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짜오 베트남 - 332] 미국과 중국이 베트남을 중심으로 외교적 주도권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고율 관세를 통해 베트남을 압박하며 경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려 하자 중국은 공동 번영과 협력을 내세우며 베트남과의 관계를 확대하자며 맞불을 놨습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트남 국빈 방문을 앞두고 현지 유력 일간지에 기고문을 발표하면서, 베트남을 향한 중국의 전략적 메시지가 더욱 분명해지는 모습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4월 14일부터 양일간 예정된 국빈 방문을 앞두고, 베트남 공산당 기관지에 직접 기고문을 발표했습니다. ‘공동의 이상을 향해 함께 전진하며, 과거를 계승하고 미래의 새 장을 열자’를 제목으로 달았습니다.
결국 한마디로 정리하면 관세로 괴롭히는 미국을 멀리하고 사회주의 동맹인 우리와 친하게 지내자는 메시지입니다.
시 주석은 이 글에서 이번이 국가주석으로 재임한 후 네 번째 베트남 방문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중국과 베트남은 같은 이상과 신념을 지닌 사회주의 이웃 국가로, 전략적 이익이 광범위하게 일치한다”며, “양국이 공동의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는 것은 시대적, 전략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시 주석은 양국 간 경제 협력과 실질적인 성과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중국은 20년 넘게 베트남의 최대 무역 파트너국이며, 2024년 양국 간 교역액은 260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언급합니다.
또 베트남산 농산물의 대중 수출이 증가하고 있고, 양국 간 생산 및 공급망 협력도 점점 더 긴밀해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결국 시 주석 입장에서는 중국과 베트남간 활발한 무역 통계를 들이밀며, 관세로 무역에 손을 대는 미국에 발을 빼고 중국 편에 붙으라는 신호를 내미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고문에는 미래 산업과 양국 간 전략 연계에 대한 언급도 포함됐습니다. 시 주석은 “중국의 ‘일대일로’ 비전을 기반으로 베트남과 중국의 경제·기술 협력 플랫폼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5G·인공지능·그린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하자고 제안하며 중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 확대와 베트남 제품의 대중 수출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시 주석은 경제뿐 아니라 문화 교류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합니다. 그는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의 베트남 방문 수는 370만 명을 넘었고, 국경 관광 협력지구 운영과 자가용 국경 통행 노선 개통 등도 큰 성과로 꼽았습니다.
시 주석은 이를 “양국 국민이 하루 만에 서로의 나라를 여행할 수 있는 새로운 관광 현실”이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기고문에 동남아 ‘뜨거운 감자’인 남중국해(중국 측 표현)에 대한 언급이 포함된 점도 흥미롭습니다. 남중국해 광범위한 수역을 독차지하려는 중국의 야심에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는 극렬한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지적 충돌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동남아 국가 반감은 큽니다.
하지만 베트남을 미국과 떼어놓고 중국편에 붙이려는 시진핑의 도전이 ‘남중국해’ 이슈까지 등판시킨 것입니다.
시 주석은 “양국은 충분히 지혜롭게 해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외부 간섭을 배제하고 협상을 통해 갈등을 줄이자”며 “포용적이고 균형 잡힌 세계화를 지지하며,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과 개방적인 국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미국은 베트남 상호 관세율을 46%로 정한바 있습니다. 이후 미국 정부가 중국을 제외한 다수 국가에 90일간 관세를 기본 10%를 유지하기로 한 상태입니다.
또럼 서기장은 46% 관세 이슈가 불거진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과 협정을 맺을 수 있다면 베트남의 관세를 ‘0’으로 낮추고 싶다”고 호소했습니다. 이후 그는 서한을 보내 상호 관세 부과를 최소 45일간 연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시 주석은 불확실성이 닥친 미국과 베트남 사이를 더 멀어지게 하면서 베트남을 최대한 중국 편에 붙어있게 하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은 이 과정에서 특유의 ‘대나무 외교’로 줄타기를 하는 베트남의 ‘생존본능’이 어떻게 발휘될지를 놓고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자존심 대결이 극한으로 치솟고 있어 베트남이 중간에서 운신할 폭이 넓지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결국 어느 나라와 얼마나 친한지가 가장 베트남에게 유리한지를 놓고 베트남 정부는 지금도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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