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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포켓볼 떠오르는 ‘신흥강호’ 한소예, 그는 독학으로 당구 배운 동호인 출신이었다

최근 국내 여자랭킹 ‘톱 5’ 부상
대학 시절 인터넷, 유튜브 통해 포켓볼 독학
동호인 거쳐 2017년 경남연맹에 선수등록
지난해 전국대회 첫 우승, 아시아대회 3위 입상

  • 김동우
  • 기사입력:2024.05.03 12:25:01
  • 최종수정:2024.05.03 14: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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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한소예는 최근 여자포켓볼 신흥강호로 떠오르고 있는 선수로, 독학으로 당구를 공부한 동호인 출신이다.


3쿠션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국내 당구계에서 포켓볼 선수층은 그리 두텁지 못하다.

더욱이 풀이 좁은 여자포켓볼에선 등록선수가 전국서 29명에 불과하다. 소수정예가 주도하는 판인 만큼 입상권엔 항상 익숙한 얼굴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신흥강호 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여자포켓볼랭킹 ‘톱 5’에 새로운 이름이 떠올랐다. 주인공은 한소예(30, 충남체육회)로, 지난 몇 년 간 꾸준히 10위권 안팎을 넘나들었으나 5위권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과 2년 전인 지난 2022년 전국포켓볼대회 첫 정상에 오른 한소예는 지난해 전국대회서 한번 더 우승컵을 들었고, 이어 메이저 국제대회인 아시아여자포켓볼선수권에서도 공동3위에 입상하며 국제무대에도 이름을 알렸다.

놀라운 점은 그런 그가 온전히 독학으로 당구를 배워 동호인을 거쳐 이 자리까지 올랐다는 것. 대다수 포켓볼 선수들이 유소년 학생선수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흥미로운 케이스라 볼 수 있다. 최근 여자포켓볼 신흥강호로 떠오르고 있는 한소예를 고양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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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한소예는 대학 시절 홀로 당구장에 다니며 연습했고, 집에서도 인터넷과 유튜브 등을 통해 당구를 독학했다.


△당구팬들에게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충남체육회 포켓볼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한소예다. 현재 포켓볼 여자랭킹 5위로, 선수 데뷔 이후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있다.

△충남체육회에 몸담게 된 건 최근 일이라고.

=그렇다. 지난해부터 부쩍 대회입상 빈도가 늘었는데, 충남당구연맹 김영택 회장님께서 좋은 상승세로 봐 주셔서 소중한 기회를 주셨다. 올해 전국체전서 메달을 따 보답해드리고 싶다.

△포켓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포켓볼을 처음 시작한 건 중학교 때였다. 친구들과 우연히 당구장에 가 포켓볼을 쳐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이후 취미로 종종 포켓볼을 즐겼다. 그러다 대학에 진학했는데 포켓볼이 점점 더 재밌어졌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혼자 당구장에 가서 2~3시간씩, 주말엔 거의 온 종일 포켓볼만 쳤다. 포켓볼 치는 시간 이외에도 집에서 인터넷 서핑, 유튜브 등을 통해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찾아보며 독학했다.

△이후 동호인으로 활동했다고.

=그렇다. 대학 졸업 후 당구에 전념하다 2014년 쯤 포켓볼 동호회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동호인 활동을 하며 고점자분들께 공도 배우고, 대회도 자주 나갔다. 밑바닥부터 시작했지만 계속해서 우승하며 핸디를 올려나갔다. 그러다 문득 포켓볼을 평생 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 늦기 전에 선수등록을 하기로 결심했다. 2017년 경남연맹에 정식 선수등록을 하며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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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국내 시합 우승보다 기분이 훨씬 좋았어요” 한소예는 지난해 아시아여자9볼선수권에서 공동3위를 차지했다. 두번째 국제대회 출전만에 이룬 성과였다.


△독학으로 포켓볼을 배우며 부족함을 느낀 적은 없었는지.

=사실 지금 와서 보면 조금은 후회가 되는 부분이다. 혼자 공부하고 혼자 깨달아가는 과정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배웠더라면 실력이 더 빨리 늘었을 텐데’란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포켓볼 선수 중 동호인 출신은 많지 않은 걸로 아는데.

=그렇다. 현재 여자포켓볼엔 김지혜(11위, 안산시체육회) 김혜영(12위, 성남) 이지영(14위, 김포시체육회) 3명 정도 있는 걸로 안다. 그 외 대부분은 학생선수 출신이다.

△동호인 출신인 만큼, 선수생활 초기 땐 어려움이 적지 않았을 것 같다.

=물론이다. 2017년 선수등록 후 선수생활 적응에만 2년 정도 걸렸다. 아무래도 동호인 대회와는 분위기와 무게감이 너무 달라 초반엔 적응에 애를 먹었다.

“(김)가영 언니가 롤모델…어깨너머로 많이 배워”

올해 ‘톱3’ 전국체전 및 국제대회 입상 목표


△선수생활 초기 땐 대만으로 당구유학도 다녀왔다고.

=사실 유학이라기 보단 짧은 ‘트레이닝 캠프’ 개념이었다. 선수등록 하고서 적응하는 과정에서 답답한게 많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포켓볼 강국인 대만에 가서 뭐라도 배워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대만에 갔고, 한 달여 동안 여러 대회에 참가하며 현지 선수들과 당구를 쳤다. 결과적으로는 아주 큰 수확이 있었다. 제대로 연습하는 방법을 배워왔기 때문이다. 대만 선수들은 우리나라 선수들과 연습하는 방식이 아예 달랐다. 한 세트를 진행하는 도중 공이 하나라도 안 들어가면 처음부터 다시 경기를 시작하는 방식으로 연습했다. 나도 그때부터 그 방식으로 연습하고 있는데, 이전보다 연습할 때 집중도가 훨씬 오른 느낌이다.

△처음 입상, 우승했을 때를 기억하나.

=지난 2018년 전국포켓볼대회 포켓9볼 복식전에서 공동3위에 올랐던게 첫 입상이었고, 선수로서 첫 입상이다 보니 기분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첫 우승은 지난 2022년 경남고성군수배에서 했다. 물론 굉장히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무덤덤하더라. 선수생활 초반부터 ‘언젠가 우승 한번은 하겠지’란 생각을 계속 해서 그랬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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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한소예는 첫 우승하던 해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으나, 국제대회에 처음 출전한 것을 계기로 당구에 다시 흥미를 찾았다고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첫 우승하던 때 쯤 슬럼프가 찾아왔다고.

=첫 우승한 해부터 뭔가 벽이 느껴졌다.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인지 어느 순간 실력 향상에 한계가 느껴졌고, 연습과 시합도 전부 재미가 없었다. 심지어는 ‘선수생활은 올해까지만 하자’라는 생각까지 했다.

△어떻게 슬럼프를 극복했나.

=첫 우승 직후 싱가포르 ‘아시아포켓오픈’ 출전을 계기로 다시 당구에 흥미를 찾았다. 이 대회가 내겐 국제대회 첫 출전이었고, 선수생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대회라 생각하고 나갔다. 거기서 정말 많은 걸 느끼고 배웠다. 일단 그 동안 동영상으로만 보던 선수들과 대회 환경을 마주하니 나도 모르게 집중도가 올라갔고, 당구를 보다 진지하게 대하게 됐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난 집중력이 없는 선수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비록 입상은 못했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당구가 다시 재밌어졌다.

△지난 2023년엔 아시아여자9볼선수권에서 공동3위에 올랐다. 메이저 국제대회에서의 입상인 만큼 값진 성과였는데.

=당시 대회가 두 번째 출전한 국제시합이었다. 국내시합에서 우승했을 때보다 훨씬 기뻤고,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도 많이 얻었다.

△지난 2022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최근 상승세가 확연하다. 여기서 한 단계 더 올라서기 위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연습량이다. 연습량을 더 늘려야하고, 체력훈련도 더 필요하다고 느낀다. 오랫동안 시합하다 보면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질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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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김)가영 언니는 엄청난 노력파이고, 볼 때마다 닮고 싶은 선수에요” 한소예는 롤모델로 김가영을 꼽으며, 선수생활 초기 시절 어깨너머로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최상위권엔 서서아를 비롯, 임윤미 이하린 진혜주 등 전통 강호들이 버티고 있는데.

=시합장에 들어서면 경쟁자이나, 경기장 밖에서는 귀여운 동생들과 좋은 언니들이다. 선의의 경쟁자들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친한 선수들을 꼽자면.

=(이)하린이와 (진)혜주와 친하게 지낸다. 또 동호인 출신이다 보니 동호회 언니 오빠들과도 가깝게 지낸다.

△롤모델이 있다면.

=김가영 선수다. (김)가영 언니는 정말 노력을 많이 하는 선수다. 연습량이 엄청나고, 볼 때마다 닮고 싶은 부분이 정말 많은 선수다. 선수 생활 초기 때 언니와 같은 구장에서 활동했는데, 그때 함께 경기하며 어깨너머로 많은 걸 배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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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한소예 취미로 과거 15년을 쳤던 피아노와 네일아트를 꼽았다. 최근엔 등산에 빠져 서울에 있는 모든 산을 등반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당구 이외에 다른 취미가 있나.

=사실 어릴 때 꿈이 피아니스트였다. 피아노를 15년 정도 쳤고, 지금도 취미로 피아노를 치곤 한다. 네일 아트도 취미 중 하나다. 따로 네일 아트샵을 다니지 않고 내가 직접 그린다. 또 최근엔 등산에 빠졌다. 현재까지 관악산 등 세 군데 정도를 등반했는데, 서울에 있는 모든 산을 등반하는게 목표다. 등산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선수생활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용품은 뭘 쓰나.

=개인큐와 큐가방은 모두 중국 브랜드인 용등 제품을, 초크는 TP초크를 쓰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올해 안에 전국랭킹 ‘톱 3’ 안에 드는 것이다. 또 전국체전과 국제대회에서 입상하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 등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는게 목표다. [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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