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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時論]우승만큼 값진 준우승! ‘상혁엄마’ 윤경남의 도전을 응원한다

13일 밤 크라운해태배LPBA 결승서 김예은에 1:4패
“당구선수 16년만에 첫 결승진출, 최고의 순간”
2006년 선수등록한 국내 여자3쿠션 1호선수
당구장 운영하며 동호인 활동 ‘코리아당구왕’ 우승도
격려해준 남편(한유진), 꼭 안아준 아들(상혁) 고마워
“결승날이 아들 생일, 하루 지났지만 오늘 챙겨줘야죠”

  • 기사입력:2021.12.14 19:52:32
  • 최종수정:2021.12.16 11: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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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13일 크라운해태LPBA챔피언십 결승전서 경기 중인 윤경남.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였다.

자신의 LPBA 최고성적은 8강인데 상대는 우승도 한번 했고, 팀리그에서 뛰고 있어 실전감각도 좋다. 오랜 경험과 감(感)을 중심으로 실력을 쌓아온 자신과 달리, 어려서부터 기본기를 다져서 실력은 탄탄했다.

나이는 무려 22살차, 곱절이나 많았다.

예선(PQ)부터 결승까지 7단계를 거쳤고, 전날 준결승은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체력은 거의 방전될 정도로 고갈됐다.

그러나 당구선수가 되고 16년만에 처음 서보는 결승무대였다. 승패를 떠나 그 자리에 서있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온 힘을 쏟아부어 첫 세트를 따냈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는 힘에 부쳤다. 나름 접전을 펼쳤지만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다.

5세트 내내 무표정했지만 우승한 (김)예은을 안아주며 축하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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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결승전 후 우승자 김예은을 안아주며 축하하고 있는 윤경남.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엄마당구선수’ 윤경남(44)에게 어젯밤(13일) 결승전은 당구선수로서 최고의 순간이었다.

우리나라 3쿠션의 맏언니 격인 그는 자신보다 22살이나 어린 김예은을 상대로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정상까지는 한발짝이 못미쳤다.

윤경남은 13일 밤 크라운해태배 LPBA챔피언십 결승에서 김예은(웰컴저축은행웰뱅피닉스)에게 세트스코어 1:4로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윤경남은 LPBA 원년멤버다.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세 시즌 뛰면서 꾸준히 중상위권을 유지했다. 그 동안 성적은 64강3회, 32강6회, 16강2회에 최고성적은 8강 1회다. 최고성적을 거둔 대회가 바로 김예은이 첫 번째로 우승한 20-21시즌 개막전(SK렌터카배)이다. 당시 윤경남은 김예은과 8강에서 만나 1:2로 졌다. 아쉽게 이번에도 설욕에 실패한 셈이다.

이번 대회에서 윤경남은 지난한 과정을 거쳐 파이널 무대까지 올라왔다. 예선부터 결승까지 7단계를 거쳤다.

예선(PQ)서 조1위를 기록한 뒤 64강과 32강은 각각 조2위로 통과했다. 우승후보 이미래(TS샴푸히어로즈)가 32강에서 조3위로 탈락했는데, 조2위가 윤경남이었다.

16강에선 백민주(크라운해태라온)를 2:0으로 제압했다. 윤경남은 “이번 대회 전까지 LPBA에서 이미래와 백민주에게 한번도 이겨본 적 없는데, 두 선수를 이겨서 웬지 좋은 성적을 낼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8강전도 중요한 고비였다. 상대는 직전 ‘휴온스배’ 우승자 강지은(크라운해태라온)인데, 어렵게 2:1로 물리쳤다. 준결승에선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지은을 3:2로 꺾었다.

결승전에서 김예은은 한결 무르익은 기량으로 자신의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챔피언으로서 손색없는 경기력이었다. MZ세대답게 귀여운 몸짓으로 우승의 기쁨을 맘껏 발산하기도 했다.

“(김)예은이 실력이 뛰어났고, 컨디션도 좋았어요. 지고 나서도 아쉽지 않고 결승에 온거 자체가 너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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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크라운해태LPBA챔피언십 결승전서 뱅킹을 시도하고 있는 윤경남과 김예은.


시간을 거슬러 2006년 그는 국내 여자3쿠션 1호선수가 됐다. 오지연 이향주 박수아 등이 당시 서울연맹에 함께 선수등록한 동기들이다. 그러나 선수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대개 당구선수가 그러하듯 생업과 대회출전을 병행하기 어려웠다. 또한 임신준비도 해야해서 2년만에 선수생활을 접었다.

그럼에도 당구와의 인연은 계속 이어갔다. 남편과 당구장을 운영하며 동호인 활동을 열심히 했다. 서울 안암동 고려대앞에서 10년, 중랑구 서일대 앞에서 4년, 도합 14년간 당구장을 운영했다.

윤경남은 “학생들 상대하는게 편해서 대학교 앞에서만 당구장을 운영했다”며 “이번 준결승전을 보고 당시 당구 레슨받았던 학생들한테서도 연락이 왔다”고 했다.

틈틈이 동호인대회에 출전하며 당구선수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대표적으로 ‘코리아당구왕’은 2016년부터 18년까지 3년 연속 출전했다. 특히 2018년에는 왕중왕전에서 4구 우승과 3쿠션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가슴 한켠에는 당구선수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남아있었다.

“당구장을 하다 보니 TV로 당구경기를 보잖아요. 서바이벌 경기를 보는네 승패를 떠나 너무 부러웠습니다.”

남편 응원에 힘입어 트라이아웃에 도전했으나 탈락했다. 다행히 예비순위로 19-20시즌에 와일드카드로 LPBA에 출전하게 됐다.

올 7월부터는 당구선수에 전념하기 위해 당구장 근무를 그만두고 문호범 선수에게 레슨을 받고 있다. 그러나 성적이 잘 안나오니 엄마로서, 아내로서 미안할 뿐이었다.

결승전이 열리는 날 응원은 김예은에게 일방적이었다. 팀소속 선수와 동료선수들이 많이 와주었다.

그러나 한쪽에선 중년의 여성들이 묵묵히 윤경남을 응원하고 있었다. LPBA 선수인 오지연 민정희 이은희였다. 윤경남과 동갑(44세) 또는 두 살 위(46세)인 동료였다. 숫적으로는 얼마 안됐지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단다.

“제가 결승무대에 서는걸 보고 자기들도 희망을 가졌답니다. 전에는 체계적으로 배운 젊은 선수에게 실력에서 밀리고, 체력도 안된다고 생각했대요. 중년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거 같아 뿌듯합니다.”

윤경남에겐 가장 든든한 우군이 있다. 남편 한유진 씨와 아들 상혁(13) 군이다.

결승전때 ‘코로나19’로 경기장에는 오지 못하고 집에서 TV보며 응원했다. 특히 초등학교 6학년인 상혁이는 친구 13명과 단톡방에서 엄마를 응원했단다.

시상식 끝나고 안암동 집에 오니 새벽1시. 남편이 “고생했고 너무 잘했다”며 짧게 격려해줬고. 아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엄마 잘했어”라며 안아줬단다.

“마침 결승전 날이 아들 생일인데 경기때문에 못챙겨줬어요. 하루 늦었지만 오늘(14일) 케이크 사서 축하해 주려고요. 하하”

윤경남은 이번 결승전에서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더 배우고 채워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겠다고 했다.

마흔네살 ‘상혁엄마’ 윤경남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그의 건투를 빈다.

[황국성 MK빌리어드뉴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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