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이어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둔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의 미래 만들기' 세션에 연사로 나선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유럽의 경우 현재 '수요 충격(demand shock)'을 겪고 있기 때문에 (미국만큼) 인플레이션이 오르진 않겠지만, 중국은 심각한 수요 충격 속에 관세전쟁을 맞아 디플레이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IMF가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2.8%로 하향 조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꼭 경기침체가 아니더라도 불확실성이 전 세계를 엄습했다"고 진단했다.
내로라하는 월가 전문가들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이 미국의 글로벌 경제 패권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일제히 입을 모았다. 관세 정책이 지속된다면 소비와 투자가 위축돼 미국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다만 투자 측면에서는 극심한 변동성으로 인해 큰 기회가 올 수 있고 무엇보다 인프라스트럭처(기반시설)와 인공지능(AI) 등이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마크 로언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자산 운영의 리더들' 세션에서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 "불확실성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케이티 코크 TCW그룹 CEO도 '거시경제 전망' 세션에서 "민간 신용 부문에서 부실이 일어날 수 있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는 '글로벌 자본시장' 세션에서 "전 세계가 다극적(multipolar) 질서로 향하고 있다"면서 "아직 미국을 대체할 곳이 강하지 않고 미국의 후퇴는 천천히 일어나겠지만 이는 분명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프레이저 CEO는 "10% 관세라면 흡수하기가 쉬울 것"이라며 "(관세율이) 25% 이상이라면 더 큰 실질적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라질 최대 투자은행 BTG팍투알의 안드레 에스테베스 회장은 "지난 수년간 글로벌 자금의 블랙홀이었던 미국이라는 브랜드에 균열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하비 슈워츠 칼라일 CEO는 "관세 정책으로 S&P500지수가 10% 하락했지만 이는 정책 요인이라는 점에서 2008년 금융위기와는 완전히 다르다"면서 "우리는 계속 투자하고 싶지만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다"고 밝혔다.
다만 월가 리더들은 세계가 다극화된다고 하더라도 투자 관점에서 제로섬 게임은 아니며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제니 존슨 프랭클린템플턴 CEO는 "아이폰의 90%가 중국에서 생산되지만 아이폰 안에 들어간 수많은 앱과 스트리밍 서비스를 생각해보라"며 "인도와 중국 시장이 커지면 미국도 관련 산업에서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화가 클수록 기회도 크다는 의견 또한 제시됐다.
캐런 카니올탬부어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공동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 상황을 '한 세대에 올까 말까 한 경제적 변화 시기'라고 정의하고 이를 감안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조지 로버츠 KKR 공동설립자는 "지금은 인프라에 투자할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면서 "KKR의 인프라 투자 사업은 지난 12개월 동안 최고 수익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조너선 그레이 최고운영책임자(COO) 역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정부 등의 지원 아래 인프라 건설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20~30년 동안 동남아 지역을 유망 투자처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헨리 크래비스 KKR 공동설립자는 "지금은 선택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부동산은 아직 아니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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