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이집트 엄친아 출신 ‘카이로 치과의사’ 사메 시돔 “목표는 세계3쿠션선수권 우승”

동생 삼촌 할아버지도 의사…어머니 금융인 출신
“당구선수 아버지 영향, 세 살때부터 큐 잡아”
UMB 세계랭킹 7위…주 2~3회 환자 진료
“이집트서 당구는 부자스포츠, 전국대회 1년에 4회”
김행직 허정한 등과 친해 조명우 스트로크 어마어마

  • 황국성
  • 기사입력:2023.12.02 11:08:02
  • 최종수정:2023.12.03 00:27:02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926190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사진설명이집트 엄친아 출신 ‘카이로 치과의사’ 사메 시돔은 “세계3쿠션 챔피언이 최종 목표이고, 우선 곧 개막하는 샤름엘셰이크3쿠션월드컵부터 먼저 입상하고 싶다”고 했다.


장발에 덥수룩한 수염, 그리고 깊고 강렬한 눈빛. 흡사 중동 대부호의 귀공자같은 인상을 풍기는 당구선수. ‘파라오의 후예’이자 이집트 3쿠션을 대표하는 사메 시돔(36)이다.

풍모대로 시돔은 이집트 유복한 집안 출신이다. 카이로 치과의사인 자신을 비롯, 동생은 보스턴 치과의사이고 삼촌과 할아버지도 의사다. 어머니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금융그룹인 ‘크레딧 아그리콜’ 지사장을 지냈다.

세계 톱랭커(7위)이자 치과의사인 그는 당구선수치고는 대단한 ‘엄친아’다. 당구선수 출신 아버지 영향으로 세 살때 처음으로 큐를 들었단다. 스스로 ‘타고난 재능’으로 독학으로 당구를 읽혔고,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에서 덜컥 공동3위에 입상하며 당구선수 길을 걷게 됐다.

독학으로 당구 익혀…15년 연속 이집트 1위

최근 3쿠션월드컵 준우승 2회…실력향상 체감


그를 통해 이집트 당구 사정도 알게 됐다. 이집트 사람들이 당구를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포켓볼을 많이 즐긴단다. 개인 리그와 팀리그가 있고, 1년에 네 차례 전국대회가 열린다. 또하나 이집트에서 당구는 부자스포츠라는 것. 따라서 이집트 당구선수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축에 속한다고 했다.

926190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사진설명사메 시돔은 “이집트에선 포켓볼 인기가 더 많다”면서 “3쿠션 전국대회도 1년에 네 차례 열린다”고 했다.


엄친아답게 시돔은 당구 외에도 카약, 사이클. 낚시, 패들 테니스 등 여러 취미활동을 즐긴다. 국제대회를 많이 다녀 김행직 허정한 김준태 등 여러 한국 선수들과도 두루 친하다. 눈여겨보는 선수는 단연 조명우. 조명우 스트로크에 혀를 내두르며 ‘급이 다르다’고 했다.

지난달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서울3쿠션월드컵 대회장에서 그와 만났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안녕하세요. 저는 사메 시돔이고 치과의사이고 당구선수입니다”라며 짧은 한국어로 기자와 인사를 나눴다.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됐고, 파이브앤식스 클레어오가 통역을 해줬다.

△UMB 톱랭커이지만 한국팬들에게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살고 있고, 36세(1987년생)의 젊은 당구선수다.

926190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사진설명시돔은 “이집트에서 당구는 부자 스포츠이고, 당구선수들은 대부분 여유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16강에서 탈락해 아쉬울 것 같은데. (시돔은 서울3쿠션월드컵에서 32강부터 시작, 조2위로 16강에 올랐으나 마틴혼에 패해 8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일단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았다. (16강) 경기 전날 잠을 제대로 못 잤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신체리듬이 망가져 있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려 했지만 결국 졌고, 경기력도 불만족스러웠다. (시돔은 16강서 마틴혼에 50:32(29이닝)로 패했다)

△현역 치과의사 당구선수로도 유명한데.

=치대에서 5년을 공부한 뒤 1년 실습을 거쳐 2009년부터 치과의사 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당구선수 활동을 병행해왔다. 현재는 카이로에서 프리랜서로 주 2~3회 정도만 진료를 보고 있다.

△동생도 치과의사로 활동하고 았다고.

=동생은 뉴욕대 치대를 졸업하고 현재 보스턴에서 치과의사를 하고 있다.

△집안 배경이 남다르다던데.

=하하. 부정하지 않겠다. 나와 동생뿐 아니라 삼촌도 치과의사이고, 할아버지도 의사 출신이다. 어머니는 세계적인 은행인 ‘크레딧 아그리콜’ 지사장을 지냈다.

926190 기사의 3번째 이미지
사진설명아버지가 운영하는 당구장에서 당구를 치고 있는 3살 시돔. 의사 집안 출신인 시돔은 당구선수인 아버지 영향으로 3살 때부터 큐를 잡았다고 한다. (사진=사메 시돔 제공)


△어떻게 당구를 시작하게 됐나.

=아버지 영향이다. 아버지는 이집트의 유명한 당구선수였다. 3쿠션과 스누커 두 종목 선수로 활동했는데 3쿠션에선 이집트 9위, 스누커는 3위까지 했다. 이후에는 국제 스누커심판으로도 활동했다. 아버지가 선수로 뛸 때 당구장을 운영했는데, 당구장에는 캐롬, 스누커, 포켓볼 테이블이 다 있었다. 따라서 어릴 적부터 자연스레 당구와 가까웠고, 캐롬을 좋아해 3세부터 큐를 잡았다.

△선수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 당구장에서 취미로 당구를 쳤을 뿐, 따로 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 그런데 2005년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에서 덜컥 공동3위에 올랐고, 이것이 계기가 됐다. 이듬해인 2006년 당시 이집트당구연맹 바르키 회장이 트레이닝캠프를 열었는데, 그때 초대를 받아 스페인으로 넘어가 코치들에게 20일 정도 레슨을 받았다. 이후 성적이 눈에 띄게 상승했고, 이집트 및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유명한 큐업체 한밭 등 스폰서가 붙으며 자연스레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바르키 회장이 많은 도움을 줬다.

926190 기사의 4번째 이미지
사진설명서울3쿠션월드컵 대회장에서 이집트 선수 및 당구업체 관계자와 기념촬영한 사메 시돔. 왼쪽부터 메드핫 디압(이집트 당구용품회사 디압빌리아드 대표), 아흐메드 에맘(UMB 기술책임), 사메 시돔, 마흐무드 아이만(이집트 3쿠션랭킹 3위).


△이집트 당구문화가 궁금하다.

=이집트 국민들은 생각보다 당구에 흥미가 많다. 다만 3쿠션보다는 풀(포켓볼)이 인기가 더욱 많다. 대부분의 리조트나 카페에 포켓볼 테이블이 있을 정도다. 이집트에 당구대 생산 업체도 있는데, 대부분 포켓볼 테이블을 생산한다. 이집트에선 당구가 부자 스포츠에 가까워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당구를 즐기지 못한다. 당구용품이 꽤 비싸기 때문이다. 특히 나처럼 당구선수로 활동하려면 경제적으로 더욱 여유가 있어야 한다. 나는 운이 좋은 케이스다.

△이집트에서 당구리그 등 대회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나.

=크게 개인리그와 팀리그가 있다. 먼저 팀리그에는 디비전이 1개 있다. 10개 클럽이 홈-원정 방식으로 경기한다. 나는 현재 이집트와 독일리그에서 뛰고 있다. 개인전은 1년에 전국대회가 4번 열린다. 현재 내가 15년 동안 국내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집트 당구선수 대부분 경제적으로 풍족한 여건이다. 아울러 나를 비롯, 이집트 당구선수들은 당구를 굉장히 진지하게 대한다. 연습도 열심히 하고, 당구에 대한 애정도 강하다.

△최근 성적이 좋다. (시돔은 지난해 라스베거스3쿠션월드컵에서 준우승하며 국제대회 최고성적을 냈고, 이어 지난 6월 포르투대회에서도 베트남 트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7월엔 자신의 세계랭킹 최고기록(4위)도 경신했다)

=최근 실력이 오르는걸 스스로 체감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실력 면에서 뭔가 벽이 느껴졌는데 이제는 그걸 뚫고 나왔다는 느낌이다. 이처럼 3쿠션 기량 향상은 항상 계단식으로 진행돼왔다. 체력적인 변화도 한몫했다. 기초 체력을 위해 2년 전부터 운동을 시작했는데, 지금도 주 3~5일 꾸준히 헬스장에서 운동한다. 체력과 근력이 이전보다 확연히 나아졌다.

926190 기사의 5번째 이미지
사진설명시돔은 당구선수로 활동하며 주2~3회 환자를 진료하고, 낚시와 카약, 사이클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긴다.


△당구 스승은 따로 없나.

=앞서 말했듯 당구를 독학으로 배웠다. 이 외에는 2006년 처음 스페인 트레이닝캠프를 갔을 때 현지 코치들에게서 20일 정도 배운 것, 그리고 2012년 두 번째 트레이닝캠프를 갔을 때 다니엘 산체스에게 10일 정도 배운게 전부다. 나는 어느 정도 재능을 타고난게 아닌가 한다.

△연습패턴은 어떤가.

=주 4~5회에 하루 3~4시간씩 혼자서 연습한다. 나머지 시간엔 대부분 게임을 하며 실전감각을 익힌다.

△좋아하거나 동경하는 선수는.

=어릴 때 브롬달과 산체스 경기를 많이 눈여겨봤다. 플레이 스타일은 물론, 경기할 때 자세와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특히 3쿠션월드컵 기간에는 브롬달과 자주 이야기하며 한 수 배우곤 했다.

△친하거나 눈여겨보는 한국선수가 있는가.

=한국 선수와는 두루두루 친하다. 대회장에서 자주 보는 허정한 김행직 김준태 선수와 조치연 정승일 선수와도 친하다. 눈여겨보는 선수라면 두말할 필요가 있을까. 조명우다. 조명우 스트로크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단순히 파워만 있는 게 아니라, 질적으로 급이 다르다. 어려운 공을 정말 쉽게 친다.

△당구선수 중 보기 드문 장발인데, 경기할 때 불편하지 않나.

=왁스나 젤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모질이 특이해 별다른 손질을 안 해도 그냥 뒤로 넘어가 엎드려도 흘러내리지 않는다. 하하.

△사용하는 용품은.

=큐는 프레데터 ‘코발트 블루 레이서‘를 쓴다. 초크도 프레데터이고, 팁은 제스트 제품을 쓴다.

△당구 외에 다른 취미는.

=사이클, 카약, 낚시, 패들(Padel)테니스 등 즐기는 취미가 많다. 2~3년에 한 번씩 취미를 바꿔가며 즐긴다.

△앞으로의 목표는.

=아직까지 큰 국제대회 우승이 없는데, 세계랭킹을 더욱 높여가며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는게 최종 목표다. 단기적으로는 곧(12월) 이집트에서 열리는 3쿠션월드컵에서 시상대에 오르고 싶다. 아직까지 이집트대회에서 입상한 적이 없기 때문에 욕심이 난다. [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