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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일의 당구인사이트] 재미와 감동…팀스포츠로 진화하는 PBA 팀리그

하나카드 우승으로 23/24시즌 피날레
팀리그는 프로당구 생태계 한축이자 핵심 콘텐츠
개인투어와 다른 팀스포츠 매력으로 감동 선사
김병호 조재호 강동궁 리더로 더 성숙

  • 황국성
  • 기사입력:2024.02.01 13:58:02
  • 최종수정:2024.02.01 14: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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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23/24시즌 PBA팀리그가 하나카드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출범 4시즌째인 팀리그는 개인투어와 다른 매력으로 확실한 팀스포츠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MK빌리어드뉴스DB)


지난 27일 고양 킨텍스 PBA스타디움. 무랏 나시 초클루(튀르키예)의 챔피언 포인트가 성공하며 창단 2시즌 만에 PBA팀리그 우승을 확정한 하나카드 ‘주장’ 김병호는 환호에 앞서 얼굴을 감싸쥐며 눈물을 흘렸다.

좀처럼 울지 않을 것 같던 김가영도 동료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우승 소감을 말하다가 끝내 울먹였다. 파이널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하는 등 포스트시즌 오더에서 배제된 김진아도 감격했다.

출범 이후 네 번째 시즌을 마친 PBA팀리그는 어느덧 ‘프로 팀스포츠’로 확실하게 거듭나고 있음을 증명했다. ‘개인 종목 베이스’인 당구는 각자 루틴이 워낙 강하고 예민한 종목이다. 출범 초기 PBA 개인투어가 선수는 물론 팬으로부터 호평받으며 연착륙한 것과 달리 팀리그 정체성을 두고는 갑론을박이 있었다.

이번 시즌 법적 다툼으로 비화한 ‘쿠드롱 사태’ 쟁점 중 하나인 ‘선수가 팀리그 출전을 거부하면 개인투어에 출전을 제한할 수 있다’는 PBA 규정은 뜨거운 감자였다.

그러나 PBA 타이틀 스폰서가 당구팀을 창단해 참가하는 팀리그는 프로당구의 또다른 콘텐츠이자 생태계를 지탱하는 장치라는 것을 구성원은 잘 안다. 어느 종목이든 프로의 성공과 흥행은 안정적인 스폰서 확보와 직결한다.

당구는 프로 4대 스포츠(축구 야구 농구 배구)와 비교해서 산업이 명확하게 정착하지 않았다. 또 ‘프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여서 스폰서 존재는 너무나 중요하다. PBA 무대에서 활동하는 선수도 이런 부분에 공감하며 팀리그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번 시즌엔 적극적인 동참에서 나아가 ‘팀 워크’가 생명인 팀스포츠의 매력을 선수도 체감하며 대중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특히 개인 투어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톱클래스 선수가 진정한 팀 리더로 거듭나며 흥행을 주도한 게 긍정적이다.

대다수 남녀 특급 선수는 팀리그 활동 초기만 해도 자기 루틴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동료와 지내고, 경기에 임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팀리그 환경에 맞췄다가 개인 투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과도기를 겪는 경우도 허다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프로 환경에 완벽히 녹아든 이들은 팀리그가 자신은 물론 PBA 생태계에 긍정적인 비전을 주는 것에 공감했다.

조재호만 하더라도 지난 시즌 PBA 대상을 거머쥐며 개인 투어에서 최고의 별로 떠올랐지만 팀리그에서는 평이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승률(69.6%) 다승(55승) 부문 전체 1위를 차지하며 NH농협카드의 정규리그 종합 1위를 이끌었다. 개인 성적을 떠나 뛰어난 리더십으로 동료의 호성적을 이끄는 등 ‘팀 리더’라는 호칭에 걸맞은 활약을 뽐냈다.

하나카드에 밀려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한 SK렌터카 ‘주장’ 강동궁도 마찬가지다. 지난 두 시즌 SK렌터카는 이름값에 비해 팀리그에서 주목받지 못했는데, 강동궁을 중심으로 상호 존중하며 ‘원 팀’ 문화를 만들어냈다.

경험치를 살려 팀스포츠의 또다른 매력인 전술, 지략을 뽐낸 김병호도 흥행의 주역이다. 유일하게 팀리그에서 두 번째 우승 반지를 낀 그는 포스트시즌에서 상대 맞춤식 오더(출전명단)로 하나카드 우승을 진두지휘했다. 이 과정에서 개성이 강한 팀원을 설득하고, 김진아처럼 희생하는 선수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리더로 한층 더 성숙해졌다.

PBA는 다음 시즌 ‘팀리그 올스타전’을 개최하는 등 팀스포츠 흥행을 부채질할 다양한 콘텐츠를 계획하고 있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 프로스포츠에 유의미한 성공 사례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김용일 칼럼니스트/스포츠서울 체육1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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