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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 경기 중 대기석에서 몸쓰면 어쩌라고요?

<하~이런의 시시콜콜 당구>③
타석에서 샷한 뒤 몸쓰면 OK, 대기석에선 NO
과한 움직임으로 상대방에 불쾌감 주면 곤란

  • 기사입력:2021.01.07 16:41:22
  • 최종수정:2021.01.07 17:5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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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LG U+컵 3쿠션마스터스대회에서 마르코 자네티 선수가 몸을 숙여 득점이 됐는지 확인하고 있다.
*칼럼 첫 회에서 수구와 목적구(적구)는 뜻이 안 통하는 엉터리 일본식 한자어이므로 적절한 우리말로 바꿔쓰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 칼럼에서는 수구 대신 내공, 1목적구 대신 앞공, 2목적구 대신 뒷공으로 표기하겠습니다. 더 좋은 우리말 표현이 있다면 제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3쿠션 실력은 25점이지만 몸쓰기 실력은 30점 이상이죠.”

필자가 속한 3쿠션 동호회 한 회원이 던진 말이다. 농담조이긴 하지만 경기 중 샷을 한 뒤 자주 몸을 쓴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동호인 경기에서 나오는 몸쓰기는 ‘약방의 감초’ 쯤 된다. 샷을 한 뒤 내공이 뒷공을 맞을 듯 말 듯 굴러갈 때 몸을 비트는 일은 다반사다. 내공이 뒷공을 향해 잘 가다가 느닷없이 키스가 발생할 때 다리가 꽈배기 모양으로 변하기도 한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공의 경로를 지켜보면서 저절로 몸이 꼬이곤 한다. 몸을 자주 쓰느냐 가끔 쓰느냐, 크게 쓰느냐 작게 쓰느냐 차이만 있는 듯하다.

선수들은 다르다. 대회 경기를 보면 선수들이 몸을 쓰는 모습은 흔치 않다. 얼굴을 찡그리는 정도 표정 변화만 읽힌다.

물론 이따금 몸을 동원하는 선수들이 있다. 정상급 선수인 마르코 자네티와 토브욘 브롬달이 큐를 들어올리며 몸을 쓰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조재호 선수도 곧 잘 몸을 활용한다. 얼마 전 끝난 PBA NH농협카드대회에서도 샷을 한 뒤 힘주어 큐를 들어올리는 모습이 수차례 TV 화면에 비쳤다. 마치 태권도 경기 중 집중력을 높이거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기합을 넣는 것과 다름 없어 보였다. 이를 보면 선수들의 몸쓰기는 쇼맨십 차원의 연출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본능적인 반응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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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매경오픈 골프대회에서 한 선수가 퍼팅을 한뒤 몸을 비틀고 있다. <매경DB>
몸쓰기는 골프에서도 흔히 나온다. 퍼팅을 하고 난 뒤 홀컵을 향해 굴러가는 공을 보면서 상체를 비틀거나 다리를 들어올리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몸쓰기는 득점을 향한 간절한 바람이 몸의 움직임으로 표현된 것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누군가 때리려고 하면 본능적으로 팔로 막거나 몸을 뒤로 젖히는 것처럼.

하지만 습관적으로 과하게 몸을 쓴다면?

눈에 거슬릴 정도로 큰 움직임을 취하면 대기석에 있는 상대방은 신경이 곤두선다. 품위가 떨어질 뿐더러 오두방정을 떤다는 지적도 받을 것이다.

더구나 게임을 크게 앞서가는 상황에서 큐를 높이 들어올리는 동작까지 취한다면 상대방은 잔뜩 약이 오를 지도 모른다.

과하면 탈이 난다고 했다. 음식에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짜거나 매워 수저를 놓게 된다. 몸을 쓰더라도 애교로 봐줄 정도의 작은 움직임으로 그치면 어떨까. 그게 상대방을 배려하는 길이기도 하다. 물론 친구 사이 경기에서 웃자고 일부러 몸을 크게 쓰는 것은 다른 얘기다.

권익중 대한당구연맹 심판위원장은 “샷을 한 뒤 몸을 쓰는 행위는 본능적인 것이므로 규제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정도라면 주의 혹은 경고를 내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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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한 아마추어 동호인이 샷을 한 뒤 큐를 들어올리며 몸을 쓰고 있다.
공격자의 몸쓰기는 그렇다 치자. 대기석에서 몸을 쓴다면?

친한 선배와 함께 한 경기에서였다. 샷을 한 필자가 뒷공을 향해 굴러가는 내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대기석에 앉아 있던 선배의 몸과 다리가 비틀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웃음을 참지 못했다. ‘대기석 몸쓰기’를 목격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은 한 두차례 더 나왔다.

17점을 놓는 선배는 대대 경기에 입문한지 오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경기 규칙과 에티켓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필자와는 막역한 사이였으니 몸이 가는 대로 놔뒀을 것이다.

그냥 지나치려다 짚어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여 언짢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웃으며 말을 꺼냈다.

“대기석에 앉아서 몸쓰는 게 어디 있어요? 제가 득점에 실패하길 바라는 마음이 그렇게 간절한 건가요? 다른 사람과 경기할 때는 그러지 마세요. 꾸지람 듣기에 딱 좋아요. 경기 규칙에도 어긋날 걸요. 하하하.”

대기석 몸쓰기는 ‘작은 사고’로 연결되기도 한다.

수개월 전이다. 한참 경기를 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 분위기가 이상야릇했다. 경기를 중단한 채 대기석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하는 게 아닌가. 무슨 일인지 궁금해 힐끗 곁눈질 하면서 귀를 쫑긋 세웠다. 사연은 이랬다.

타석에서 샷을 한 A씨가 공의 경로를 보고 있는데 대기석에 있던 B씨가 몸과 다리를 비튼 것. 이런 행위가 수차례 나오자 급기야 A씨가 불편함을 표시했다. “제가 샷을 했는데 대기석에서 몸을 쓰는 것은 매너가 아니죠.”

사실 필자도 B씨와 경기를 하면서 그가 몸을 크게 쓰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 하지만 그때는 B씨가 샷을 한 뒤 몸을 움직인 것이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중대에서 지인들과 편하게 게임하던 습관이 배어있기 때문이라고 짐작한 것.

하지만 A씨와의 경기에선 대기석에서조차 몸을 쓰는 바람에 사달이 났다. 진지하게 경기를 하는 스타일의 A씨가 참지 못하고 B씨를 ‘훈계’하면서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냉랭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두 사람은 경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중도에 끝내고 말았다.

드물지만 선수 중에도 대기석에서 몸을 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구르는 공을 지켜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하체를 비틀 때가 있다는 것. 이를 막기 위해 앉은 자세에서 발가락에 힘을 준다고 실토한 선수도 있다고 한다.

최정상급 선수는 어떨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여 프레드릭 쿠드롱이나 김행직이 대기석에서 몸을 비트는 모습이 TV를 통해 세상 밖으로 드러난다면? 상상만 해도 재미있다.

[진성기 편집위원 / 당구칼럼니스트 ha-er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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