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빌리어드뉴스 창간 인터뷰 선수들은 경기력으로 보답...연맹은 격(格) 높이는데 앞장 “LG유플러스 광고못해서 대회 열겠나...당구는 스포츠마케팅 보고”
기사입력:2017.06.26 16:12:35
최종수정:2017.06.26 16:21:10
“하루에 당구장을 찾는 사람이 400만명이나 되는 당구는 국민스포츠다. 이제 이에 걸맞게 격(格class)을 높이는게 연맹의 숙제다.”
남삼현 대한당구연맹 회장
대한당구연맹 남삼현(61) 회장은 MK빌리어드뉴스 창간기념 인터뷰에서 “최근 들어 당구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당구가 선수들만의 경기가 아닌 국민들과 함께 가는 스포츠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맹 회장 취임 1주년(7월)을 앞둔 그는 ‘당구뉴스 전문 인터넷 매체’ MK빌리어드뉴스 창간에 맞춰 최근 급격히 일고 있는 당구 붐과 저변확대, 스포츠마케팅, 클럽제 등 당구계 현안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4~5개 TV채널 동시에 당구방송…뜨거운 당구 인기 반영
남 회장과의 인터뷰는 이달 초 제5회 국토정중앙배 전국당구선수권대회가 열린 강원도 양구 문화체육회관에서 이뤄졌다. 그는 경기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캐롬, 원쿠션, 포켓볼, 스누커 등 각 경기를 지켜봤다.
이달 초 열린 양구 국토정중앙배 당구대회를 찾은 남삼현 회장이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관중석에서 포켓볼 혼합복식 결승(김가영-이완수조 대 정영화-임윤미조)경기를 흥미롭게 지켜보던 남 회장은 “포켓볼도 점차 저변이 넓어지고 있어 조만간 많은 사랑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남 회장은 특히 당구계에서도 훌륭한 선수들이 나오고 있어, 당구 붐 조성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그는 선수들이 지나치게 경기대회 수에만 집착하지 말고, 국민들이 감동할 수 있을 정도로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연아 선수는 프로선수가 아니어도 국민적인 스타가 됐다. 배드민턴 경기는 올림픽 대회때만 TV중계 해도 이용대 선수같은 스타가 나온다. 당구는 매일 TV에 나오고, 어느날엔 4~5개 스포츠 채널에서 동시에 당구를 틀어준다. 그럼에도 대형 스타가 안나오고 있다.”
오랫동안 금융업계에 몸담아온 그는 이트레이드증권 대표 시절 당구와 인연을 맺었다. 마케팅도 할겸 후원할 업종을 고르다 당구와 연이 닿은 것.
“(대표를 맡은 후)스포츠를 후원하되 기업들의 참여는 적으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매력도나 성장 가능성이 큰 종목을 고르기로 했다. 그 조건에 가장 잘 맞아떨어진 게 당구였다.”
남 회장은 당구의 장점으로 넓은 저변과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꼽았다. 당구는 아직 덜 성숙된 스포츠이기 때문에 후원기업과 함께 커나갈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
특히 남 회장은 (이트레이드증권 대표 시절) ‘포켓볼 여제’ 김가영 선수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세계적인 경기력에 스타성까지 갖춘 선수가 당구용품업체를 제외하고 일반 기업 후원이 없는 것을 보니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후원하게 됐고, 김가영 선수가 국내외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후원효과도 톡톡히 봤다.”
◆당구는 기업 타겟마케팅에 적합...LG유플러스 대회는 성공 사례
그는 당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적극적인 관심과 후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특히 기업들이 당구를 활용한 스포츠 마케팅의 발전가능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구처럼 매니아층이 두터운 스포츠 종목은 드물다. 타겟마케팅을 하려는 기업에게 당구는 숨은 진주이자 보고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기업들이 이런 점을 잘 모르고 있다. 이를 먼저 활용하는 기업이 임자다.”
굳이 남 회장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당구는 다른 종목에 비해 가성비가 뛰어난 스포츠마케팅 수단으로 꼽힌다
대한당구연맹 통계에 따르면 전국 당구장 수는 2만4000여개에 이른다. 동네 골목마다 있다시피하는 편의점수(3만여개)에 약간 못미치는 수준이다. 당구인구는 1200만명에 달하고, 1년에 당구장을 찾는 사람만도 연인원으로 1억8000만명이나 된다.
남 회장은 당구를 활용한 마케팅 성공의 대표적인 사례로 LG유플러스를 꼽았다. “LG유플러스가 광고를 못해서 당구대회를 개최하겠느냐. (당구장 주고객인)40대 이상 남자는 대부분 휴대폰을 갖고 있다. 그 시장을 내다본건데, 효과가 갈수록 커질거다.”
그는 당구종목은 타겟마케팅을 하기 적합한 스포츠라고 단언했다. “골프는 옷과 신발이 있는데, 당구인구는 골프인구보다 더 많다. 외국의 스누커 풀대회 가보면 선수들 옷과 신발이 패셔너블하다. 만약 의류업체가 당구옷을 만들겠다면 선수들 복장을 전부 바꿔주겠다.”
남 회장은 당구실력도 높고, 대회도 많은 동호인들만 겨냥해도 시장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국 2만4000여개 당구장에서 트는 당구중계를 감안하면, 이를 활용한 마케팅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했다.
그는 당구대회도 차별화해야 한다고 했다. 즉 지자체가 개최하는 대회는 동호인과 일반인 중심의 축제로 진행하고, 선수들이 참가하는 수준높은 대회는 기업이 타이틀스폰서를 맞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
◆지금 당구는 ‘반쪽’...포켓볼과 스누커, 학생과 여성으로 저변 넓혀야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당구 저변을 넓히는 쪽으로 이어졌다.
남 회장은 당구 붐 조성을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정상적으로 당구를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도 학교주변 당구장은 유해업소라는 뿌리깊은 인식이 남아있다.
그는 학교체육의 하나로 당구를 풀어가야한다고 했다. “학생은 쉽게 당구를 배울 수 있어야 하고, 부모는 보내놓고 안심할 수 있어야 한다. 연맹은 이런 환경을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중 하나가 여름당구 캠프다. 연맹 차원에서 구체적인 장소까지 물색하고 있다. 학교체육도 변화하고 있다. 학생대회도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 토요일과 일요일만 경기를 한다. 또한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으로서 학교체육이 아니라 진정한 스포츠를 육성하는 차원에서 학교체육이 이뤄줘야 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이와함께 대한당구연맹은 체육교과서에 당구종목이 포함되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연맹 자체적으로 교육위원회에서 일선 교사 혹은 지도자를 위한 학생 지도용 당구교재를 만드는 것도 준비중이다.
특히 남 회장은 최근 당구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있지만, 아직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종목으로 치면 쓰리쿠션과 4구, 성별로 치면 남자들만 당구를 즐긴다. 포켓볼이나 스누커 등 당구 종목도 붐이 조성돼야 하고 남녀노소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스누커의 경우 한국이 세계 수준과 격차가 상당하다. 국제대회 나가도 대부분 예선에서 발길을 돌리곤 한다. 남 회장은 “스누커는 정말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국내에 보급된 당구대가 30대가 채 되지 않고 선수도 30명이 되지 않는다. 인기가 있을 겨를도 없었다. 10년 정도의 긴 시간을 내다보고 투자를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은 당구의 가장 큰 잠재시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여성들의 당구장 행을 막는 요인은 바로 흡연이다. 다행히 올해 말부터 ‘당구장 금연’이 시행된다. 남 회장은 당구장에서 담배연기가사라지면 당구장이야말로 아버지와 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생활스포츠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당구장 금연’은 그 동안 부정적인 측면이 강했던 당구에 대한 인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스포츠종목 중 경기를 하면서 담배를 필 수 있는 종목은 당구가 유일하다. 기업들의 후원 참여에도 담배가 발목을 잡는 일이 많았다. 일부 당구장 업주들이 걱정하지만 금연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 회장은 스포츠는 라이벌과 경쟁이 없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당구도 각 지역연맹끼리 경쟁을 강화하고, 클럽제를 활성화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지역연맹중 제대로 활성화되고 있는 곳은 서울과 경기연맹 등 몇몇에 그치고 있다. 선수들도 이들 지역에만 몰린다. 앞으로는 선수들이 출신지역 연맹에 가입해서 활동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형 당구클럽을 중심으로 클럽 리그제를 활성화해 내년부터는 ‘당구리그 디비전’(승강제)을 도입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남삼현 대한당구연맹 회장
남삼현 대한당구연맹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