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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24시] 선수 한 명이 2일간 11경기…양구 당구대회 살인일정에 선수들은 죽어났다

강원도 양구서 3월25~31일 국토정중앙배
亞캐롬선수권 등 3개 대회 동시 개최
정예성 이틀간 11경기, 하루에 결승 두번
3개 대회 출전 김행직 6일간 23경기
주최측 “대관일정, 방송스케줄, 예산때문에”

  • 황국성
  • 기사입력:2024.04.03 10:19:01
  • 최종수정:2024.04.03 10: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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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지난 3월25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소위 ‘양구 시리즈’(국토정중앙배, 아시아캐롬선수권)는 빡빡한 대회 일정으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정예성은 이틀동안 11경기, 김행직은 6일 동안 23경기를 했다.


아시아캐롬 최고의 별을 가리는 ‘아시아캐롬선수권’이 3월31일 한국 잔치로 끝난 가운데, 올 첫 전국당구대회인 ‘국토정중앙배’도 동시에 막을 내렸다. 국내대회와 국제대회가 같은 기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만큼 대회장인 양구 청춘체육관은 국내 및 외국 선수들, 동호인들까지 한 자리에 어우러지며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이번 ‘양구 시리즈’(국토정중앙배 3월~25~29일, 아시아캐롬선수권 U-22 3월28~29일, 아시아캐롬선수권 일반부 3월30~31일)는 대회운영과 관련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대회 일정이 지나치게 빡빡해 적잖은 선수들이 강행군을 해야했고, 대회 일정에도 일부 차질이 있었다. 특히 2~3개 대회에 출전한 일부 선수는 그야말로 살인적인 경기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대표적인 예가 정예성(9위, 서울) 선수다. 정예성은 ‘양구 시리즈’에서 국토정중앙배 남자3쿠션 개인전, 아시아캐롬선수권 남자3쿠션. U-22(22세 이하) 3쿠션까지 3개 대회에 출전했다. 3월 27일 국토정중앙배 128강전부터 아시아캐롬선수권이 막을 내린 31일까지 5일 동안 무려 18경기를 치렀다.

게다가 정예성은 국토정중앙배와 아시아캐롬선수권 U22 3쿠션에서 모두 결승까지 진출했고, 아시아캐롬선수권 남자 3쿠션에선 8강에 올라 많은 경기를 감당해야 했다. (국토정중앙배 결승에선 김행직에 패해 준우승, U-22에서는 박정우에 패해 준우승)

특히 본선 경기가 대거 몰린 28~29일 이틀 동안 무려 11경기(국토정중앙부 남자 3쿠션 32강, 16강, 8강, 4강, 결승. 아시아캐롬 U-22 예선 1~3경기, 8강, 4강, 결승)를 뛰었다. 동호인대회에서도 보기 어려운 일이 발생한 것이다.

“살인적 강행군 일정” 선수들 분통

차명종 “선수는 최선의 환경서 경기해야”

당구연맹 사과 및 대회환경 개선 약속


더욱이 정예성처럼 3개 대회에서 모두 상위라운드(결승2회, 8강1회)에 진출하면 대회 일정 차질도 불가피하다.

정예성은 “대회 전에 2개 대회 스케줄을 받았는데, 이 일정대로라면 어느 한쪽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경기를 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주최측에서 (일정) 조정이 어렵다고 해 일단 경기를 소화했는데, 걱정하던 상황이 몇 차례 생겼다”고 말했다.

정예성의 경우 28일 국토정중앙배 16강전을 당초 경기 시간보다 일찍 마치고 곧바로 아시아캐롬 U-22 조별예선 2차전에 나갔다. 그 다음 경기가 국토정중앙배 8강전이었는데, 상대선수 (김동룡) 양해를 구해 예정보다 30~40분 늦게 경기를 했다.

이튿날인 29일에는 두 시간 간격으로 결승전을 뛰는 일이 발생했다. 오후 5시 국토정중앙배 결승전에 이어 시상식 마치고 얼마 뒤 오후 7시에 아시아캐롬선수권 U22 결승전에 나간 것. 이런 상황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김행직과의 국토정중앙배 결승에서 진을 뺀 정예성은 U-22 결승(박정우에 패)에선 눈에 띄게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다.

김행직도 정예성만큼 힘든 일정을 겪었다. 김행직은 이번 ‘양구 시리즈’에서 국토정중앙배 복식, 단식에 이어 아시아캐롬선수권까지 3개대회에 출전했고 모두 결승에 진출했다. 그가 6일 동안 치른 경기는 무려 23경기. 이런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도 우승 2회(국토정중앙배2관왕) 준우승 1회(아시아캐롬)를 거뒀다.

정예성은 “솔직히 너무 힘들었다. (김)행직이 형과의 국토정중앙배 결승에서 탈이 났다. 내가 16이닝까지 14:22로 끌려가다 26이닝 째 40:40 동점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몸 균형이 무너졌다. 몸이 떨렸고, 공에 임팩트도 안 들어가 어떻게 쳐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정예성은 27~29이닝 동안 공타했고, 이 사이 김행직이 남은 점수를 채워 우승했다)”라며 “물론 (일정 탓은) 핑계지만,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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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이번 ‘양구 시리즈’에서 발생한 문제는 대관과 방송스케줄, 예산제약과 함께 주최측의 안일한 준비로 발생한 측면이 강하다. 당구연맹은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당구연맹 선수위원회도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 당구연맹에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대한당구연맹 차명종(12위, 인천시체육회) 선수위원장은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힘들어했다. 선수는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에서 경기해야 하는데 그런 여건이 안됐다”고 말했다.

차 위원장은 “주최측 어려움도 이해하지만 적절한 대회환경을 만들어 주는 건 주최측 의무다. 이런 방식의 대회운영이 두번 다시 반복돼선 안되고, 최소한 국내 대회와 국제 대회는 분리돼서 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주최측(대한당구연맹)은 왜 이렇게 무리하게 대회 일정을 잡았을까. 대한당구연맹에 따르면 경기장 대관과 방송스케줄, 예산상의 제약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첫 번째는 경기장 대관이었다. 양구에선 1년 중 단 며칠을 제외하고는 끊임없이 각종 대회가 열린다. 대회 장소인 청춘체육관 사정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양구 시리즈’ 기간인 7일을 확보하는 것조차 쉽지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당구대 설치 및 철거, 전기공사에 소요되는 약 6~7일을 더하면 2주 정도 빌려야 한다. 당구연맹은 그나마 이번 대회 대관도 어렵게 잡았다고 했다.

이런 일정 안에서 방송사 스케줄, 시청률 등을 고려해 결승전 등 생중계 경기를 제한된 시간대에 편성해야 해서 전체적인 경기 스케줄이 무리하게 편성됐다. 여기에 빠듯한 예산도 한몫했다.

하지만 여러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한다 해도 이번 ‘양구 시리즈’ 대회 운영과 관련해서는 당구연맹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당구연맹 성인철 대회부위원장도 “현실적인 악조건 속에서 최선의 운영을 하려했는데 불상사를 피하지 못해 아쉽다”며 “선수들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수위원회에게 내년부터는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선수들과 더 소통하며 대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당구연맹이 잘못을 시인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양구=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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