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3쿠션 강호’ 이신영 “제 목표는 딱 하나 세계선수권 우승”
[근황 인터뷰] 최근 수원화성 인근에 ‘이신영캐롬캐슬’ 오픈
2014년 3개대회 석권, 국토정중앙배 3연패(14~16), 3년연속 랭킹1위
“3층이라 낮에는 화사한 볕이, 밤에는 수원화성 야경이 쫙”
허리우드 ‘판테온’테이블 7대에 분위기는 밝고 화려하게
“대회 없다보니 절 기억못하는 분도 있더라구요. 하하”
당구클럽 오픈하니 한결 안정…목표향해 연습에도 매진
한국 여자 3쿠션 `간판선수` 이신영이 경기도 수원시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당구클럽 `이신영캐롬캐슬`을 오픈했다.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한 이신영.불과 5~7년 전 국내 여자3쿠션 무대를 평정한 선수가 있었으니…. 교과서같은 폼과 정교한 스트로크의 이신영(42)이다. 한국 여자3쿠션을 대표하는 선수였던 그는 많은 선수들이 프로무대에서 활약하며 조명을 받을 때도 묵묵히 자신의 목표를 위해 걸어가고 있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세계선수권 우승’이다. ‘코로나19’로 지난해 연맹 대회가 열리지 못한 가운데서도 그는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연습에 몰두해왔다.
최근에는 경기도 수원에 자신의 이름을 건 당구클럽 ‘이신영캐롬캐슬’을 오픈했다. 선수생활 10년만에 마련한 클럽으로, 이제 한결 안정된 마음으로 선수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10년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어두운 지하 당구장에서 보냈어요. 선수로서 제 이름을 걸고 시작하는 당구장은 조금 달랐으면 했죠. 학부모들도 마음 놓고 아이들을 보낼 수 있는 ‘힐링 당구장’을 만들고 싶어요.”
대회가 없다보니 자신을 잘 모르는 당구팬들도 많단다. 그런 팬들을 위해 이신영의 화려했던 과거를 잠시 소환해보자.
이신영은 2011년 성남당구연맹서 선수생활을 시작했고, 데뷔 3년만에 정상의 자리에 올라섰다. 2014년 세계여자3쿠션선수권대회 3위에 올랐고, 국내 무대에서는 국토정중앙배, 대한당구연맹회장배, 대한체육회장배를 석권했다. 이어 2015년과 2016년에도 국토정중앙배에서 우승하며 단일대회 3연패를 이루었다. 그 무렵 국내 랭킹 1위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지난 16일 수원화성이 내려다 보이는 이신영캐롬캐슬에서 그를 만났다.
당구선수 이신영이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 인근 건물 3층에 위치하고 있다. 답답한 지하가 아닌 지상 3층이어서 낮에는 큰 창을 타고 들어오는 따스한 햇볕이 당구장을 채우고, 밤에는 창 밖으로 수원화성의 아름다운 야경이 펼쳐진다. 면적은 313㎡(95평)로 허리우드 판테온 테이블 7대를 갖추고 있다. 9대까지 들어갈 수 있지만 과감히 7대로 줄여 보다 편안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클럼 이름이 ‘이신영 캐롬캐슬’로 다소 생소한 편인데.
=‘이신영 캐롬캐슬’이라는 이름은 수원화성이 바로 앞에 있으니 ‘캐슬’이 어떻겠느냐고 허리우드 홍승빈 대표님이 아이디어를 주셨다. 흔치않은 이름이라 마음에 든다. 하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꿈꾸는 이신영은 매일 오전 당구클럽에 나와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당구클럽 오픈 준비하느라 바쁜 것도 있지만 ‘코로나19’로 당구연맹 대회가 없다 보니 긴장감이 좀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대회가 있을 때 지켜온 연습 패턴이 있는데 오래 쉬어버리니까 살짝 초조한 마음도 든다. ‘시합 감’이 떨어진 느낌이랄까. 당구장에서 꾸준히 연습 하면서 지내고 있다.
▲현재 레슨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두 명만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제 이름에 대한 자부심, 책임감이 정말 강한 편이다. 그래서 수강생도 아무나 받지 않고 당구를 배우겠다는 확실한 의지가 있는 사람만 받는다. 레슨비도 절대 깎아주지 않는다. 그만큼 최선을 다해 가르치고, 또 열심히 따라와 주기를 바란다. 이신영한테 배워서 당구 잘 친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지 않겠나. ‘호랑이 선생님’으로 불린다. 하하.
▲오픈 두 달째인데 반응은 어떤가.
=여러 걱정 속에 시작했지만 잘한 결정이었구나 싶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신다. 광주 청주 남양주 등 전국에 계신 팬들이 개업 소식을 듣고 응원하러 와주신다. 잊지 않고 한결같이 응원해주는 분들이 있어 힘이 난다. 오전 10시에 문을 여는데 손님이 없을 땐 혼자 연습도 할 수 있어, 확실히 이전보다 안정된 느낌이 든다.
MK빌리어드뉴스와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한 이신영.=기존 당구장의 어두운 분위기를 벗어나고 싶었다. 10년 동안 지하 당구장 생활을 해서 일단 지하는 아니었으면 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넓은 창 밖으로 보이는 수원화성이다. 풍경을 보자마자 이곳으로 계약하겠다고 했다. 밝은 분위기에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있으면 마음도 편하고 기분도 절로 좋아진다.
▲테이블 선정과 내부 구성은 어떻게 했나.
=상판 전체가 대리석인 판테온 테이블을 설치했는데 반응이 좋다. 허리우드 대표님이 특별히 테이블에 제 이니셜 ‘SYL’을 넣어주셨다. 테이블은 7대만 설치해 테이블별로 독립적인 느낌이 들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스코어보드판도 대리석으로 통일감을 줬고, 무선 충전기를 매립해 깔끔한 분위기를 더했다.
이신영캐롬클럽 내부. 대리석 상판이 돋보이는 허리우드 판테온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다.
테이블 7대가 설치된 이신영캐롬클럽은 테이블간 간격을 넓혀 독립적인 공간을 제공한다.=지난 10년간 선수 생활과 당구장 게임 매니저 일을 병행해왔다. 지난해에 코로나19로 대회가 줄어들다 보니 선수로 기억해주는 분들도 점점 줄어들고, 게임 매니저 일도 일정하지 않았다. 이제 나이도 있고, 다른 구장 일만 다닐 수 없어서 고민하던 차에 친언니(이지선 씨)가 같이 당구장을 하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11월 공사를 시작해 12월에 테이블이 들어오면 오픈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로 영업중단 조치가 내려져 올1월에 문을 열게 됐다. 혼자였다면 절대 못 했을 거다. 언니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국내 여자3쿠션 무대를 평정했던 선수인데, 기억하는 사람이 줄어든다니.
=1위에서 내려온 뒤에는 ‘이제 이신영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도 들었다. 특히 최근엔 경기도 없다보니 그럴 수밖에. 그래서 팬들 한분 한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후배들이나 당구팬들에게 항상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아직도 당구에 부정적 인식을 가진 분들도 있지 않나. 선수로서 항상 말조심하고 행동도 조심하려고 노력한다.
▲선수생활 10년째다. 지치거나 힘든 적은 없었나.
=나이가 드니 확실히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어 건강관리에 더 신경 쓰고 있다. 하하. 사실 당구를 시작하고부터는 대인관계를 거의 맺지 않았다. 저는 선수 생활과 당구장 게임 매니저 일을 함께 했다. 손님들 대부분이 남자여서 혹시나 오해를 받을까 봐 대부분 밥도 혼자 먹었다. 오로지 당구만 보고 살아온 거다. 가끔 목표까지 갈 길이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들 때는 지치기도 하고, 아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언니가 가장 가까이서 용기를 줬다.
MK빌리어드뉴스와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한 이신영.=당구를 시작할 때부터 목표는 단 하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이다. 단 한 번도 돈이나 다른 게 목표였던 적이 없다. 요즘 구장에 오시는 분들이 왜 프로 무대에 진출하지 않느냐고 많이 물어보신다. 아직 이루지 못한 오랜 꿈이 있기 때문이다. 그 꿈이 있었기에 10년이라는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선수로서의 목표 말고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이제 당구를 빼놓고는 이신영이라는 사람을 이야기할 수 없다. 일단 ‘이신영캐롬캐슬’이 밝은 당구장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 학부모들도 마음 놓고 아이들을 보낼 수 있는 ‘힐링 당구장’을 만들고 싶다. 당구가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해져 당구선수를 꿈꾸는 당구 꿈나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얼마 전 MK빌리어드뉴스를 통해 당구가 2030년 도하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재진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 제가 선수로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종적으로는 당구선수를 육성하는 감독이나 코치로 활동하고 싶다. [hoonp777@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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