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포켓볼 ‘떠오르는 대세’ 황용
공백 딛고 두달새 양구·정읍대회 2연속 우승
2007년 中서 귀화 “태극기 달고 경기할 때 가슴 벅차”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귀화 포켓볼 선수 황용(32‧충남당구연맹).MK빌리어드뉴스는 정읍대회 현장에서 포켓 9볼 우승컵을 안은 황용과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이제까지 몰라봐서 미안하다고 고백한 기자에게 황용은 “예전부터 포켓볼은 찬밥 신세인 걸요”라며 슬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7월 21일 코엑스에서 열린 ‘2017 멘즈쇼‘ 당구 부스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귀화 10년 차의 국내 5위 포켓볼 선수에게서 들은 한국 당구 이야기는 조금 특별했다.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차이니즈 포켓 8볼 선수 생활로 시작해 대한민국 정상에 오르기까지. 황용은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처음 출전한 2011년 4월 ‘필리핀 세계 10볼 선수권대회’를 잊을 수가 없다”고 회상했다.
▲2017년, 황용 ‘제2의’ 전성기
누군가의 전성기를 논할 때 ‘비로소’, ‘드디어’ 등 수식어가 필수지만 황용에겐 예외다. 그는 2010년~2012년 포켓볼 국가대표로 뛴 이력이 있다. 시기도 좋았다. 당구가 2011년 제92회 전국체육대회서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황용은 2012년 전국 Pool Tour 9볼 4강전에선 1세트 초구부터 8세트까지를 ‘런 아웃(Run Out·한 큐에 모든 볼을 포켓에 넣는 것)’으로 끝내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렇게 줄이은 `런 아웃`은 선수 인생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한 `사건`이라고.
이후 3년간 놓았던 큐를 2015년 끝자락에 다시 잡았다. 황용은 “충남당구연맹 김웅대 감독님의 권유로 2016년에 본격적으로 제2의 선수 생활을 시작해서 바로 그 해 10월, 제97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우승을 거뒀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그의 상승세는 2017년에 방점을 찍었다. 6주 간격을 두고 두 개의 우승컵을 드는 일이란 쉽지 않다. 그 어려운 일을 올해 황용은 해냈다. 국토정중앙배 우승에 이어, 정읍시장배 전국당구대회에서 우승한 그는 “기쁘고 감사한 일”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포켓볼 선수들 사이에서 그의 스트로크 준비 시간은 최단 수준으로 평가된다. 많은 선수들이 자세를 잡고 샷을 하기까지 평균 10초 안팎을 소요하는데, 그의 동작은 간결하고 재빨랐다. 스트로크 준비 시간이 어느 정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3초 정도”라고 수줍게 답했다.
이어 “포켓볼에서는 속구를 구사하는 선수가 별로 없는 걸로 아는데, 앞으로도 이런 페이스를 유지해서 시원한 경기 보여드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매일 평균 8시간 연습한다고 한다.
황용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처음 출전한 2011년 4월 ‘필리핀 세계 10볼 선수권대회’를 잊을 수가 없다”황용은 2007년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했다. 그는 “중국(연변 연길시)에서 태어났지만 스스로 ‘중국 혈통’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단지 아버지 국적을 따랐을 뿐, 어릴 때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한국 학교에 다녔다”고 강조했다.
그는 8살 때 외삼촌이 연길에서 운영하던 당구장에서 큐를 처음 잡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시 단위 ‘차이니즈 8볼’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로 현지 포켓볼 대회에 종종 발을 들였다. 황용은 “공을 넣는 게 관건인 차이니즈 8볼 경력 덕에 남들보다 넣는 건 잘 한다”며 웃었다.
황용은 부모님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면서도 꾸준히 대회에 참가했다. 그는 “당시에는 부모님이 조금만 뒷바라지를 해주면 금방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욕심에 원망 아닌 원망도 많았다”면서도 “19살 땐 거의 가출할 기세로 당구만 쳤으니 부모님도 마음고생이 심하셨을 것”이라며 미안함을 전했다.
귀화 후 느낀 차별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물었다. 그는 “귀화하고 2년 동안 아마추어 당구대회에 많이 출전했는데, 당시에는 중국에서 건너왔다는 이유로 차별이 아니라 견제를 많이 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테이블 앞에서 욕도 많이 먹었다”면서 “상대는 게임이 잘 안 풀릴 때면 내가 하는 모든 행동에 트집을 잡았다”고 돌아봤다.
재야에서 경륜을 쌓은 그는 귀화한 지 3년만인 2010년 12월에 선수로 등록함과 동시에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그는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처음 출전한 2011년 4월 ‘필리핀 세계 10볼 선수권대회’를 잊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 대회에서 16강에 진출했고 세계 랭킹 17위에 올랐다.
▲태극기 달고 한국 선수들과 중국 원정…벅찬 기분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중국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사진 한 장을 SNS에서 봤다고 하자, 황용은 “기자님이 본 사진은 2012년 베이징 세계 팀 경기 때 사진일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중국에서, 그것도 동료 선수들과 함께 싸울 수 있어서 가슴 벅찬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가별로 4명(남자 3, 여자 1)이 한 팀으로 출전한 경기였다. 한국 대표로는 황용, 이완수, 유승우, 김가영이 나섰다. 8강 승부치기에서 졌지만 귀화 후 한국인 동료들과 중국으로 원정을 간 경기는 황용에겐 뜻깊은 경험이었다.
동료 선수들에 대한 애정도 대단했다. 황용은 “(MK빌리어드뉴스의 김가영 인터뷰 기사를 봤다면서) 대중이 미남, 미녀 스포츠 스타들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김가영 같이 세계적인 선수들이 실력이 아니라 외모로 지적받는 게 말이나 되나, 한국이나 중국이나 선수들이 실력보다 외모로 주목받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포켓볼은 여성의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하고 3쿠션보다 인기도 덜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포켓볼은 찬밥 신세”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언론이 3쿠션뿐만 아니라 포켓볼, 스누커에도 관심을 갖고 두루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대중은 포켓볼을 잘 모르고, 언론은 포켓볼을 찬밥 대우한다는 것이다.
그는 남자 포켓볼 선수 중에도 대단한 실력자들이 많다며 “우리나라엔 ‘아시아의 호랑이’ 정영화(서울시청‧국내 1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깨가 좋지 않아서 ‘옛날 같지 않다’고 하면서도 한국 남자 포켓을 리드하고 있는 굉장한 선수”라고 설명했다.
‘2017 멘즈쇼‘에서 포켓볼 시범을 보이고 있는 황용.최근 황용은 ‘Pool Tour(풀 투어) 2차’ 전국대회 대신 ‘2017 CBSA(중국당구협회) 9볼’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국내 대회보다 국제 대회를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풀투어가 6월 23일부터 25일까지였는데, 먼저 참여가 결정돼 있던 ‘CBSA 국제 9볼 펑저우 오픈’ 대회와 일정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국체전을 최우선하고, 국내 랭킹에 영향을 미치는 국토정중앙배 같은 대회도 우선순위에 있다”면서 “단지, 내 경기력이 떨어졌다고 느낄 때 세계무대에 서면 어느 정도는 다시 올라오는 기분이 들어서 국제 대회도 종종 나간다”고 말했다.
큰 무대에 서면 큰 선수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국제 대회 경험은 국내 대회 때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승패는 언제나 도구보다 멘탈의 문제”라며 정신력 관리를 강조했다. “테이블이 잘 튀고 공이 덜 구르고 하는 문제는 누구 하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같은 환경에서 선전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적응을 빨리하고, 멘탈을 잘 케어하는 것이 선수의 기본이다.”
그가 항상 하고 다니는 장신구가 마음을 다잡기 위한 수단인지도 궁금했다. 황용은 “곧 있을 결혼 예물이니 그렇다고 할 수 있다”며 수줍게 11월의 결혼 계획을 털어놓고는 “원래 금을 좋아하기도 하고요”라며 웃었다.
[MK빌리어드뉴스 박소현 기자]
◆황용 주요 이력
2011년 포켓볼 국가대표 선발
2011년 세계 10 Ball 선수권대회 5위
2011년 World cup of Pool 3위
2012년 전국 Pool Tour 1차 대회 우승
2012년 제93회 전국체육대회 9볼 단체전 우승
2016년 제4회 국토정중앙배 3위
2016년 제97회 전국체육대회 우승
2017년 제5회 국토정중앙배 우승
2017년 제13회 정읍시장배 전국당구대회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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