사이에서 칠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형님’으로 통한다”고 전했다.
그는 서울당구연맹을 나와 표류하던 김형곤도 올해 품었다. 국내 정상급 실력을 갖춘 김형곤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손을 내밀었다. 대신 조건이 붙었다. “형곤아, 전국체육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강원도의 위상을 드높여다오.”
강원당구연맹 선수들이 받는 가장 큰 혜택은 연봉이다. 김형곤 등이 각각 이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배 회장은 “연봉은 철저한 ‘성과제’로 집행될 것이며, 해마다 그 대상이 바뀔 수 있다”면서 “대신 선수들이 본인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숙박비‧교통비를 지원하는 등 연맹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강원당구연맹 선수 7명은 재작년에 베트남 하노이로 15일간의 전지훈련을 다녀왔다”면서 “강원도 체육 관련 실무자에게 ‘우리 지역 대표 선수들의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한 일’임을 수차례 설명하니 전지훈련 비용을 지원해주는데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한번 발 담갔으면 ‘최고’가 돼야죠”
배 회장의 친 삼촌은 한국 코미디계의 전설 고 배삼룡 씨다. 그는 삼촌을 따라 50세까지 연예계에 몸담았다. 20년 넘게 그 길을 걷다 강원도 강촌으로 들어왔다. 천혜의 자연 속에 지어진 집에서 아내, 아들 내외와 손주까지 3대가 함께 살고 있다. 최근엔 춘천 대표곡 ‘소양강 처녀’와 관련된 노래의 작사도 시도했다. 곡명은 ‘소양강 나그네’, 소양강 처녀와 연애하던 남자의 이야기란다. 1978년 시로 문단에 등단했던 경험을 살린 새로운 취미다. 당구는 20대 초반 4구부터 시작했다. 그는 “4구 점수로 최고 700점까지 찍어봤다”고 말했다.
이처럼 취미생활에 몰두하던 그가 당구연맹과 연을 맺은 건 2013년이다. 심인용‧정동일(현 강원연맹 전무) 당시 강원연맹 소속 선수가 찾아와 그를 설득했다. 지역 ‘마당발’이자 당구를 좋아하는 그에게 “연맹 회장직을 맡아달라”고 졸랐다. 취미로 즐기겠다며 완강히 버티던 그는 두 선수의 ‘삼고초려’를 넘은 ‘오(五)고초려’에 회장직을 수락했다.
배 회장은 자신에 대해 “한 번 시작한 일은 끝을 보는 성격”이라며 “그래서 지금 강원당구연맹 회장직도 열과 성을 다해 임하는 중이다”고 웃었다.
▲“강원도 18개 전 시군서 대회 열 때까지…”
배동천 회장은 현재 화천, 강릉, 속초를 후보로 점찍고 전국대회 개최 가능성을 타진중이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지자체장과 접촉을 가졌고, 지역 특별행사에 맞춰 대회명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최근 우리나라 최고의 고원도시 태백시에도 전국당구대회에 관한 이야기를 전달했습니다. 반응이 꽤 좋았어요. 올해 중 개최를 목표로 한 대략적인 계획 등은 전달한 상태로, 확답만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수많은 전국대회 개최에도 “아직도 배고프다”는 그의 최종목표가 궁금했다.
“강원도를 대한민국 최고의 ‘당구메카’로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도 대회가 많다고 하지만, 저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봐요. 앞으로 강원도 18개 시군 골고루 전국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저변을 구축하고 나아가 세계대회까지 여는게 제 큰 목표입니다.”
배동천 강원당구연맹 회장이 "2017 인제 오미자배" 대회가 열린 강원도 인제군 인제실내체육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중영 대한당구연맹 대회위원회 부위원장 제공)
배동천 강원당구연맹 회장이 "2017 인제 오미자배" 대회가 열린 강원도 인제군 인제실내체육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중영 대한당구연맹 대회위원회 부위원장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