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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A준우승 정성윤 “불과 두달 전만 해도 꿈도 못꾸었는데…”

트라이아웃2-큐스쿨 ‘산전수전’ 거치며 성공스토리 써내
강민구(8강)-마민캄(4강) 강호 물리치며 준우승까지
떡볶이점 운영하다 실패해 낙담…성실과 인내 배워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다시 큐 잡고 PBA 도전
“아버지 인정받아 기뻐, 누나는 가문의 영광이라대요. 하하”

  • 기사입력:2020.07.23 13:38:24
  • 최종수정:2020.07.23 18: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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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불과 두달 전만 해도 꿈도 못꿀 일이었죠" 최근 끝난 PBA투어 개막전 ‘SK렌터카 챔피언십’ 준우승에 오른 정성윤(43)은 이번대회 ‘큐스쿨발 태풍’을 일으키며 강민구(8강) 마민캄(4강) 등 강호를 차례로 물리치고 파이널까지 올랐다. 정성윤이 인터뷰 후 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MK빌리어드뉴스 이우석 기자] “불과 두달 전만 해도 꿈도 못꿀 일이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큰 대회에서 준우승 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1부투어 선수만 되자는 목표로 선수선발전에 참가했는데…하하.”

최근 끝난 PBA투어 개막전 ‘SK렌터카 챔피언십’ 주인공은 당연히 우승자 오성욱이다. 그러나 오성욱 못지않게 주목을 받은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준우승’ 정성윤(43)이다. 그는 정호석(4강)과 함께 ‘큐스쿨발 태풍’을 일으키며 강민구(8강) 마민캄(4강) 등 강호를 차례로 물리치며 파이널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정성윤은 지난 6월 초만해도 입상은 커녕 1부투어 무대에 서는 것조차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는 6월2일 시작된 ‘트라이아웃2’를 290명 중 15위로 통과, 큐스쿨로 향했다. 큐스쿨 토너먼트는 맨꼴찌(48위)로 아슬아슬하게 패스했고, 마지막 관문인 서바이벌에서는 23명 중 최종 3위로 1부투어 선수가 됐다.

지난 2005년 서울당구연맹 선수로 데뷔한 정성윤은 이듬해 ‘MBC-ESPN 한국당구 3쿠션 슈퍼리그’서 고 김경률 조수형(현재 드림투어)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후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지난 2년 동안에는 선수생활을 접고 ‘떡볶이 프랜차이즈점’을 운영했으나 그마저도 크게 실패했다. 낙담한 그는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며 다시 큐를 잡고 PBA 문을 두드렸다. 실패 경험을 딛고 트라이아웃2 → 큐스쿨 → PBA 준우승으로 성공 스토리를 써낸 정성윤을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캐롬토크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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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살면서 이렇게 많은 연락을 받은 건 처음이에요" 대회 열흘 후인 지난 21일 만난 정성윤은 "이번 대회는 제 인생에서 손에 꼽을 만한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캐롬클럽 내 휴게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정성윤.
▲대회 후 약 열흘이 지났다. 어떻게 지냈나.

=결승전 당일에는 인터뷰 등으로 시간이 너무 늦어 가족들은 먼저 집으로 가고, 지인들과 조촐하게 축하주를 나눴다. 다음 날부터는 가족들과 시간도 보냈고, 지인과 동호인 시절 활동했던 올빼미 당구동호회 등을 찾아 감사인사했다.

▲많은 축하인사도 받았겠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연락을 받은 건 처음이다. 10여년 간 연락없던 분들도 축하해 주시더라. 지금도 클럽에서 연습하고 있으면, 저를 알아보고 ‘축하한다’는 인사를 해주는 분들이 많다. 가족들도 정말 기뻐했다. 결승 때 친형, 누나와 매형이 현장을 찾아 응원해줬다. 누나는 ‘가문의 영광’이라고 해주더라. 하하.

▲이번 대회 첫 출전만에 결승에 올랐다. ‘큐스쿨 태풍’의 주인공이었는데.

=꿈 같은 일이다. 이번 대회는 제 인생에서 손에 꼽을 만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사실 지난 2년간 생계때문에 가게 운영느라 당구칠 시간이 없었다. 결과도 좋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당구가 정말 그리웠고, 내가 해야하는 일은 당구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송충이는 솔잎먹고 살아야 한다하지 않나. 큐스쿨 통과하고 1부투어 선수가 된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욕심없이 즐겁게 경기한 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한다.

▲아버지가 유난히 기뻐했다고.

=이번 대회는 아버지께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해야했던 대회이기도 했다. 아버지는 당구를 치진 않지만 당구방송을 자주 시청하신다. 유명한 선수들도 알고 당신 나름대로 평가도 하신다. 하지만 제가 얼마나 잘 하는지는 모르셨다. 왜냐하면 15년간 당구선수로 활동했는데, 이렇다 할 소득도 없었고 TV에 나오지도 않았으니까. 이번 시즌 트라이아웃(선수선발전) 참가를 앞둔 어느 날, 아버지와 PBA투어 경기를 시청하고 있었는데, 제가 “아버지, 저 대회가 우승상금 1억짜리 대회입니다. 제가 저 친구들보다 잘한다고는 못하지만, 그래도 저 선수들만큼은 칩니다. 제가 저기 (출전)나가려고요”했더니 “15년 동안 그것밖에 못했으면 그만해야하지 않나”하고 못마땅해 하셨다.

▲이번 대회때 많이 기뻐하셨겠다.

=이길 때마다 아버지께 전화로 ‘승전보’를 올렸다. TV로 중계일정이 잡히면 신나서 “내일 몇시에 TV보세요. 저 생중계로 경기합니다”하고 알려드렸다. 워낙 무뚝뚝하셔서 짧게 “그래 봤다. 잘했다”고 하셨지만, 저는 어떤 일보다 기뻐하셨단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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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지난 2005년 서울당구연맹 선수로 데뷔한 정성윤은 15년간 선수생활에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최근 2년동안은 떡볶이 프랜차이즈를 운영했으나 크게 실패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PBA투어에 출전한 정성윤은 파죽지세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참가 전까지 선수로서 공백기간이 긴데.

=2018년 7월부터 떡볶이 프랜차이즈 점포를 운영했다. 그런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해당 업종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덜컥 인수한게 게 화근이었다. 수익이 생각보다 너무 적었다. 한 달 후 정산해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두 달째 영업을 마치고 결국 가게를 내놨다. 결국 올해 3월, 큰 손해를 감수하고 가게를 처분했다.

▲지난해 선발전에도 출전했는데.

=가게 운영과 선수 활동을 병행하면 이도저도 안될 것 같았다. 고심 끝에 ‘가게를 빨리 처분하고 선수활동을 하자’고 결심, 드림투어 출전을 위해 지난시즌 PBA 선수선발전(트라이아웃)에 첫날 경기만 참가했다. 그런데 가게가 팔리지 않더라. 어쩔 수 없이 장사를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드림투어는 한 경기도 못했다. (편집자주=지난 시즌 PBA는 트라이아웃에 한 경기라도 출전한 선수를 대상으로 드림투어 출전 자격을 부여했다. 정성윤은 지난해 트라이아웃 첫날 2승1무를 기록하고도 이튿날 출전을 포기했다)

▲점포 운영하면서 연습은 했나.

=가게 영업 마치면 후 새벽 1~2시다. 그때부터 2~3시간 연습했는데 일에 치이다 보니 점점 큐를 잡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그러면서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

▲프랜차이즈점 실패를 통해 배운 부분도 있다고.

=떡볶이 가게를 운영한 1년8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가게를 열었다. 그러면서 성실함의 중요성을 알게됐고, 그걸 버티면서 인내를 배웠다. 나도 모르는 사이 그게 멘탈 훈련으로 작용한거다. 경제적으로는 큰 손해를 봤지만, 이번 대회를 치르고 보니 그 시간을 통해 얻은 부분도 있더라.

▲선수 선발전인 큐스쿨 토너먼트를 ‘꼴찌’로 통과했다. (정성윤은 PBA큐스쿨 토너먼트서 48명 중 48위로 서바이벌에 합류했다. 49위 권혁민과는 ‘애버리지 0.012’차. 이후 서바이벌에서는 5경기 중 3경기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최종3위로 1부투어 선수가 됐다)

=토너먼트 3일차까지 두번이나 첫판서 패했다. 48위 안에 들기 위해서는 마지막 4일차는 무조건 전승, 또 높은 애버리지를 기록해야 했다. 사실 가망이 없어 마지막 경기를 포기하려고도 했다. 그래도 절실한 마음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자세로 경기에 나섰고, 생각보다 경기가 잘 풀려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48위로 서바이벌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소리까지 지르며 기뻐했다. 하하.

▲이번 대회 16강전(한지승)에서 ‘패-패-승-승-승’으로 역전승했는데.

=2개 세트를 먼저 내주고 3개 세트를 겨우 따내 이겼다. 세트스코어 0:2 이후 브레이크 타임때 ‘지겠다’ 싶더라. 앞선 2개 세트를 통해 본 한지승 선수는 함정이 있는 공을 줘도 완벽하게 해결했다. 나보다 연습량이 많은 게 경기력으로 느껴졌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으로 3세트에 임했다. 3세트에서 한지승 선수가 집중력이 조금 떨어져 있더라. 그렇게 저에게 기회가 찾아왔고, 그걸 잘 살려서 내리 3세트를 따내게 됐다. 가장 힘든 경기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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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마민캄, ‘넘을 수 없는 벽’ 같던 선수였는데..." 정성윤은 전날 8강서 쿠드롱과 명승부 끝에 승리한 마민캄을 세트스코어 3:1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정성윤은 "마민캄 선수의 집중력이 떨어진 마지막 샷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대회 4강서 마민캄과 경기하고 있는 정성윤.
▲8강과 4강 상대는 강민구와 마민캄이었다. 긴장되진 않았나.

=두 선수 모두 훌륭한 선수다. 하지만 저는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크게 신경쓰지 않는 성격이라 상대때문에 긴장하진 않았다. 다만 ‘내가 과연 이 무대에서 떨지않고 잘 할 수 있을까’ 싶어 긴장했다.

▲전날 마민캄이 쿠드롱을 상대로 괴물같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8강전 승리하고 여기(캐롬토크) 와서 연습하고 있었다. 사실 쿠드롱과 마민캄 두 선수 모두 세계적인 선수이기 때문에 누가 올라와도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그날 밤, 경기를 보지않고 계속 연습에만 집중했다. 그런데 주위에서 ‘마민캄이 15점을 한번에 냈다더라’ ‘두 선수 정말 잘친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궁금해서 휴게실 TV를 통해 마지막 5세트만 봤다. 마민캄 선수가 마지막 1점을 남긴 상황의 마지막 배치는 예리한 두께를 구사해야 하는 앞돌리기였다. 그런데 샷 이후 큐 끝이 흔들리더라. 그 장면을 보고 ‘집중력을 많이 잃었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해볼만 하겠는데’ 싶었다. 늘 나에게 ‘넘을 수 없는 벽’ 같던 선수였는데, 자신감이 생긴거다.

▲선배 이충복 선수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고.

=캐롬토크에 온 이유도 (이)충복이 형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다. “형, 제가 게임하면 초반에 너무 긴장돼 제대로 경기할 수 가 없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했더니, “1세트를 내준다고 생각하고 팔을 풀어라. 득점 신경쓰지 말고 네가 구상했던 스트로크를 정확하게 구사하는 것에 집중하라”고 하시더라. 그래야 무엇이 안되는지 파악할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해야 득점이 된다는 거다. 사실 이번 대회 내내 첫 세트에서 너무 경기가 안풀렸는데, 충복이 형 조언으로 4강전에서는 한결 편했다.

▲결승전에선 우승 욕심도 났을텐데. 아쉽진 않나. (정성윤은 결승에서 오성욱에게 세트스코어 1:4(15:12 3:15 5:15 2:15 12:15)로 졌다)

=결승전은 매 세트 내가 무엇을 해보기도 전에 경기가 끝나버렸다. 4강전까지는 기회가 왔을 때 ‘찬스다’ 싶은 기회를 살려 승리했는데, 결승전에선 그런 기회가 없었다. 오성욱 선수는 그런 찬스를 허용하지 않더라. 경기하면서 자신에게 놓여진 공에만 집중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지겠구나’ 하는 벽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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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정성윤은 "결승서 오성욱 선수는 자신에게 놓여진 공에만 집중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지겠구나’ 하는 벽이 느껴졌다"고 기억했다. 결승전 종료 후에는 오성욱에게 아낌없는 축하를 전했다. 사진은 결승전 시상식 후 기념촬영하고 있는 정성윤과 오성욱.
▲후원제의 등 좋은 소식이 있는걸로 아는데.

=큐와 테이블 업체에서 제의가 와 미팅했다. 당구용품업체(빌리원)에서도 후원을 받게 됐다.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제가 이번 결승전에 올랐지만, 저 스스로 생각하기 아직까지 저는 결승무대에 오를 실력자는 아니다. 사실 다음 대회부터 1회전 탈락하면 어쩌나 하는 부담감도 있다. 하지만 이번 준우승을 계기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즐기면서 당구치겠다. [samir_@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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