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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時論] 어느 맛칼럼니스트의 ‘라떼’ 당구장 자장면에 대한 추억

황교익 맛칼럼니스트의 ‘당구장 자장면이 맛있었던’
당구 처음 배울 때, 마세치던 형들, 당구장 자장면…
50~60대 중년 감성 일깨우는 ‘라떼’ 당구장 추억
30년 훌쩍 지난 요즘, 건강한 스포츠로 발전

  • 황국성
  • 기사입력:2024.03.27 16:09:02
  • 최종수정:2024.03.27 19: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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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50~60 중년들에게 당구장은 자장면과 마세, 자욱한 담배연기로 대표되는 ‘라떼’의 추억이다. 세월이 흘러 당구는 건전한 스포츠로 발돋움했고, 당구장은 멋있게 나이 먹어가는 중년들에겐 여전히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사진=MK빌리어드뉴스 DB)


“당구를 좋아하는 직장 동료가 있었는데, 그는 점심에 “우리 당구 치자”를 “우리 자장면 먹자”로 바꾸어서 말을 하곤 했습니다. 그의 추억도 저의 추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얼마전 유명 맛칼럼니스트이자 인플루언서인 황교익 씨의 ‘당구장 자장면이 맛있었던 이유’라는 글을 읽게 됐다.

글은 남자들이 당구를 배우게 되는 과정부터 마세 찍던 동네 형을 우러러 보던 모습, 당구장 자장면 등 흑백 사진같은 라떼의 추억을 담고 있다.

50~60대 중년들에게는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장면들이다.

어두컴컴한 형광등 불빛과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 군데군데 살짝 꿰맨 당구테이블 자국도 그렇고.

“라떼에는, 소년이 청년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배워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당구였습니다 … 실내에 가득한 담배연기가 당구장은 오직 성인 남자들만의 공간임을 증명해주었습니다… 드물게는, 남자 애인을 따라온 성인 여자가 카운터 옆 소파에 조용히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그땐 그랬다.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혹은 재수하던 10대 후반에겐 마땅히 놀거리가 없었다. 그래서 친구 따라, 형들 따라 처음 출입한 곳이 담배연기 자욱한 당구장이었다. 이런 문화는 대학생활때도 비슷했다. 일찍 당구를 배운 친구들은 4구 200점~300점을 치는 고수라고 으스댔다. 가끔 같은 과 여학생이 낡은 의자에서 빨리 끝내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당구 배우는 학생, 젊은 여성도 적지않아

멋지게 나이들어가는 중년들에겐 추억의 공간

“멋쩍어 하지말고 당구 한게임 즐기길”


그 무렵(87년) 당구장 요금은 10분에 250원. 자장면과 커피값이 250원으로 당구장 요금과 같았다. 30년이 훌쩍 지난 요즘, 당구장요금 2000~2500원(대대구장), 자장면 7000~8000원, 커피값 1500~4500원이니 당구장 요금이 제일 안올랐다.

“담배를 꼬나물고 ‘당구 다이’에 한쪽 엉덩이를 걸치면서 매운 담배 연기 때문에 눈을 가늘게 내리뜨고 ‘맛세이’를 찍는 동네 형은 소년에서 막 벗어나려는 우리들의 우상이었습니다.”

당구를 처음 배우던 시절, 마세 치는 형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고수의 상징이었다. 마세 칠 땐 왜 꼭 담배를 꼬나물었는지…. 그 모습도 멋졌다.

그뿐이랴. 내기당구치면서 맞았네 안맞았네 옥신각신하며 서로 핏대 올리던 장면도 추억이다.

라떼 남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은 당구장에서 먹는 자장면이라는 것을 거의 다 안다.

“여기 3번 다이, 자장면 넷 하고 빼갈 하나요.”

후루룩 소리는 얼마나 큰지, 냄새는 왜 그렇게 진동하는지.

덩달아 옆테이블도 외친다 “우리도 자장면 두 개요. 하나는 곱빼기로요.”

그땐 당연히 배달앱이 없었지만 쏜살같이 왔다. 철가방 형들은 나중에 그릇 가지러 왔어도 바로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도 당구를 꽤 좋아하니까. 잠깐이나마 구경하고 아쉬움을 남긴 채 철가방을 들고 나갔다.

아마도 기자는 맛칼럼니스트와 직장생활에서도 싱크로율이 꽤 높았을 거 같다. 성수대교 붕괴(94년) 외환위기(98년) 월드컵 4강(2002년)을 직장생활하면서 경험했다.

“당구를 좋아하는 직장 동료가 있었는데, 그는 점심에 “우리 당구 치자”를 “우리 자장면 먹자”로 바꾸어서 말을 하곤 했습니다. 그의 추억도 저의 추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맞다. 회사 동료와 점심시간에 짬을 내 당구 치면서 점심을 자장면으로 해결하기도 했다. 어쩔 땐 시간에 쫓겨 경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부리나케 회사로 들어갔다. 어김없는 패자의 목소리. “저녁에 한판 더해” 그러나 저녁에도 패자는 다르지 않았다.

“당구장 출입도 한때입니다. 중년을 넘기면서 당구장에 출입을 하는 것이 멋쩍어졌습니다. 실내금연으로 당구장의 담배 연기가 사라졌고 덩달아 성인 남자들만의 공간이라는 분위기도 사라졌습니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반항적 정서가 당구장에는 이제 없습니다.”

대부분 맞는 얘기지만 일부는 다르다. 당구가 건전한 스포츠로 발전하면서 어린 학생들도 오고, 젊은 여성들도 눈에 띈다. 성인 남자들만의 공간이 아닌 것은 맞다. 반항적 정서가 없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황교익 선생처럼 멋지게 나이 먹어 가는 중년들은 여전히 많다. 당구장 출입이 한때라는 것은 선입견이 아닐까. 특히 중년을 넘기면서 당구장 출입이 멋쩍어졌다는 생각은 큰 오산이라고 생각된다.

요즘 당구장에선 머리 하얀 중고교 동문들이 자주 뭉친다. 적은 돈으로 얼굴도 보고 회포도 푼다.

당구장이 대대 구장으로 많이 바뀌면서 추억의 라떼 당구장 자장면 문화는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도 약간 허름한 당구장에는 그런 정취가 살아있다.

멋쩍어 하지말고 친구들과 오랜만에 당구 한 게임 하길 권하고 싶다. 라떼의 자장면을 추억하려면 좀더 허름한 곳으로.

영향력 큰 맛칼럼니스트의 글을 읽고 기자도 모처럼 ‘라떼 당구장’ 문화를 추억해봤다. [황국성 MK빌리어드뉴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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